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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홍철 가스안전공사 기술이사…“현장·기술서 답 찾자”
[에너지신문] “안전과 산업 경쟁력을 따로 볼 수 없다. 산업이 어려울수록 안전을 비용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안전을 확보하면서 기업의 애로를 해소하고 산업이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겠다”
지난 7월 취임한 김홍철 한국가스안전공사 기술이사가 11일 서울광역본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밝힌 가스안전 방향은 ‘현장’과 ‘기술’로 압축된다.

▲ 김홍철 한국가스안전공사 기술이사
김 기술이사는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장, 수소안전센터장, 울산지역본부장, 석유화학진단처장, 수소안전기술원장 등 가스안전공사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석유화학진단처장 재임 당시 정유·석유화학시설 진단에 로봇과 IT 기반 안전기술을 도입하고, 11개 중소기업과 협력해 관련 기업의 시장 진출을 지원했다.
“정부의 석유화학산업 구조 재편과 중동 전쟁에 따른 원료 수급 불안정 등 업계가 여러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안전관리도 산업 현실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현장에서 실제로 필요한 안전관리 방안을 찾아 지속 가능한 산업 기반을 만드는 데 힘을 쏟겠다”
가스안전공사는 올해 4월 국내외 정세와 산업 동향을 고려한 ‘석유화학 안전관리 지원 방안’을 수립했다. 총 9개 중점 추진과제를 기반으로 현장 맞춤형 안전관리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중동 전쟁과 관련해서는 3~4월 석유·가스 저장시설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했고, 3월에는 중동 에너지 공급망 재건 지원을 위한 ‘비상대응단’을 구성하는 등 리스크 완화 대책도 추진하고 있다.
김 기술이사는 “산업이 어려울 때 안전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면 오히려 더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안전은 산업의 발목을 잡는 비용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반으로 봐야 한다”며 산업 위기와 안전관리의 관계를 강조했다.
▶ KGS-RBM, 고도화와 활용 확대
디지털 전환은 김 기술이사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축이다. 최근 정유·석유화학업계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공급 과잉 등 경제적 위기 뿐만 아니라 기존 설비의 안전관리 한계까지 체감하고 있다. 안전을 강화하면서 유지관리 비용도 줄일 수 있는 디지털 기반 설비관리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이유다.
이를 위해 가스안전공사는 위험도 기반 설비관리 시스템인 ‘KGS-RBM’의 고도화와 활용 분야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최신 국제표준과 업계 니즈를 반영해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정유·석유화학업계 보급률을 30%까지 확대하는 한편 철강 등 신산업 분야로 적용 영역을 넓히고 있다.
김 기술이사는 “모든 설비를 같은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보다 위험도가 높은 곳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안전관리도 경험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해 보다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LNG 저장탱크 안전관리 역시 시간 중심에서 ‘위험성 기반’으로 바뀐다. 가스안전공사는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종합안전등급으로 산정하고 등급에 따라 진단주기를 차등 적용하는 체계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2월 KGS 코드(FP451) 개정을 통해 종합안전등급 산정기준을 마련했고, 2026년 정밀안전진단부터 적용하고 있다. 기존 일률적인 5년 주기에서 상태에 따라 4~6년으로 진단주기를 차등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김 기술이사는 “안전성이 우수한 시설과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시설을 똑같이 관리할 필요는 없다. 시설별 안전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위험도에 따라 관리 수준을 달리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매설배관 진단에도 AI가 적용된다. 가스안전공사는 2025년 개발한 AI 기반 데이터 품질평가 기능을 활용해 측정자료의 적정성을 자동 판정하고, 전문가의 분석 지식과 노하우를 반영한 결과 자동분석 프로그램을 올해 12월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정류기 가동 여부에 따른 전위 차이를 자동 계산해 이상 여부를 실시간 표시하고, 축적된 진단데이터를 AI가 분석해 고위험 구간과 굴착조사 우선순위까지 선정하는 방식이다.
▶규제 합리화와 신기술 현장 적용 기반 마련
김 기술이사는 규제 합리화와 신기술 현장적용 기반 마련을 현장 중심 안전관리의 중요한 수단으로 꼽았다.
