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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석유화학업계, 울산 '사업 재편' 난항
한화솔루션 여천NCC 공장이 가동하고 있다./출처 한화그룹
[투데이에너지 신영균 기자] 정부가 지난달 20일 여천NCC,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DL케미칼이 제출한 사업 재편 계획서 최종안을 승인했다. 이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서 '대산 1호 프로젝트'에 이어 두 번째 사업 재편 승인이다. '여수 1호 프로젝트'가 가동해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사업 재편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내 3대 석유화학 산업단지 중 하나인 울산은 S-OIL이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설정한 '샤힌 프로젝트'가 맞물려 현재까지 구체적인 사업 재편안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약 9조원이 투입된 '샤힌 프로젝트'는 최근 기계적 완공을 마치고 올해 말까지 시운전을 완료한 후 2027년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연간 에틸렌 생산 능력이 180만톤이다. 특히 울산은 최근 실적 반등으로 기업들 입장에서는 생산량 감축 명분이 약해졌다. 이에 울산 사업 재편 현황을 진단하고 향후 과정을 전망해본다./편집자 주
여천NCC 제1사업장/출처 여천NCC
정부가 지난달 20일 '여수 1호 프로젝트'를 최종 승인했다. '여수 1호 프로젝트'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각각 보유 중인 폴리에틸렌 등 다운스트림 사업 부문을 현물 출자한다는 계획이 핵심 내용이다. 또한 롯데케미칼은 자사 여수 공장 NCC를 비롯한 PE·PP 등 기초 소재 사업을 물적분할해 여천NCC와 통합 후 신설 법인을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여천NCC 주주사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각각 2725억원 등 총 5450억원 유상 증자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 여천NCC 부채를 상환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배관과 인프라 구축, 고부가 전환 등 사업 재편을 이행하기 위해 총 2532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여천NCC 3공장은 가동을 중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공장을 추가로 폐쇄하고 1공장이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과 통합법인을 설립하면 여천NCC 생산량은 기존 228만톤에서 90만톤 수준으로 감소한다. 연간 생산량은 2공장이 92만톤, 3공장이 47만톤 가량이다. 이에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 DL케미칼이 3분의 1씩 통합법인 지분을 보유하며 연간 약 140만톤 정도 에틸렌을 감축할 수 있게 된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은 지난 7월 정부로부터 사업 재편 계획을 승인받은 후 관계사들과 통합 운영 체계 구축을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최종안이 승인된 '대산 1호 프로젝트'는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을 분할 후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해 NCC 및 다운스트림 설비를 통합 운영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롯데케미칼은 NCC 가동을 중단하고 양사 범용 다운스트림 설비 중 중복되거나 적자 중인 설비 역시 가동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대신 고탄성 경량 소재, 이차전지 핵심 소재 및 바이오 납사를 활용한 고부가·친환경 제품 등 생산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주주사 자구 노력 일환으로 통합 신설법인에 각 6000억원씩 총 1조 2000억원 규모 증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HD현대케미칼 지분 구조는 기존 6:4에서 5:5로 조정됐다. HD현대케미칼은 HD현대오일뱅크가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 주주였으나 이번 조정으로 롯데케미칼과 지분을 각각 50%씩 양분하게 됐다. 지난 6월 분할 절차를 완료한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은 다음달 9월 통합법인 출범을 앞두고 있다.
