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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 美 차세대 원전 공급망 선점 '일보 전진'

에너지신문
2026-08-14

[에너지신문]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 테라파워(TerraPower)의 차세대 원자로 핵심 기자재 제작에 참여하면서 글로벌 소형모듈원자로(SMR) 공급망 선점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테라파워가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에 건설하는 나트륨(Natrium) 원자로에 원자로 보호용기와 원자로 지지구조물, 원자로 내부구조물을 공급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수주를 통해 향후 후속호기와 다른 SMR 노형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특히 글로벌 SMR 시장이 기술개발 중심에서 실제 건설·제작 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초기 프로젝트에서 제작 실적을 확보한 기업이 후속 프로젝트 공급망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 계약은 단일 프로젝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Kemmerer)에 건설되는 본 프로젝트에는 345MW급 소듐냉각고속로(SFR)가 적용된다.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4세대 원자로로, 용융염 에너지저장시스템을 결합해 필요할 경우 발전 출력을 최대 500MW까지 높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미국 와이오밍주(州) 테라파워 SMR 발전소 조감도.
▲미국 와이오밍주(州) 테라파워 SMR 발전소 조감도.

●제작성 검토에서 본계약으로...SMR 사업 ‘실물 단계’ 진입

이번 계약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두산에너빌리티와 테라파워의 협력이 실제 제작으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24년 12월 테라파워 초도호기 핵심 기자재에 대한 제작성 검토 계약을 체결한 이후 실제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줄이기 위한 설계 개선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를 통해 설계를 실제 제작 발주가 가능한 수준으로 구체화했고 이번 계약까지 연결했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와 모듈화를 앞세우지만 원자로 핵심기기의 제작 난이도가 낮은 것은 아니다. 특히 새로운 원자로 설계가 실제 상용화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설계뿐 아니라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제조 인프라와 품질관리 체계를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테라파워와 같은 SMR 개발사 입장에서는 검증된 원전 기자재 제조기업을 공급망에 확보하는 것이 프로젝트 일정과 사업성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대형 원전에서 축적한 제조 경험을 차세대 원자로 시장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된다. SMR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전에 초도 프로젝트 제작 경험을 확보한다는 점도 향후 경쟁력 측면에서 중요하다.

●초도호기 효과 주목...후속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 '활짝'

원전 기자재 산업은 첫 호기의 제작 경험과 공급 실적이 후속호기 사업에서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원자로 핵심기기는 높은 수준의 품질보증과 제작 기술, 납기 관리가 요구되는 만큼 사업자가 후속호기를 건설할 때 기존 공급망을 활용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케머러 프로젝트에서 품질과 납기를 입증한다면 테라파워가 미국 내외에서 추진하는 후속 프로젝트에서도 공급사로 참여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테라파워가 초도호기에 그치지 않고 추가 원자로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결국 케머러 프로젝트는 두산에너빌리티 입장에서 미국 차세대 원전시장에 공급 실적을 만드는 ‘레퍼런스 프로젝트’ 성격이 강하다.

특히 SMR 시장은 아직 특정 노형이나 사업자가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지 않은 초기 단계다. 향후 어떤 노형이 실제 상용화에 성공하고 반복 건설 단계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의 판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여러 SMR 개발사와 동시에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핵심 기자재 제작 경험을 확보하는 전략은 특정 노형의 성공 여부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면서 시장 확대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美 원전 확대 움직임도 호재, 제조 공급망 가치 상승

미국을 중심으로 차세대 원전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두산에너빌리티에 긍정적인 환경이다.

AI와 데이터센터 확산, 제조업 전력화 등에 따라 안정적인 무탄소 전원 확보 필요성이 커지면서 미국에서는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뿐 아니라 신규 대형 원전과 SMR을 전력 공급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SMR 산업의 경쟁축 역시 원자로 설계에서 실제 건설 능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우수한 원자로 기술을 확보하더라도 핵심기기를 제때 생산하고 반복적으로 공급할 제조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상용화 속도를 높이기 어렵기 때문.

이 과정에서 원전 주기기 제작 경험과 대형 단조·가공 설비를 갖춘 기업의 전략적 가치가 커질 수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원자로 압력용기와 증기발생기 등 원전 핵심기기를 대규모로 제작할 수 있는 업체가 제한돼 있다는 점은 향후 SMR 시장 확대 과정에서 제조 역량 자체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높인다.

결국 글로벌 SMR 경쟁이 ‘누가 더 좋은 원자로를 설계하느냐’에서 ‘누가 실제 원자로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느냐’로 넘어갈수록 두산에너빌리티와 같은 제조기업의 역할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대형원전 이어 SMR까지'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이번 계약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기존 대형 원전 주기기 사업을 기반으로 차세대 원자로와 SMR 분야까지 공급 범위를 넓히면서 글로벌 원전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SMR은 개발사마다 냉각재와 출력, 원자로 구조 등이 달라 시장이 아직 표준화되지 않았다. 따라서 초기에는 다양한 노형에 대응할 수 있는 제작 기술과 엔지니어링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테라파워 프로젝트에서 원자로 보호용기와 지지구조물, 내부구조물 등 핵심 구조물 제작 경험을 확보하면 향후 다른 차세대 원자로 사업에서도 이를 활용할 여지가 커진다.

이는 두산에너빌리티가 단순히 국내 원전 수주에 따라 실적이 움직이는 기자재 업체에서 벗어나 여러 글로벌 원자로 개발사에 핵심기기를 공급하는 제조 플랫폼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SMR 양산시장 열려야 실적 본격화

다만 이번 계약만으로 SMR 사업의 대규모 성장을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글로벌 SMR 시장은 기대와 달리 사업비 상승과 인허가, 연료 공급망, 건설 일정 등의 변수가 여전히 존재한다. 초도호기의 성공적인 건설이 곧바로 대규모 반복 발주로 이어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두산에너빌리티 입장에서도 진정한 성과는 초도호기 제작 계약 자체보다 케머러 프로젝트 이후 후속호기 발주가 얼마나 빠르게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다.

특히 SMR의 경제성은 동일 설계를 반복 제작해 비용을 낮추는 ‘양산 효과’가 핵심이다. 따라서 개별 실증 프로젝트가 산발적으로 추진되는 단계에서 벗어나 동일 노형의 2호기, 3호기와 대규모 프로젝트가 연속적으로 발주돼야 기자재 공급사의 수익성도 본격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계약은 글로벌 SMR 시장이 연구개발과 설계 경쟁을 넘어 실제 기자재 발주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테라파워 초도호기를 통해 미국 차세대 원전시장에서 실제 제작 실적을 확보하게 됐다. 향후 테라파워의 후속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확대되고 미국의 신규 원전 투자가 속도를 낸다면 이번 계약은 단발성 기자재 공급이 아니라 글로벌 SMR 공급망을 선점하는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두산에너빌리티의 SMR 사업 성패를 가를 핵심은 ‘첫 수주’가 아니라 ‘반복 수주’다. 케머러에서 확보한 제작 경험을 얼마나 빠르게 후속호기와 다른 SMR 프로젝트로 확장하느냐가 향후 글로벌 원전 기자재 시장에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위치를 결정할 전망이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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