“규제 합리화는 안전을 낮추는 것이 아니다. 사업장 안전을 확보하면서 현장에서 불필요하게 발생하는 부담을 줄이고, 기술 발전과 산업 여건을 반영해 기준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실제 가스안전공사는 석유화학산업 구조 개편과 고부가가치 사업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사업소 밖 배관 설치기준을 개선했다. 안전성이 확보된 구조물에 노출 설치된 배관의 도로 및 보호시설과의 수평거리 기준을 올해 2월 KGS 코드 개정을 통해 합리화했다. 사업소 내 고압가스 배관 신규 설치·교체 시 기존 배관과 연결되는 구간의 내압시험 기준도 개선했다.
신기술의 현장 적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비파괴검사 종사자의 방사선 피폭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기존 RT(방사선투과시험)를 대체할 수 있는 PAUT(위상배열초음파시험)의 현장 적용 기반을 마련했다. 2025년 코드 개정과 지침 제정을 완료했고, 가스안전공사 내 시험절차서와 기량 검증시험장을 운영하면서 올해 3개 업소를 대상으로 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안전기준은 현장의 변화를 따라가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이라면 제도와 기준도 그 기술을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김 기술이사는 말했다.

▲ 김홍철 한국가스안전공사 기술이사
▶수소산업 성장 뒷받침하는 안전체계 필요
수소산업에 대한 기술지원도 김 기술이사가 중점적으로 챙기는 분야다.
“수소경제가 커질수록 안전관리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산업의 성장을 막는 안전이 아니라 산업이 안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안전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가스안전공사는 수소안전 로드맵2.0과 수소산업 현장 중심 규제혁신방안 등 정부 정책과제를 이행하는 동시에 규제특례사업자의 안전관리계획 검토와 실증 기술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액화수소 특정설비에 대한 법정검사와 국내 기업의 기술개발을 위한 수탁시험, 수소 상용차 내압용기 시험과 충전소 부품 성능평가 등도 지원한다.
수소충전소 안전성 평가제도인 Hy-PAS에서는 현장의 애로를 기술적으로 풀어냈다. 기존에는 실제 운전조건에서 충전 프로토콜을 확인하기 위해 수소차를 이용한 사전 충전테스트가 이뤄졌지만 연료전지 손상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가스안전공사는 올해부터 연료전지가 없는 Hy-PAS 장비를 활용한 사전 충전테스트를 지원해 차량 손상 위험없이 충전 프로토콜을 사전 검증할 수 있도록 했다.
수소용품 제조기업에 대한 시험·인증 지원도 강화한다. 가스안전공사는 지난해 12월 KOLAS로부터 수소용품 전 분야 공인시험기관 인정을 취득했다. 인정항목은 29개 국내·외 시험규격과 307개 시험장비다. 해외 인증기관과의 협력도 확대해 영국 BSI 등에 이어 미국 Intertek과 협력하고 있으며, 체코 SZU 공식시험소에 이어 올해 8월 독일 TUV-SUD 공식시험소 구축도 예정돼 있다.
또 기재부 주관 K-테스트 베드에 참여해 수소용품 신제품 실증을 지원하고, KS 인증범위 확대를 통한 위탁시험기관 자격 취득으로 중복시험 31개 항목을 해소할 계획이다. 중진공 혁신바우처사업 공급기업으로도 선정돼 수요기업당 최대 5000만원까지 시험비용을 지원한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 나가 시험하고 인증을 받아야 하는 부담을 줄이는 것도 가스안전공사의 역할이다. 안전성과 시험 신뢰성을 확보하면서 국내 수소용품 기업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계속 확대하겠다”
▶국민 안심할 수 있는 가스 안전망 구축
김 기술이사가 그리고 있는 기술안전의 방향은 결국 산업과 국민 안전을 동시에 잡는 데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글로벌 에너지 안보 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전환기에 서 있다. 석유화학과 첨단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미래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경제를 선도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다”
김 기술이사는 기술혁신과 현장 중심 안전관리를 통해 가스안전공사가 국민 안전과 미래 에너지를 선도하는 책임기관으로 거듭나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구상이다.
김 기술이사는 “결국 답은 현장에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겠다”라며 “가스안전공사는 올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가스안전망을 공고히 하고 산업계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혁신적인 도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