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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기기 성능검증에 ‘국제 신뢰도’ 더한다
[에너지신문] 국내 원전기기 성능검증 체계가 미국 전기전자공학회(IEEE)와의 상호인정을 발판으로 해외 신뢰도 확보에 나선다. 원전 설비 수출 과정에서 반복되는 시험·검증 부담을 덜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실제 비용과 기간 단축으로 이어지려면 해외 발주처와 규제기관의 수용 범위를 넓혀야 하는 과제도 제시됐다.
한국원자력안전재단은 14일 경기 성남에서 IEEE와 원전기기 성능검증 분야 상호인정협약(MRA)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재단과 IEEE가 각각 운영하는 성능검증 관련 심사·인증체계가 동등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상호 확인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양 기관이 심사·인증한 기관에는 재단과 IEEE의 로고, MRA 관련 사항이 함께 표시된 인증서가 발급된다.

▲전기기 성능검증 MRA 체결식이 진행되고 있다.
지진·고온·방사선 견디는지 검증
원전기기 성능검증은 안전 관련 기기가 지진이나 고온·고압, 방사선 등 사고 환경에서도 설계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일반적인 제품 시험을 넘어 원전 안전성과 직결되는 만큼 시험설비뿐 아니라 전문인력, 기술역량, 품질보증체계와 시험 결과의 추적성까지 요구된다.
재단은 원자력안전법에 따른 성능검증관리기관으로, 국내 성능검증기관의 인증과 사후관리, 실태조사 등을 맡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 원전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을 계기로 국가 주도의 성능검증기관 관리 필요성이 커졌고, 2015년 관련 법 개정 이후 인증제도가 본격적으로 운영됐다. 재단의 원자력안전통합정보시스템에는 현재 국내 성능검증기관이 34곳으로 집계돼 있다.
IEEE는 전기·전자 분야 기술기준을 개발하는 국제 전문기관이다. IEEE 기준은 원전 전기기기 설계와 내환경·내진 검증 등에 폭넓게 활용되며, 미국 일부 성능검증기관을 대상으로 별도의 인증체계도 운영하고 있다.
해외 재검증 부담 줄어들까
산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국내에서 수행한 성능검증 결과의 해외 활용 가능성이다. 원전 부품을 수출하려는 기업은 국내 시험을 마친 제품이라도 수출 대상국이나 발주처의 요구에 따라 해외 기관에서 다시 검증받는 경우가 있다. 이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납품 일정도 길어질 수 있다.
재단은 이번 MRA를 통해 국내 성능검증기관과 검증 결과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가 높아지면 이러한 중복 확인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시험·인증기관에는 해외 사업 참여 기회가, 기자재 업체에는 수출 절차 단축 가능성이 각각 열리는 셈이다.
다만 공동 표시 인증서가 모든 국가와 발주처에서 국내 시험 결과의 자동 승인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원전 사업은 국가별 규제체계와 사업자 품질요건이 서로 다른 데다, 계약 단계에서 특정 시험기관이나 별도 검증을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약의 성과는 향후 IEEE 기준과 국내 인증요건의 정합성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해외 규제기관·원전 운영사·주기기 공급사까지 국내 검증 결과의 수용 범위를 넓힐 수 있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상호인정 체계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과 심사 품질 유지도 필요하다.
김성진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은 이번 협약을 “국내 성능검증기관 인증체계가 국제적인 체계와 나란히 설 수 있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IEEE와의 협력을 확대해 국내외에서 수행되는 성능검증의 신뢰도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원전 안전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MRA는 국내 원전기기 성능검증 체계가 국제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제도적 연결고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공동 인증서가 실제 해외 프로젝트의 시험 인정과 수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지가 협약의 실효성을 가르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