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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영 한국기계연구원 탄소중립기계연구소 히트펌프연구센터 책임연구원

투데이에너지
2026-08-24
[인터뷰] 김영 한국기계연구원 탄소중립기계연구소 히트펌프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김영 책임연구원 / 기계연 제공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본지는 지난 8월 5일 기계연·중앙대 등 10개 기관이 참여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알키미스트 과제 연구팀의 '전기화학적 압축기 결합 화학흡착식 히트펌프' 개발 소식을 보도한 바 있다. 이번 기사는 그 후속으로, 김영 책임연구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스케일업 과정과 안전·경제성, 상용화 계획을 구체적으로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1kW급 실험실 장치를 10kW급 시제품으로 키우는 과정에서 용량을 키우자, 성능이 급락했다. 공장이나 데이터센터에서 버려지는 40℃ 안팎의 열만으로 냉방을 만드는 이 히트펌프의 핵심은, 냉매를 흡착했다가 내보내는 흡착베드에 있다. 이 부품을 단순히 크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성능이 유지되지 않았다. 한국기계연구원(기계연) 탄소중립기계연구소 히트펌프연구센터 김영 책임연구원은 이 순간을 "과제 수행 중 가장 큰 난제였다"고 돌아봤다.

연구팀은 흡착베드 구조를 전면적으로 다시 설계했다. 그 결과 베드 중량을 92% 줄이면서도 연구팀에 따르면 세계 최고 수준인 비냉방출력(SCP) 346.5 W/kg을 확보했고, 이 성능을 10배 규모의 시제품에서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완성된 것이 삼중테크(주) 등과 공동 개발한 ‘화학흡착식 히트펌프'다. 폐열로 구동하는 화학흡착식 히트펌프에, 전력으로 구동하는 전기화학적 압축기를 더하여 하이브리드 구조로도 설계 및 제작하였다.

전기화학적 압축기 스택 / 기계연 제공

이 하이브리드가 완성되면 냉방 COP(성능계수)는 17~20에 이를 것으로 연구팀은 예측한다. 기존 전기식 히트펌프의 COP가 4~5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차원이 다른 효율이다. 같은 냉방 용량 기준으로 전력 소비는 약 60%, 난방까지 포함한 연간 운영비는 57%(최대 70%)까지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이는 예측치다. 연구팀은 "각 요소기술은 모두 목표 성능에 도달했지만 암모니아·수소 분리막 통합에 어려움이 있어 하이브리드 목표 성능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40℃ 폐열을 냉방으로

출발점은 탄소중립이었다. 국제 학술 문헌에 따르면 전 세계 폐열의 약 3분의 2가 100℃ 이하에서 발생하지만, 기존 흡수식·흡착식 냉동기는 70~95℃ 이상의 열원이 필요해 그 아래 열은 쓸 방법이 없었다. 연구팀은 '버려지는 열'과 '쓸 수 있는 열'의 경계선을 여름철 바깥 공기 수준인 40℃까지 끌어내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최근 AI 데이터센터가 액체냉각·액침냉각으로 전환되면서 서버에서 40~60℃의 열이 연중 안정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 기술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핵심은 흡착의 종류를 바꾼 데 있다. 기존 흡착식은 실리카겔·제올라이트 표면에 물 분자가 붙는 물리흡착을 이용해 재생(건조)에 높은 온도가 필요했다. 연구팀은 금속염과 암모니아가 화학적으로 결합했다가 분리되는 화학흡착을 이용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과제 초기에 여러 신소재와 냉매 조합을 검토했지만, 결론적으로 암모니아가 아니고서는 열원 온도를 40℃까지 낮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독성 냉매 다루기

암모니아가 아니면 이 기술은 성립하지 않는다. 하지만 암모니아에는 독성이라는 명확한 약점이 있다. 연구팀은 유하액막식 증발기를 개발해 암모니아 충전량을 기존 만액식 대비 90% 절감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안전설비는 사고 확률을 낮추지만, 충전량 저감은 사고가 나도 피해 규모 자체를 줄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설치 시에는 암모니아 회로를 기계실에 격리하고 거주 공간에는 냉수만 공급하는 간접 방식을 적용해, 사람이 머무는 공간에는 암모니아가 들어가지 않도록 설계했다. 다만 병원·학교 등 민감 시설에 대한 안전성 검증은 아직 다음 단계 과제로 남아 있다.

