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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보고서 "청정전기 확산에도 온실가스 배출 정체 지속"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기자] 전 세계 청정전기가 고속으로 확산되며 2025년 신규 에너지 수요의 40%를 공급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여전히 감소하지 않고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에너지 전환 위원회(ETC)의 연례 보고서가 발표됐다.
ETC보고서는 전력·도로교통 등에서의 급속한 전기화로 전 세계 배출량의 약 60%는 추가 비용 없이 감축 가능하나, 항공·해운·중공업·농업 등 나머지 40%의 분야는 기술적·상업적 난제가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청정전력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전력 수요 증가와 특정 산업의 화석연료 수요 동반 증가가 배출 감축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청정에너지 투자는 2.1조 달러를 기록했고, 태양광·배터리·전기차는 기대를 넘어섰으나 전기화가 전체 에너지수요의 상승을 완전히 흡수하지 못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냉방 수요 증가, 중공업의 확장에 따른 신규 수요는 청정전력과 화석연료 수요가 동시에 늘어나는 '진보의 역설'을 만들고 있다.
그리드(전력망) 병목은 전기화 가속화의 핵심 장애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유럽에서 약 375GW의 재생·배터리 설비가 허가 및 연결 대기열에 묶여 있고, 미국에서는 약 2300GW가 연결을 기다리고 있으며 중국의 일부 풍·태 발전은 그리드 제약으로 산출이 축소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병목은 저비용 재생전력을 수요처에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해 전기화로의 전환 속도를 제한한다.
또한 보고서는 청정 산업(저탄소 철강·시멘트·화학 등) 프로젝트의 상업화 지연과 오프테이크(구매 약정) 부족을 문제로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발표된 약 1000개 청정 산업 프로젝트 중 최종 투자결정을 내린 비율은 20% 미만으로, 비용 프리미엄과 초기 상업화 리스크가 상존한다. 메탄 누출 감축, 산림 보전, 탄소제거(제거기술 확장)의 미흡함 역시 배출 저감의 핵심 걸림돌로 꼽혔다.
지역별로는 중국이 청정전기화·설비 공급과 설치에서 압도적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2025년 전기차 신차 판매에서 56%가 전기차인 점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일부 정책 불확실성으로 설치가 취소되는 사례가 발생했지만 전체 재생 성장세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유럽은 비교적 빠른 배출 감축 진전을 보이나 최근 모멘텀이 둔화됐고, 인도는 저비용 재생자원을 보유했음에도 설치 속도가 중국보다 훨씬 느리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ETC는 결론적으로 청정에너지 기술의 확산 자체는 성공적이나,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배출을 실질적으로 줄이려면 그리드 확장·현대화, 재생자원 연결·허가 절차 간소화, 청정 산업에 대한 강력한 수요 신호(오프테이크·탄소가격 강화), 메탄 감축 및 산림 보호 강화, 탄소 제거 확대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같은 내용은 한국에 대해 전력망 포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데이터센터·AI 클러스터·데이터허브 유치가 계속될 경우 전력망 확충과 분산형 자원(에너지저장장치·VPP) 도입이 시급하다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또한 중공업과 항운·항공 관련 온실가스 감축에서는 기술 상업화 지원, 공시·탄소가격을 통한 시장 신호 강화, 국가 차원의 오프테이크 보증 등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ETC 보고서는 '청정전력의 확대는 시작일 뿐'이며, 지금 필요한 것은 설비 단순 공급을 넘는 시스템적 전환이다라고 강조한다. 그리드 병목 해소, 청정 기술의 상업화 촉진, 비전력 분야의 비용 절감·기술혁신을 동시에 추진해야만 전 세계가 배출감축 궤도에 들어설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보고서 내용 중 일부 이미지 /ET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