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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목표, ‘가능성’보다 ‘실행 경로’ 따진다
[에너지신문]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실제 달성 가능한 기술과 비용을 토대로 분석하기 위한 산학 협력이 추진된다. 선언적인 감축 수치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산업·발전·수송 부문에서 어떤 기술을 언제 도입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이행 경로를 찾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한국에너지공단과 세종대학교는 지난 11일 온실가스 감축잠재량 분석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공단이 축적한 온실가스 감축기술 데이터와 정책 분석 경험에 세종대의 연구·교육 역량을 결합할 계획이다. 주요 협력 분야는 에너지 시스템 분석에 필요한 자료 제공과 TIMES 분석모형 활용, 감축잠재량 분석 교육과정 운영, 전문 강사진 확보와 인력 양성, 연구성과 확산 등이다.

▲최재관 에너지공단 이사장(오른쪽)과 엄종화 세종대 총장.
감축잠재량은 특정 기술이나 정책을 적용했을 때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 규모를 뜻한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나 부문별 이행계획을 수립하려면 기술적으로 가능한 감축량뿐 아니라 투자비와 운영비, 에너지 수요, 설비 교체 주기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번 협력에 활용되는 TIMES(The Integrated MARKAL-EFOM System)는 이러한 조건을 반영해 중장기 에너지 시스템을 분석하는 비용최적화 모형이다. 산업·발전·수송 등 부문별 기술 특성과 정책 조건을 입력하면 정해진 감축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기술 조합과 에너지 공급구조의 변화를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발전 부문에서는 재생에너지와 원전, 가스발전, 에너지저장장치 등의 조합을 비교하고, 산업 부문에서는 전기화와 수소, 연료전환, 고효율 설비가 어느 시점에 얼마나 도입돼야 하는지 살펴보는 방식이다. 분석 결과는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감축수단별 비용을 비교하는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이번 협력의 실효성을 좌우할 핵심은 모형에 입력되는 데이터의 정확성과 최신성이다. 같은 분석모형을 사용하더라도 기술가격과 연료비, 전력수요, 설비수명, 보급 가능 속도를 어떻게 가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수소환원제철이나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무탄소 연료 기술은 향후 비용과 보급 시점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특정 기술의 경제성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설정하면 실제 정책 이행 과정에서 투자비와 감축량 사이에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양 기관의 협력은 단순한 분석모형 운용을 넘어 기술 데이터의 지속적인 갱신과 분석 가정 공개, 시나리오별 비교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산업계와 연구기관이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전문인력 양성도 주요 협력축이다. 온실가스 감축잠재량 분석에는 에너지공학과 경제성 분석, 통계, 정책에 대한 복합적인 이해가 필요하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인력은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에너지공단과 세종대는 관련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강의와 강사진을 공동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공단의 정책·사업 경험을 대학 교육에 접목하면 이론 중심의 모형 교육을 실제 정책과 산업 현장에 연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협약식 이후에는 최재관 에너지공단 이사장이 에너지정책과 햇빛소득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이어 이주희 세종대 교수가 지역 에너지공동체 사례를 소개하며 지역 단위 에너지전환의 방향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