1kW에서 10kW로

안전 설계 못지않게 중요했던 것은 성능이었다. 연구팀은 먼저 작은 시제품(냉방 1kW급)으로 실험했다. 40℃ 열원을 넣었더니, 비냉방출력(SCP) 346.5 W/kg의 성능이 나왔다. SCP는 흡착제 1kg이 얼마나 많은 냉방을 만들어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숫자가 클수록 같은 무게로 더 많은 냉방을 뽑아낸다는 뜻이다. 즉 장치를 그만큼 더 가볍고 작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관건은 이 성능이 몸집을 키운 뒤에도 그대로 통하느냐였다. 연구팀은 냉방 10kW를 목표로 큰 시제품을 만들어 같은 40℃ 열원으로 가동했다. 그 결과 목표치를 넘어 냉방 18.3kW·난방 15.0kW가 나왔고, 비냉방출력도 280~450 W/kg 수준으로 유지됐다. 작은 시제품에서 확보한 성능이, 몸집을 열 배 가까이 키운 뒤에도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해외에서 지금까지 나온 최고 기록이 1.4kW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의 규모에서 세계 최초로 실증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장치를 키울수록 성능이 급락하는 문제에 부딪혔고, 원인을 파고들어 흡착베드 구조를 전면 전환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0kW급 화학흡착식 히트펌프 / 기계연 제공

아직은 비싼 기술

전력을 60% 아끼는 만큼, 초기 투자 비용도 함께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 10kW급 시제품 기준 설치·제작 비용은 삼중테크의 기존 수분흡착식 히트펌프보다 약 50% 높은 수준으로 예상된다. 투자비 회수기간은 아직 구체적으로 산정되지 않은 단계다. 성능은 세계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렸지만, 이를 시장이 받아들일 만한 가격으로 만드는 일은 다음 과제로 남아 있다.

산업현장부터 검증

연구팀이 꼽은 좋은 폐열원의 조건은 세 가지다. 온도 40℃ 이상, 연중 안정적·연속적으로 발생할 것, 폐열 발생처와 냉방 수요처가 가까울 것. 연속 공정을 운영하는 공장은 이 조건을 갖춘 폐열이 상시 발생하고, 냉방 수요도 같은 사업장 안에 있다. 여기에 암모니아를 산업용 냉동에서 100년 이상 다뤄온 취급 경험까지 더해져, 산업 현장이 가장 자연스러운 1차 적용처로 꼽혔다. 아직 비용 부담이 남은 기술을, 그 부담을 상쇄할 조건을 가장 잘 갖춘 곳부터 적용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데이터센터는 폐열원 조건만 보면 산업 현장보다도 이상적이다. 서버에서 40~60℃의 열이 24시간 365일 나오고 냉방 수요도 연중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독성 냉매 도입에 보수적인 시설 특성상, 산업 현장에서 안전 운전 이력을 먼저 쌓은 뒤 접근할 '다음 단계 시장'으로 분류됐다. 공동주택 같은 주거시설은 지역난방 회수열과 연계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경로가 될 수 있지만, 연구팀 스스로 "순서상 중장기 과제"라고 선을 그었다.

"지금은 전기 써서 열을 대기로 버리고 있다"

김 책임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공정에서 나오는 40℃급 열을 냉각탑에서 전기를 써 가며 대기로 버리고, 냉방은 따로 전기로 만들고 있다. 이 기술이 들어가면 그 버려지던 열이 그대로 공정 냉각·건물 냉방이 되므로, 냉방 전력 약 60% 절감을 사업장 전기요금에서 바로 체감하게 될 것이다."

이 그림을 실제 현장에서 만들어내기 위해, 연구팀은 이제 성능 검증을 넘어 설치비를 낮추고 경제성을 확보하는 다음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용어설명]

비냉방출력(SCP, Specific Cooling Power): 흡착제 1kg이 만들어내는 냉방 능력.

화학흡착 / 물리흡착: 물리흡착은 흡착제 표면에 냉매 분자가 달라붙는 방식으로, 흡착제를 재생(분리)하려면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 화학흡착은 금속염과 냉매가 화학적으로 결합했다가 분리되는 방식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도 재생이 가능하다.

전기화학적 압축기: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부품 없이, 전해질 막에 전압을 걸어 이온의 이동으로 냉매를 압축하는 장치.

유하액막식 증발기: 냉매를 얇은 막 형태로 흘려보내며 증발시키는 열교환 장치.

만액식: 증발기 내부를 냉매로 가득 채워 운전하는 전통적인 방식.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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