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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위기와 기회 맞이한 발전공기업
국내 공공주도 1호 사업인 제주 한동평대 해상풍력 전경 /한국동서발전 제공
[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정부는 핵심 국정과제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5월 19일 ‘제38차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재생에너지 2030년 100GW, 2035년 발전 비중 30% 이상 달성’을 목표로 2035년까지의 재생에너지 중장기 이행계획을 제시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발전공기업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발전공기업의 재생에너지 행보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그간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에서 중심 역할을 해오던 발전공기업이 RPS 제도 개편이라는 변화와 함께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에 따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2040년 탈석탄 로드맵이 구체화 되면 석탄을 주요 사업원으로 하는 발전공기업 5사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사라지는 석탄화력발전소의 90%가 발전공기업에 해당한다. 지금도 이미 발전공기업의 발전소 가동률이 50%를 하회하고 있다. 전력 거래량도 2010년 61.9%에서 2024년 기준 34%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석탄발전을 폐지하는 대신 그 빈자리를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채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1월 에너지 분야 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 발전 5사(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에 정부의 재생에너지 목표에 발맞추어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힘써줄 것을 주문했다.
발전 5사, 재생에너지 개발 확대
발전 5사의 주요 계획에 따르면 한국남동발전은 태양광에 대해 염해 간척지(해남 400MW)를 활용하고, 산단(80MW)의 기업 유치를 확대한다. 남동발전은 지난 8월 국내 최대 규모의 해남 재생복합단지 태양광발전사업(400MW)을 착공했다. 올해 완도 금일(600MW), 2027년 신안(300MW), 2029년 인천 지역(2,040MW)의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도 착공할 예정이다.
한국중부발전은 민간 공동 2.1GW, 공공주도 중심 해상풍력단지(보령·인천 1.8GW) 총 3.9GW와 RE100 확산을 위한 산단 지붕 및 수상 태양광 352MW를 개발한다. 봉화·구례 양수발전(봉화 500MW, 구례 500MW) 예타를 완료하고 한국수자원공사와 중소형 양수발전을 신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첫 발전공기업 RE100 PPA 사례인 대구 군위군 풍백 육상풍력 발전단지 /한국서부발전 제공
한국서부발전은 핵심지역(태안권·서남권) 중심의 공공주도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6.4GW)를 개발한다. 경주 운곡(37MW) 등 육상풍력 신규 사업 확대(1GW)도 추진한다. 태양광은 석탄폐지 대체 전력망을 활용하고, 공공 입찰·RE100 산단 등의 사업 개발(4.9GW)을 추진한다.
2025년 12월 태안 1호기를 폐지한 서부발전은 태안화력의 청정에너지 개발단지 조성 청사진을 마련할 예정이다. 양육점·배후항만(해상풍력), 옥외저탄장·회사장(태양광 단지), 옥내저탄장(기자재 창고) 등의 유휴부지·시설 활용 계획이 포함된다.
한국남부발전은 올해 영광 야월풍력(104MW), 2027년 다대포 풍력(99MW)을 각각 착공한다. 고흥 어전풍력 발전사업허가 획득(96MW), 부산 사하풍력 인허가(306MW) 등도 추진한다. 올해 안으로 고속도로 태양광(11MW)을 준공하고, 2027년부터 나주호 등 228MW의 수상태양광 개발도 추진한다.
한국동서발전은 육·해상 풍력 인허가 적기 추진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속한다. 육상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5개) 및 진행(2개) 프로젝트의 개발행위허가 접수를 추진한다. 양산(37MW), 매막재(40MW), 가덕산(36MW), 스마일(49MW)은 올해 개발행위허가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공공주도 1호 사업인 한동평대 해상풍력(110MW)은 지난 4월 30일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했다.
동서발전은 1단계 새만금 수상태양광(200MW) 지분 20% 참여와 백곡지 수상태양광(40MW) 사업권 확보도 추진한다.
