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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HVDC 애자 상태진단 고도화...변압기 기술은 북미 실증
[에너지신문] 한전이 초고압직류송전(HVDC) 선로의 애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적정 세정 시기를 판단할 수 있는 유지보수 기준 개발에 나선다. 국내에서 제품화를 마친 변압기 부싱 진단시스템은 미국 실증을 거쳐 북미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한다.
한전과 미국 전력연구원(EPRI)의 기술협력은 HVDC 송전선로 운영과 변압기 진단 등 두 분야로 나눠 추진된다. 한전은 지난달 31일 미국에서 EPRI와 ±500kV HVDC 선로 운영기술 고도화를 위한 협약을 맺은 데 이어 이달 2일 변압기 부싱 진단기술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차승태 한전 전력연구원 전력계통연구소장(왼쪽 다섯번째)을 비롯한 양 기관 주요 관계자들.
HVDC 애자 오염도 실시간 측정…정비 기준 구체화
HVDC 선로 운영 분야에서는 애자에 흐르는 누설전류를 장기간 측정해 설비 상태를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송전선로의 애자는 전선을 철탑으로부터 절연하는 설비다. 표면에 먼지나 염분 등 오염물질이 쌓이면 절연성능이 떨어지고, 심할 경우 방전이나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직류 방식인 HVDC는 기존 교류(AC) 선로와 애자의 오염·방전 특성이 달라 별도의 상태평가와 유지보수 기준이 필요하다.
한전은 EPRI의 누설전류 측정시스템을 전북 고창 전력시험센터의 HVDC 시험선로에 설치해 1년간 성능을 검증했다. 앞으로 적용 범위를 실제 운전 중인 선로로 확대해 기후와 오염 환경에 따른 누설전류 변화를 장기간 관측할 계획이다.
양측은 계측 결과를 토대로 애자의 오염 상태를 판단하는 진단기준과 세정주기를 마련한다. 현재 일정한 주기에 따라 시행하는 정비를 실제 설비 상태에 기반한 방식으로 전환하면 불필요한 점검을 줄이는 동시에 고장 위험이 커지는 시점을 앞서 파악할 수 있다.
장거리·대용량 전력수송을 위한 HVDC 건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관련 운영기술 확보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선로 건설뿐 아니라 준공 이후 수십 년 동안 설비 상태를 진단하고 관리하는 기술이 계통 신뢰도와 유지보수 비용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국내서 제품화한 변압기 진단장치, 미국 환경서 검증
변압기 분야에서는 한전 전력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부싱 진단시스템 ‘TransGuard-MX’의 북미 현지 실증이 추진된다.
부싱은 변압기 내부의 고전압 도체를 외부 전력선과 연결하면서 전기가 외함으로 흐르지 않도록 절연하는 핵심 부품이다. 절연 열화를 제때 발견하지 못하면 변압기 고장이나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상시 감시가 필요하다.
TransGuard-MX는 부싱의 절연 상태와 이상 징후를 운전 중에 진단하는 시스템이다. 한전은 국내 8개 변전소에서 신뢰성 검증을 거쳐 제품화를 마쳤다.
다음 단계는 미국의 전력망과 기후 조건에서 성능을 확인하는 것이다. 한전은 미국 레녹스에 있는 EPRI 야외 실증시험장에 장비를 설치해 장기 운전 데이터를 확보하고, 북미 계통 환경에 맞게 진단 알고리즘과 시스템 성능을 보완할 계획이다.
이번 실증은 기술 검증뿐 아니라 해외 사업화에 필요한 운용실적을 쌓는 과정이기도 하다. 전력설비 진단장치는 장기간의 현장 데이터와 신뢰성 검증 결과가 발주처의 구매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내 변전소에서 확보한 실적에 EPRI 시험장의 데이터를 더하면 북미 전력회사 등을 대상으로 기술 신뢰도를 제시하기가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HVDC 애자 진단 결과를 실제 선로 유지보수 기준에 반영하고, TransGuard-MX는 북미 실증 이후 해외 사업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김대한 한전 전력연구원장은 “HVDC 선로 운영기술을 확보하고 변압기 부싱 진단기술의 신뢰성을 높여 연구 성과의 해외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