대산 · 여수 프로젝트, NCC 총 250만톤 감축 전망
정부 '맞춤형 지원 패키지' 마련... 울산 '결단' 촉구
'여수 1호 프로젝트'에서는 여천NCC 생산 능력이 기존 228만톤에서 90만톤 수준까지 감축되고 '대산 1호 프로젝트'에서는 110만톤이 줄어드는 등 총 250만톤이 감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정부 감축 목표인 최소 270만톤에서 최대 370만톤을 달성하느냐, 못 하느냐는 울산에 달려있다. ‘울산 1호 프로젝트’에서 20만톤만 감축해도 정부 최소 목표치인 270만톤을 달성하게 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S-OIL의 '샤힌 프로젝트'가 최대 관건이다.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될 경우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고부가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비중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2월 '샤힌 프로젝트' 공사 현장에서 TLS(Tower Lifting System)를 활용해 '프로필렌 분리 타워'를 수직으로 세우고 있다./S-OIL 제공
다만 정부가 주도하는 석유화학 사업 재편에서는 업체 간 이견으로 구조 조정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이에 S-OIL은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위기인 원인을 공급 과잉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중국발 공급 확대와 글로벌 수요 둔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설비 조정을 비롯해 원가 경쟁력 강화 등 비용 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와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등은 설비 통합을 비롯한 생산 능력 조정을 통해 공급 과잉 해소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사업 재편 방식에 대한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울산 석유화학 업체들은 실적이 반등해 생산량 감축 명분이 약해졌다. 이 또한 울산 사업 재편 과정에 걸림돌로 작용 중이다. 이에 정부는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석유화학 산업 구조 개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임승차 없이 모든 산단이 참여해야 한다"며 "울산 지역 사업 재편 논의도 신속하게 추진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여수 1호 프로젝트' 기업이 제출한 건의 과제를 검토해 금융을 비롯한 세제, 원가 절감과 제도 합리화, 지역 경제 및 고용 안정, 기술개발 등 '맞춤형 지원 패키지'를 마련했다. '대산 1호 프로젝트'를 통해 지원 중인 과제는 '여수 1호 프로젝트'에서도 공통 적용될 예정이다. 정부가 마련한 '맞춤형 지원 패키지' 가운데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금융 지원은 6500억원+α다. 채권 금융기관은 설비 통합과 고부가 전환 등을 위해 4500억원 규모 신규 자금 및 협약 채무에 대한 상환 유예를 지원하며 무역보험공사는 수입 보험료 최대 30% 할인과 함께 최대 2배인 보증한도 우대 등 2000억원 규모 수입보험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추후 채권금융기관과 협의를 거쳐 8월 중 지원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세제 지원 부문은 기업 분할·합병과 자산 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인세 및 지방세 부담을 대폭 완화했다. 법인세는 자산 매각시 과세이연 기간을 기존 4년 거치 3년 분할 납부에서 5년 거치 5년 분할 납부로 확대하고 이월 결손금 공제한도 역시 80%에서 100%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지방세는 취득세와 등록 면허세를 75~100% 감면한다는 계획이다. 원가절감 부문은 올해까지 수입 나프타와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무관세 0%를 적용하고 사업 재편기간 동안 열 공급 구역 중복 금지 규정도 한시적으로 완화할 예정이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기업들이 156억원 가량을 절감할 것으로 추산된다.
제도 합리화 부문에서는 사업 재편 과정에서 배관과 파이프랙 등 인프라 임대 비용을 지원하고 인허가·규제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사업 재편 이전에 취득한 인·허가 사항을 다시 취득해야 할 경우 관련 절차 완료 전까지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주요 인·허가 절차를 합리화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사업 재편 기간 3년 동안 에틸렌 생산 설비 2개소와 저부가 범용제품 생산 설비 가동 중단을 통해 공급 과잉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기타 설비 가동률을 높여 생산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용어 설명
샤힌 프로젝트(Shaheen Project) =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인 9조 2580억원을 투자한 초대형 사업으로 2026년 상반기 기계적 완공 이후 시운전을 거쳐 본격 가동되면 에틸렌 180만 톤, 프로필렌 77만 톤, 부타디엔 20만 톤, 벤젠 28만 톤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게 된다. 이중 에틸렌은 대부분 폴리머 공장에 원료로 투입돼 플라스틱을 비롯한 각종 합성 소재 생산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 LLDPE 88만톤, HDPE 44만톤을 자체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샤힌'은 아랍어로 '매'라는 뜻이다. '매'는 S-OIL 모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의 '국조'이기도 하다.
폴리에틸렌(Polyethylene) = 에틸렌 단위가 반복적으로 결합해 만들어진 합성 고분자로 가볍고 화학적으로 비교적 안정하며 전기 절연성과 내습성이 우수해 필름·포장재·용기·파이프·전선 피복 등 일상과 산업 전반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범용 플라스틱 중 하나다.
다운스트림(Downstream) = 원료를 정제하고 가공해 최종 제품을 만드는 단계
미들스트림(Midstream) = 원유와 가스를 생산 후 운송하고 저장하는 단계
업스트림(Upstream) =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탐사하고 개발, 생산하는 단계
NCC(Naphtha Cracking Center) = 원유 정제 과정에서 얻은 '나프타'를 섭씨 800도 이상 고온에서 열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다양한 석유화학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대형 설비나 공정
나프타(Naphtha) = 원유를 증류할 때 가솔린과 등유 사이에서 추출되는 혼합물로 석유화학 산업의 가장 기초적인 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