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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네팔 기후재난 앞에서 다시 묻는 응답능력과 책임

투데이에너지
2026-09-14
[기고] 네팔 기후재난 앞에서 다시 묻는 응답능력과 책임

[투데이에너지]

서울에너지드림센터·서울특별시환경교육센터 이용성 센터장

지난 8월 26일 네팔과 중국 국경의 히말라야에서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지진으로 알려졌지만, 빙하와 암석의 붕괴로 발생한 진동이 지진파로 관측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얼음과 암석, 토사가 강으로 쏟아지면서 돌발홍수와 토석류가 마을과 도로를 덮쳤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었다.

빙하 붕괴는 지구의 온도 변화와 떼어놓기 어렵다. 힌두쿠시히말라야통합개발센터(ICIMOD)는 이 지역의 빙하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이전 10년보다 65% 빠르게 사라졌다고 밝혔다(ICIMOD, 2023). 하나의 재난을 기후변화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얼음과 물, 암석 사이의 균형을 흔들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네팔을 바라보며 물어야 할 것은 어떤 도움을 보낼 것인가에 그치지 않는다. 히말라야의 빙하를 녹이고 지구의 균형을 흔들어 온 삶과 산업의 방식에 누가 더 큰 책임이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네팔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0.1%에 불과하다(World Bank, 2022). IPCC도 기후변화에 가장 적게 기여한 취약한 공동체가 그 영향을 불균형하게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IPCC, 2023). 많이 배출한 국가와 기업은 풍요를 누리는 반면, 책임이 작은 지역의 사람과 생명은 삶의 터전부터 잃고 있다. 기후재난을 불가피한 자연현상으로만 받아들이면 이러한 책임은 보이지 않는다. 피해지역은 도움의 대상으로 남고, 재난에 큰 영향을 끼친 국가는 선의를 베푸는 위치에 서게 된다.

그러나 네팔에 필요한 것은 주요 배출국의 동정이나 자선이 아니다. 기후위기를 만들어 온 국가와 기업이 온실가스를 더 빠르게 줄이고, 이미 발생한 손실과 피해에 합당한 몫을 부담해야 한다. 그것은 도움이 아니라 책임이며, 시혜가 아니라 기후정의의 문제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손실과 피해 대응기금을 마련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UNFCCC, 2023). 주요 배출국이 부담할 비용은 어려운 나라에 베푸는 원조나 기부금이 아니라, 자신들이 만들어 온 지구의 손상에 대한 책임이다.

응답능력은 재난 뒤 얼마나 빨리 구조하고 지원하는지를 뜻하지 않는다. 도나 해러웨이는 ‘트러블과 함께하기’에서 손상된 지구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응답할 수 있는 능력(response-ability)’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Haraway, 2016). 지구를 나와 분리된 대상으로 바라보고 돕는 것이 아니라, 그 손상에 나의 삶과 사회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알아차리고 책임 있게 답하는 능력이다. 캐런 바라드도 인간과 자연, 물질과 사회를 분리된 실체로 보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존재와 얽혀 있으며, 책임은 관계 밖의 선택적 선행이 아니라 그 관계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윤리적 의무다(Barad, 2007).

네팔의 빙하와 강, 사람들의 삶은 우리의 에너지 소비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가 배출한 탄소는 국경을 넘어 얼음과 물, 생명의 관계를 흔든다. 환경교육은 가려진 관계와 책임을 드러내야 한다. 네팔의 재난과 우리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고, 내가 누리는 삶이 누구의 희생과 어떤 존재의 손상 위에 놓여 있는지 질문하게 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시민성은 지구 반대편의 고통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넘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정의를 요구하고 변화에 참여하는 능력이다. 네팔의 참사는 손상된 지구가 보내는 신호이자 우리의 삶과 성장 방식에 대한 물음이다. 주요 배출국은 피해지역을 돕겠다는 말에 앞서 자신이 져야 할 책임부터 말해야 한다. 우리 역시 지구의 바깥에서 도움을 내미는 존재가 아니다. 지구를 손상시킨 관계 안에서 그 손상에 응답할 책임이 있다.

기후위기 시대의 응답능력은 그 결과를 외면하지 않고 책임을 인정하며 삶과 사회를 바꾸어 가는 능력이다.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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