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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히트펌프 인증, 왜 유독 복잡한가

투데이에너지
2026-08-04
[포커스] 히트펌프 인증, 왜 유독 복잡한가

히트펌프 인증, 왜 유독 복잡한가 / AI 이미지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정부가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 대 보급을 목표로 난방 전기화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화석연료 의존도 축소라는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기술 발전과 정책 추진 속도를 인증·표준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새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출시가 지연되고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업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의 핵심은 '인증 규제의 중복과 파편화'에 있다.

보일러·에어컨과 다른 이유

표면적인 인증 이름만 보면 보일러, 에어컨, 히트펌프 모두 '안전+효율+친환경'의 3단계 구조로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 인증 체계는 크게 다르다.

보일러는 가스 연소라는 단일 위험요소를 한국가스안전공사(KGS) 중심의 단일 트랙으로 관리해 예측 가능성이 높다. 에어컨 역시 전기안전(KC)과 에너지소비효율등급 중심으로 관련 제도가 이미 표준화돼 있다.

반면 히트펌프는 전기(압축기)와 고압가스(냉매), 온수·난방·냉방 기능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제품이다. 전기제품이면서 동시에 고압가스 제품이라는 복합성 때문에 여러 부처와 기관의 규제가 한꺼번에 얽힌다.

인증을 가로막는 4대 병목

구체적으로는 네 가지 병목이 지적된다.

첫째, 전기 안전은 KC·KTL에, 냉매 압력은 KGS에 각각 제출해 중복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중 안전규제'다.

둘째, 효율등급·환경표지·신재생인증마다 요구하는 온도·수온 조건이 달라 인증을 하나 추가할 때마다 시험실 챔버를 다시 세팅하고 수주간 재시험해야 하는 '시험 파편화'다.

셋째, 같은 제품이라도 농가에 팔려면 농기계 검정을, 공공기관에 팔려면 신재생·환경표지를, 양식장에 팔려면 해수부 인증을 별도로 받아야 하는 '수요처별 분산'이다.

넷째, 온화한 외기 7℃ 기준 위주의 기존 평가로는 혹한기 실성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대용량 산업용 히트펌프는 국가표준(KS) 자체가 없는 '표준의 부재'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법정 필수 인증(KC 전기안전, KGS 고압가스,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을 갖춰도, 시장 확대를 위한 환경표지·고효율기자재·신재생 설비인증까지 별도로 준비해야 판로가 열리는 구조다.

현장도 같은 문제를 말한다

이런 지적은 시험 현장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서정식 한국냉동공조시험연구원 탄소중립기계본부장은 "정격 표준조건에서의 성능만으로는 실제 동절기 운전 특성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겨울철은 저온과 함께 습도가 높아 실외 열교환기에 성에가 끼기 쉽고, 이로 인해 열전달이 떨어지고 압력손실이 커져 난방능력과 효율이 함께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제상 운전이 시작되면 일정 시간 난방 공급이 중단되거나 줄어들어, 사용자가 체감하는 실제 성능은 표준조건 수치보다 훨씬 낮아질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국내 제도체계의 시급한 개선점을 묻는 질문에는 "압축기별로 제품의 특성과 용도가 다를 수 있는데, 가정용부터 산업용까지 히트펌프라는 이름 아래 동일하게 취급하면 안 된다"고 짚었다. 사용 온도와 조건이 분야별로 다른 만큼, 획일적 잣대 대신 세분화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통합·모듈형 인증으로 가는 길

해법으로는 4단계 개혁 로드맵이 제시된다.

단기적으로는 산업부-KGS 협약을 통해 단일 접수 창구를 만들고, 중복되는 구조·재질 검사는 상호인정(MRA)해 시험 기간을 단축하는 'KC-KGS 원스톱 창구'가 필요하다.

중기적으로는 한 번의 시험으로 얻은 데이터를 효율등급·환경표지·고효율 인증이 함께 공유하는 'Single-Test, Multi-Cert' 체계와, 혹한기 실성능을 반영하는 계절성능지수(SCOP) 기반 평가 도입이 뒤따라야 한다.

나아가 기본 원천기술(Base) 모델을 1회 인증받으면 농업용·해수용 등 특수 수요처는 부가 요건만 2~3일 내 심사하는 '모듈형 인증(Base+Extension)'으로 전환하고, 소형 온수형(ATW)과 고온수·스팀용 대용량 산업용 표준을 신설해 민간 학회에 표준 제·개정을 위탁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

서 본부장은 국내 표준이 ISO 등 국제표준과 정합성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로, 해외 수출 시 국제 인증 절차상 유리해지는 점과 국내외 이중 시험에 들어가는 비용·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다만 해외 표준을 국내 표준으로 부합화할 때는 우리나라의 기후환경이 충분히 반영됐는지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히트펌프 인증 개혁의 방향은 명확하다. 안전검사는 하나로 묶고, 시험 데이터는 여러 인증이 공유하며, 응용분야는 모듈형으로 간단히 덧붙이는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이런 통합적 제도 정비가 기술 혁신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걷어내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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