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업계뉴스
미-사우디 ‘123 협정’ 체결, 한국 에너지·안보 전략에 남긴 과제
세계경제 포커스 Vol.9 No.64 표지 /KIFP 제공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기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14일 발행한 세계경제 포커스 보고서 '미국-사우디아비아 원자력 협력협정 체결의 주요내용과 시사점' 에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체결한 평화적 원자력 협력 협정(일명 123 협정)은 양국 간 민간 원자력 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새로 마련하면서 중동 에너지·안보 지형에 중요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먄, 이번 협정은 미국의 원자력법 제123조에 근거해 미국 기업의 사우디 원전 사업 참여 문호를 열어주며, 향후 원전 건설·연료공급·핵연료주기 관리 등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을 높였다.
협정의 핵심 조항은 비확산 요건을 전제로 하되,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민감 기술 이전 가능성을 일정 조건 하에 열어두었다는 점이다.
특히 민감 핵기술은 공동 연구(JECS)나 양국 서면 합의 시 이전될 수 있고, 우라늄 농축 역시 미국의 동의 절차를 전제로 제한적으로 허용될 수 있도록 규정됐다. 이는 과거 미-UAE 협정보다 완화된 성격으로, 국제사회의 비확산 우려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다.
사우디 측의 원자력 도입 배경에는 전력 수요 증대와 에너지 믹스 다변화 전략이 있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등 전력 집약적 산업 확장과 여름철 발전용 원유 연소 의존도를 낮추려는 목적이 맞물리며, 원자력은 전력 안정화와 원유 수출여력 확보라는 국가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수요 배경은 사우디가 원전 도입을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보여준다.
보고서는 한국에 대한 시사점은 다방면에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첫째, 미국 기업의 사우디 원전 시장 진출로 한국 원전 산업의 해외 수주 경쟁판도가 변할 수 있다. 한국은 UAE 바라카 원전 시공 실적을 보유하고 있어 기술·시공 역량을 앞세운 수주 기회를 모색할 수 있으나, 미국의 협정 발효는 한국 기업의 경쟁 환경을 재설정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핵심광물·연료공급·국제검증체계(BSA 등)와 관련한 규범·절차 변화는 공급망·안보 협력의 새로운 이슈를 제기한다. 사우디 협정은 IAEA 추가의정서 대신 양자 핵 안전조치 협정(BSA)을 통해 검증체계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기존 ‘골드 스탠더드’ 수준의 비확산 조건과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규범·검증 요구사항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는 또 정책적 권고로는 다음과 같은 점이 우선 검토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단기적으로는 한·미·사우디 간 협력 가능성과 관련해 한국 기업의 진출 여건·리스크(정치적 조건, 기술이전 제한, 검증 의무 등)를 재평가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핵연료주기·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 전략, 원자력 수출 시 비확산·안전성 확보를 위한 외교·기술 협력 채널 강화가 필요하다. 또한 국내 에너지 전환·수소·재생 확대 전략과 연계한 전력수급 시나리오를 보완해 원전 도입에 따른 경제·환경·안보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정이 단순한 상업 협력의 틀을 넘어 지역 내 전략적 균형과 기술·자원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협정 발효 과정에서 의회·정치적 변수와 투명성·검증 문제는 계속된 논란의 대상이 될 전망이며, 한국은 자국 산업의 이익과 국제 비확산 의무를 동시에 고려한 외교·산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