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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칩 열폭주 잡는다…액체냉각, 고성능 AI 인프라 표준으로
액체냉각, 고성능 AI 인프라 표준으로 / AI 이미지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인공지능(AI) 칩의 발열량이 기존 공랭(空冷) 방식의 한계를 넘어서면서 액체냉각이 고성능 AI 인프라의 표준 기술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최신 AI 서버 산업 보고서에서 AI 칩의 액체냉각 채택률이 2026년 53%에 이르고, 2027년에는 60%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IT 전문매체 EE타임스아시아(EE Times Asia)가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발열 1kW 시대…공랭의 한계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엔비디아·AMD·구글이 잇따라 내놓는 차세대 AI 칩의 세대교체 속도가 빨라지면서 개별 칩의 열설계전력(TDP)은 이미 1kW를 넘어섰다. 랙(rack) 단위로 묶인 AI 서버 솔루션 한 대가 소비하는 전력은 수백 킬로와트에 달한다. 기존 공기 순환 방식만으로는 이 같은 발열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냉각수나 특수 냉매를 활용해 칩에서 직접 열을 제거하는 액체냉각이 사실상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게 트렌드포스의 분석이다.
채택률 33%→53%…GPU 랙 수요도 급증
트렌드포스는 AI 칩의 액체냉각 채택률이 2025년 약 33%에서 2026년 53%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2티어(Tier 2)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의 AI 투자가 가속화하고, 중국 클라우드서비스제공업체(CSP)들의 해외 AI 프로젝트 수요까지 겹치면서 엔비디아의 GB/VR 랙 단위 솔루션 출하량은 2026년 한 해에만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차세대 랙 솔루션인 '카이버(Kyber) NVL144'가 2027년 출시 지연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전반적인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이를 상쇄하면서 전체 GPU 랙 수요는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AMD, 통합 플랫폼 '헬리오스'로 승부수
경쟁사인 AMD 역시 단품 GPU 판매 중심에서 CPU·GPU·고속 인터커넥트를 통합한 종합 AI 플랫폼 전략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AMD는 2026년 하반기부터 랙 단위 통합 솔루션 '헬리오스(Helios)'에 역량을 집중하며, 대규모 출하는 2027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현재의 MI450 플랫폼에 이어 엔비디아의 '루빈 울트라(Rubin Ultra)'와 정면으로 경쟁할 차세대 MI500 플랫폼도 준비 중이다. 트렌드포스는 이들 신규 칩 플랫폼이 모두 액체냉각을 전면 채택하고 있다고 짚었다.
구글, CSP 중 가장 적극적…AI 서버 80% 이상 적용
주요 CSP 가운데서는 구글의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진다. EE타임스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자사 AI 서버의 80% 이상에 이미 액체냉각을 적용했다. 자체 AI 가속기 TPU를 수년간 개발하며 AI 인프라를 수직 통합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구글은 고도로 맞춤화된 액체냉각 아키텍처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TPU의 전력 소비량과 출하량이 계속 늘어나면서 구글은 액체냉각을 개별 서버에서 랙 단위 시스템 설계로 가장 먼저 확장한 CSP로 꼽힌다. 이는 전체 시장의 채택률을 끌어올리는 또 다른 동력이 되고 있다.
재편되는 공급망…콜드플레이트·CDU가 핵심 부품으로
공급망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액체냉각 시스템은 콜드플레이트(cold plate), 냉각수 분배장치(CDU), 매니폴드(manifold) 등 핵심 부품으로 구성되며, 공랭 방식보다 높은 냉각 효율과 전력사용효율(PUE) 개선 효과를 제공한다. 특히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이 팬(fan) 없는 완전 액체냉각 설계를 전면 채택하면서, 냉각 대상도 GPU·CPU에서 CX9 네트워크 인터페이스 카드, 버스바·전력보드, 광트랜시버 모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주요 콜드플레이트 공급업체로는 쿨러마스터(Cooler Master), AVC, BOYD, 오라스(Auras) 등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AVC는 올해 3분기부터 베라 루빈용 콜드플레이트 모듈 출하를 시작할 예정이며, 이미 아마존웹서비스(AWS)·구글·메타·오픈AI의 AI ASIC 플랫폼 공급망에도 진입한 상태다.
한편 칩과 함께 패키징되는 히트스프레더(heat spreader)의 경우, 엔비디아는 냉각 효율을 높이기 위해 루빈에 투피스(two-piece) 설계를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기판 휨(substrate warpage) 문제 등으로 잠정적으로 원피스(one-piece) 설계를 채택했다고 EE타임스아시아는 전했다. 현재 이 부품은 대만 기업 젠텍(Jentech)이 단독 공급하고 있다.
시사점
이번 전망은 국내 산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미 LG CNS는 네이버클라우드의 삼송 데이터센터에 다이렉트투칩(direct-to-chip) 액체냉각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삼성전자·LG전자도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앞세워 AI 데이터센터용 냉각 솔루션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칩 액체냉각 채택률이 전 세계적으로 절반을 넘어서는 흐름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냉각 부품·설비 기업에도 관련 수주 기회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가 고집적·고전력화할수록 냉각 기술은 단순한 보조 설비를 넘어 AI 인프라의 성능과 전력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용어설명]
액체냉각(Liquid Cooling): 냉각수나 특수 냉매를 칩·서버에 직접 접촉시켜 열을 제거하는 냉각 방식. 공기를 순환시켜 열을 식히는 공랭 방식보다 냉각 효율이 높다.
TDP(Thermal Design Power, 열설계전력): 칩이 최대 성능으로 동작할 때 냉각 시스템이 처리해야 하는 발열량의 기준치.
CSP(Cloud Service Provider, 클라우드서비스제공업체): AWS, 구글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처럼 서버·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제공하는 사업자.
Tier 2 데이터센터 사업자: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최상위(Tier 1) 빅테크에 이어 중견 규모로 AI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는 2군 사업자를 지칭한다.
TPU(Tensor Processing Unit): 구글이 자체 개발한 AI 연산 전용 반도체. 엔비디아 GPU의 대안으로 구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된다.
CDU(Coolant Distribution Unit, 냉각수 분배장치): 데이터센터 내에서 냉각수를 각 서버·랙으로 순환·분배하는 설비.
매니폴드(Manifold): 냉각수 배관을 여러 갈래로 나누거나 모아주는 분기관.
히트스프레더(Heat Spreader): 칩 위에 덮어 열을 넓게 분산시키는 금속 덮개 부품.
기판 휨(Substrate Warpage): 반도체 패키지 기판이 열이나 공정 과정에서 미세하게 휘어지는 현상으로, 냉각 부품 설계에 제약을 준다.
ASIC(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 특정 용도에 맞춰 설계한 주문형 반도체. 범용 GPU와 달리 AI 연산 등 특정 작업에 최적화돼 있다.
다이렉트투칩(Direct-to-Chip) 냉각: 냉각수를 칩에 가장 가까운 콜드플레이트까지 직접 끌어와 냉각하는 방식으로, 액체냉각의 대표 유형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