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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연, ‘뉴로패널’로 건물 전력 15.6% 절감
연구진 단체사진(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교석 박사후연구원, 김종훈 책임연구원, 류승환 책임연구원, 한광우 선임연구원, 최하늘 선임연구원) / 에너지연 제공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건물 내 수십 개 말단 전기 회로에 값비싼 계측기를 일일이 달지 않고도 낭비 전력을 정밀 추적해 차단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상용화 수순을 밟는다. 건물 메인 차단기의 단일 전력 데이터만으로 용도별 세부 소비 패턴을 분리해 내고 불필요한 부하를 자동 식별함으로써 상업용·공공 건물의 탄소중립 전환 속도를 한층 끌어올릴 전망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ICT연구단 김종훈 박사 연구진은 분전반에 탑재돼 회로별 낭비 지점을 스스로 찾아내는 AI 기반 엣지 장치 ‘뉴로패널(NeuroPanel)’ 기술을 전력기기 전문 제조기업 선도전기(주)에 이전했다고 밝혔다.
건물 내부의 전기를 층과 구역, 용도별로 나누는 분전반은 전력 소비 실태를 파악하는 핵심 길목이지만, 수십 개에 달하는 하위 회로마다 계측 설비를 구축하기에는 막대한 비용과 관리적 한계가 뒤따랐다. 이로 인해 기존 건물 에너지 관리 시스템(BEMS)은 메인 차단기 중심의 거시 계측에 머물렀고, 공실 냉난방이나 야간 조명 등 세부 낭비 요소는 관리의 사각지대로 방치돼 왔다.
연구진은 메인 차단기에서 수집한 1분 단위 유효전력 시계열 데이터만으로 하위 회로들의 소비량을 역추정하는 ‘비침습적 부하분리(NILM)’ 모델을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합주 속에서 개별 악기 소리를 가려내듯, 다채널 딥러닝 기법을 통해 추가 계측기 설치 없이도 개별 회로의 전력 사용량을 읽어낸다. 실증 평가 결과 부하분리 정확도 오차율(nMAE)은 13.0% 수준을 기록했다.
나아가 분리된 전력 패턴을 조명, 냉난방, 전열, 환기, 급탕, 실험실 등 6개 용도로 자동 매핑하고, 은닉 마르코프 모델(HMM)을 통해 실제 재실 및 냉난방 스케줄을 비지도 학습으로 추정한다. 이를 기반으로 기저부하와 중앙 공조를 판별한 뒤 재실 스케줄과 일치하지 않는 낭비 부하를 3단계 로직으로 선별해 관리자에게 차단을 권고하는 방식이다.
소형 분전반 환경에 최적화하기 위해 연산 효율도 대폭 끌어올렸다. 인간 뇌 신경망의 신호 전달 방식을 모방한 스파이킹 신경망(SNN) 기반 예측 모델을 적용해 87.57%의 상태 예측 정확도를 달성하면서도, 동급 인공신경망 대비 추론 에너지를 약 54% 절감했다. 또한 현장 데이터를 외부로 반출하지 않고 분전반과 서버 간 가중치만 교환하는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 구조를 채택해 보안 민감 시설 적용성도 확보했다.
에너지연 본원 2개 건물 6개 분전반(152개 회로)을 대상으로 사계절 3.6개월간 통합 제어를 검증한 결과, 전력 소비량이 기존 8만4,232kWh에서 7만1,134kWh로 줄어 15.6%(1만3,098kWh)의 절감률을 입증했다. 특정 분전반의 경우 최대 22.3%의 절감 효과를 나타냈다.
기술을 이전받은 선도전기는 수배전반 및 분전반 제조 전문성을 바탕으로 연구진과 협력해 32인치 터치 패널과 소형 AI 컴퓨터가 내장된 지능형 분전반의 제품화 및 조기 사업화에 착수할 계획이다.
연구책임자인 김종훈 책임연구원은 “단순히 전력을 분배하던 분전반이 스스로 에너지를 통제하는 지능형 설비로 진화하면 건물 에너지 절감과 국내 전력기기 산업의 AI 전환을 동시에 견인할 수 있다”며 “시작품 단계에서 산업 수요와 조기에 연결된 만큼 현장 실증과 완성도 제고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