RPS 개편 중심에 선 발전공기업
앞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있어 발전공기업의 공적 역할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수도권·충청·강원권 등에 태양광 GW급 10개 프로젝트를 신규 발굴(12GW)키로 했는데, 간척지(시화·화옹), 접경지역, 석탄발전 폐지 부지 등 계통 수용성 및 공공성이 확보된 대규모 유휴부지를 우선 활용해 신속하게 대용량 재생에너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석탄발전소 폐지부지를 재생에너지 거점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재생에너지 확대 기반도 마련한다. 88개 공공기관은 K-RE100(자가 설비 및 PPA 중심) 이행실적, 8개 에너지 공기업은 기관별 재생에너지 보급실적 및 발전량을 평가받게 된다. 8개 에너지 공기업에 대해서는 국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의 일정 비율을 경영 평가지표 만점 기준으로 제시할 방침이다.
특히 정부는 RPS 제도를 개편해 발전공기업의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석탄발전 폐지에 따른 정의로운 전환(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과도 부합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 RPS 제도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 재생에너지 설비용량(누적)은 2012년 4GW에서 2024년 40GW로 10배 가량 확대되었고, 발전비중도 2012년 1.5%에서 2024년 9.18%로 6배 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보급 확대 한계, 공공성 약화, 의무이행 비용 상승으로 인한 전기소비자 부담 증가 등의 문제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6월 내놓은 ‘재생에너지 지원사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발전공기업 등 재생에너지 공급의무자들이 자체 건설을 통한 재생에너지 발전보다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방식을 통해 손쉽게 외부에서 의무량을 충당함으로써 민간 의존도가 높아져 공공성이 약해지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었다.
재생에너지 공급의무자들의 연도별 공급의무량 이행실적을 보면 자체 건설 비중은 2014년 54.4%까지 상승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5년에는 18.7%로 낮아졌다. RPS 제도의 핵심인 발전공기업들이 재생에너지 보급을 대부분 외부 조달로 충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전과 발전자회사의 신재생에너지 점유율은 2024년 기준 8.6%에 불과하며, 2012~2024년 동안 매년 감소했다.
발전 비중(발전량) 의무 방식에서 설비용량 보급 의무로 전환하는 한편 REC 제도와 현물시장을 폐지하고, 재생에너지 계약시장제도(경매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게 정부의 RPS 개편 방향이다. 용량 단위 의무이행을 위해서는 자체 건설(또는 SPC를 통한 공동건설)이 필수적이기에 발전공기업의 공공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RPS 개편과 관련한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이 지난 8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발전 5사 통합…재생에너지 중심 전환
정부는 석탄 발전 위주의 발전공기업 5사를 통합해 재생에너지 중심 공기업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 포함된 내용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6월 18일 개최한 ’에너지 전환기 전력공기업들의 새로운 역할 연구‘ 중간 보고회에서 발전 5사를 1사 단일 법인으로 통합하는 모델이 최적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이번 연구용역을 수행한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현재의 발전공기업 체계는 경쟁을 유도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각자도생’으로 이어져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전환을 구조적으로 제약한다. 개별 회사 및 발전소 단위 의사결정으로 동일·유사 대체사업 중복 투자가 발생하고, 장기적·대규모 전환 투자 유인이 부족해 에너지 전환 추진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상풍력과 같이 대규모 투자비가 필요한 재생에너지 사업에는 한계가 있다. 대규모 석탄발전 폐지로 인력 전환이 불가피하나 통합적 인력 재배치와 신속한 전환 대응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8월 착공한 국내 최대 규모의 해남 재생복합단지 태양광발전사업(400MW) 조감도 /한국남동발전 제공
기후부는 지난 4일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발전공기업 통합방안 간담회’를 개최하고, 발전 5사를 1개 사로 통합한 (주)한국발전을 2027년 10월 1일 공식 출범하는 것을 목표로 발전공기업 통합을 추진한다고 공식 밝혔다.
일본 JERA, 중국 CHN 에너지, 프랑스 EDF 등 글로벌 주요 전력사는 에너지 전환기에 대규모·장기 투자가 필수적이고 좌초자산 리스크가 확대됨에 따라 분절된 조직·자산 구조로는 전환 속도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통합을 선택했다.
국내 발전공기업들도 통합을 통해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달성을 견인하고, 글로벌 거대 전력사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