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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에어컨, 다음 승부처를 찾아서(下)

투데이에너지
2026-08-31
[분석]에어컨, 다음 승부처를 찾아서(下)

같은 문제, 다른 베팅 / AI 이미지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글 싣는 순서]

열기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같은 문제, 다른 베팅

상편에서 짚었듯 에어컨 산업을 밀어 올리는 힘은 신흥국 필수재화, 규제 전환기 교체수요, AI 데이터센터라는 새 격전지까지 여럿이다. 다만 상위권 구도는 오래전부터 M&A로 짜인 질서였다. 하편에서는 그 지형도 위에서 국내 기업의 위상과 두 회사의 공시자료를 살펴보고, 같은 약점을 각각 어떻게 풀고 있는지 숫자와 투자 행보를 통해 확인한다. /편집자 주

상편의 지형도 위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통상 5~7위권으로 분류된다. 두 회사는 가전에서 쌓은 인버터 기술과 브랜드력을 공조로 확장한 '가전-공조 융합형'이다. 강점은 가정용이다. LG전자는 다수 국가에서 가정용 에어컨 판매 1위를 기록할 만큼 경쟁력을 갖췄다. 반면 약점은 상업용 중앙공조와 VRF다. 캐리어·트레인·존슨컨트롤스 같은 100년 업력의 엔지니어링 유산이 없고, 다이킨 같은 전 라인업 수직계열화도 갖추지 못했다. 이 약점을 두 회사는 최근 1~2년 사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고 있다.

그중 자체 기술을 축적해온 LG전자부터 보자. 본지가 전자공시를 확인한 결과, ES사업본부의 최근 세 분기 흐름은 이렇다. 매출은 2025년 1분기 3조 544억원에서 2026년 1분기 2조 8223억원(-7.6%)으로 줄었다가, 2분기 2조 7261억원(+3.1%)으로 반등했다. 영업이익은 4067억원→2485억원(-38.9%)→2358억원(-5.9%)으로 두 분기 모두 줄었다. 회사는 물류비·경쟁 비용과 함께 로보틱스·AI 데이터센터 냉각 등 "신성장 동력 관련 인건비 증가"를 원인으로 꼽았다. 매출은 바닥을 다지는 신호가 보이지만, 수익성은 신사업 투자 비용에 눌려 있다는 뜻이다.

그 투자가 헛돈은 아니었다는 증거도 나왔다. LG전자의 AI 데이터센터 냉각 상반기 신규 수주액(계약 기준)은 6000억 원을 넘었고, 엔비디아向 CDU 일부 모델은 인증까지 받았다. 시장에서도 LG전자를 냉각 솔루션 분야의 주요 경쟁자로 평가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반면 삼성전자는 2021년 DX부문 통합 이후 에어컨 매출을 따로 공시하지 않아, 공개 공시만으로는 이런 숫자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두 회사의 공조사업을 동일한 잣대로 비교하기보다, 공개된 투자 방식과 성과를 각자 살펴보는 게 정확하다.

같은 유형, 다른 베팅

이렇게 대비되는 행보의 배경엔 두 회사의 서로 다른 베팅이 있다. 앞서 봤듯 LG전자는 5대 핵심부품을 직접 개발해온 자체 기술 축적형이고,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통합을 완료한 독일 플랙트그룹(약 2조 4166억 원, 전액 현금) 인수처럼 외부 역량을 통째로 확보하는 M&A형이다. 100년 넘는 중앙공조 엔지니어링 회사를 인수해 격차를 단숨에 메운 것이다.

활용 범위도 넓다. 플랙트그룹은 삼성의 유럽 히트펌프(EHS) 유통 채널이기도 해, 영국 콘월 재개발에 EHS 1500세대를 공급했다.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 냉각으로도 넓어졌다. 삼성전자는 광주사업장에 플랙트그룹 HVAC 생산라인을 구축해 약 2400억 원을 투자, 2028년 초부터 데이터센터용 CDU를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이미 엔비디아 인증을 받은 LG전자와 비교하면, 같은 CDU 시장에서 한쪽은 인증·수주를 확보했고 한쪽은 생산 기반을 구축 중이라는 시간차가 뚜렷하다.

LG의 오소그룹 인수(현금 약 1673억 원)도 유럽식 하이드로닉 엔지니어링 역량 확보라는 점에서 유사한 맥락이라는 게 본지 취재 내용이다.

두 회사의 거래 규모 차이(2조 4166억 원 대 1673억 원)를 곧바로 전략의 크기 차이로 읽는 건 조심스럽다. 인수가에는 대상 기업의 매출·자산·고객망까지 반영되기 때문이다. 다만 거래 규모만 놓고 보면 삼성의 초기 베팅이 훨씬 크다. 최근 행보만 보면 삼성은 대형 M&A로 부족한 역량을 단번에 확보하는 쪽에, LG는 자체 기술로 필요한 영역을 선택적으로 보강하는 쪽에 가깝다.

관전포인트

단기적으로는 삼성의 외형 확대가 더 빠를 가능성이 높다. 이미 매출·고객망을 갖춘 플랙트그룹을 인수와 함께 그대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다만 역량 확보와 사업 성과는 같지 않다. 삼성의 영업망과 플랙트의 고객·제품을 얼마나 빠르게 결합하느냐가 실제 성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반면 LG의 자체 기술 축적은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투자 비용을 먼저 부담하고 있다.

중장기로 보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삼성은 앞으로 수년간 통합(PMI)을 거쳐 인수 효과를 사업성과로 전환해야 하고, 조직문화 충돌 리스크도 남는다. 반면 LG가 조준한 AI 데이터센터 냉각은 상편에서 짚었듯 버티브·슈나이더일렉트릭 같은 기존 강자와 신규 진입자가 경쟁하는 성장 초기 시장이다. 앞서 본 수주·인증은 LG가 이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는 증거이지, 시장 우위를 입증한 증거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두 베팅이 향하는 지점은 같다. 삼성·LG의 다음 승부처는 AI 데이터센터 냉각이다. 양사가 같은 부품(CDU)에 나란히 투자를 확정했다는 점에서 이는 이제 가능성이 아니라 양사의 전략에서 확인된 경쟁 영역이다. 현재까지는 삼성의 투자 규모가 앞서지만, LG의 베팅도 더 이상 막연한 기대가 아니다.

결국 삼성은 M&A로 시간을 샀고, LG는 자체 기술과 AI 냉각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승부는 어느 전략이 옳았느냐가 아니라, 그 시간이 언제 수익과 점유율로 바뀌느냐에서 갈릴 것이다. 정부의 냉매 인증·냉각 실증 지원이 이 시간표를 얼마나 앞당길지도 변수다.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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