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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18.4GW 청사진…성패 가를 ‘전력망 접속’

에너지신문
2026-09-21

[에너지신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충 경쟁이 전력망 확보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서버를 확보하더라도 필요한 시점에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면 연산 인프라의 가동을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가 제시한 2035년 1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상에서도 실제 계통 접속까지의 거리가 사업 성패를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전의 대응은 전력망 여유가 있는 지역으로 신규 수요를 유도하고, 필요한 송변전 설비를 앞서 확보하는 방향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여기에 AI 연산의 급격한 전력 변동을 관리할 접속·운영 기준 마련까지 더해졌다.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전력공급 전략의 범위가 입지와 설비 건설, 수요 관리, 계통 안정성을 함께 다루는 단계로 넓어지는 흐름으로 읽힌다.

◆수도권 집중 완화에서 국가 AI 인프라 지원으로

정책의 출발점은 수도권에 몰린 데이터센터 수요의 분산이었다. 정부는 2023년 3월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 방안을 논의했다. 대규모 전력소비 시설의 계통 평가를 강화하고, 지방 입지 기업에 대한 지원과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산업부·한전·지자체가 참여하는 지역별 투자 지원체계도 제시됐다.

당시 대책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전력수요를 관리하는 데 무게를 뒀다면, 올해 들어서는 국가 AI 인프라 구축을 뒷받침하는 공급체계 마련으로 정책의 비중이 확대됐다.

지난 5월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후부는 AI 데이터센터 전력공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데이터센터에 국가전력계통을 통해 전력을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GW급 신규 구축 수요에는 공동 전담조직을 구성해 대응하기로 했다. 기후부는 이를 5월 7일 국회를 통과한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의 후속조치로 설명했다.

6월 29일 발표된 3대 메가프로젝트에서는 구축 규모가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정부는 SK·GS·네이버와 협력해 1단계 8.4GW를 조성하고, SK의 추가 확장을 통해 2035년까지 총 18.4GW로 확대하는 구상을 내놨다. 다만 이는 중장기 투자·구축 목표로, 전량의 전력공급 계약이나 계통 접속이 완료됐다는 의미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AI 데이터센터 구상에 따르면 실제 계통 접속까지의 거리가 사업 성패를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사진은 AI 생성 이미지)
▲정부의 AI 데이터센터 구상에 따르면 실제 계통 접속까지의 거리가 사업 성패를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사진은 AI 생성 이미지)

◆‘어디에 지을 것인가’에 전력망 정보 반영

계통 확보 전략에서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입지 선정 단계의 변화다. 정부는 6월 대책에서 345kV 계통 여유 변전소 정보 공개와 비수도권 AI 데이터센터의 전력계통영향평가 신속 처리를 제시했다. 기존 선로의 용량 증설과 주민 밀집지역 지중화 확대, 동기조상기 등 안정화 설비 확충도 추진 방향에 포함했다.

이는 기업이 부지를 확정하기에 앞서 전력공급 여건을 투자 판단에 반영하도록 유도하는 접근으로 해석된다. 계통 여유가 있는 곳에 수요가 들어서면 신규 장거리 송전망에 대한 의존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지역의 발전량이나 변전소 여유용량만으로 개별 사업의 공급 시점까지 보장되지는 않는다.

한전과 지자체의 협력도 이 지점에 맞춰지고 있다. 9월 9일 강원특별자치도와 한전이 체결한 협약에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와 국가기간 전력망 구축 협력이 담겼다. 강원도는 인허가·관계기관 협의·주민 수용성을 지원하고, 한전과 실무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했다. 한전은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구조를 뒷받침하도록 전력망을 선제적으로 확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러한 역할 분담의 실효성은 협약 이후에 판가름 날 전망이다. 유치 목표가 실제 공급계획으로 이어지려면 접속 지점과 공급용량, 필요한 보강설비, 건설 일정이 구체화돼야 한다. 지방 분산의 성과 역시 유치 발표 건수와 함께 실제 전력이 공급된 용량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한전의 망 확충, 투자계획을 공정으로 바꿔야

전력망 자체의 확충은 한전 전략의 기본 축이다. 한전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제11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은 2024~2038년을 대상으로 총 72조8000억원의 투자 소요를 제시했다. 첨단산업 전력공급, 호남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계통 안정화 설비 등이 포함됐다. 이 금액은 국가 송변전망 전반의 투자계획으로, AI 데이터센터만을 위한 예산은 아니다.

문제는 기존 계획 수립 이후 대규모 수요가 추가로 제시됐다는 점이다. 기후부는 8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정책토론회 안내에서 6월 메가프로젝트 발표를 반영해 전력수요 전망을 재검토해 왔다고 밝혔다. 산업 투자계획의 변화가 국가 수요 전망과 후속 전력망 계획에 다시 반영되는 과정이 진행 중인 셈이다.

향후 한전에는 신규 수요의 입지와 가동 시점을 송변전설비 준공 일정에 맞추는 작업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초기 가동분은 기존 계통을 활용하고 후속 증설분은 망 보강에 맞춰 연결하는 방식도 사업별로 검토할 수 있다. 전체 목표용량을 한꺼번에 공급하는 접근보다 단계별 투자와 수요를 확인하기에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행 단계에서는 건설 재원과 주민 수용성이 함께 시험대에 오른다. 전력망 투자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업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고, 특정 데이터센터 접속을 위한 설비와 여러 수요처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설비의 비용을 어떻게 나눌지가 중요해진다. 공급 약속을 구체화할수록 비용부담과 일정에 관한 협의도 앞당겨질 필요가 있다.

◆AI 특유의 부하 변동...연내 그리드코드 추진

8월 27일 출범한 기후부의 AIDC 연구회는 전력공급 논의에 새로운 과제를 더했다. 목표는 국내 계통 특성을 반영한 AI 데이터센터 그리드코드를 연내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드코드는 전력망에 안정적으로 연결되기 위해 설비가 갖춰야 할 최소 기술요건을 뜻한다.

기후부는 AI 학습·추론 과정에서 밀리초 단위로 MW급 전력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연구회 출범 배경으로 제시했다. 대규모 전력의 확보와 함께 빠르게 달라지는 부하를 어떻게 수용할지도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다.

연구회는 데이터센터의 설비구성과 수요 특성, 전력사용효율(PUE)을 살펴볼 예정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가 본래의 보호·백업 기능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계통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접속 전략과 제도도 논의한다.

이 방향은 데이터센터 운영자에게도 설계 초기부터 계통 요구조건을 고려할 필요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보완설비의 계통 지원 범위와 성능 검증 방식, 사업자의 비용부담은 앞으로 구체화할 사안이다. 연구회가 검토하는 내용을 이미 확정된 의무로 받아들이기는 이르다.

◆전력 조달계약과 실제 접속 사이의 과제

지역 발전원을 활용한 전력 조달도 주요 검토 대상이다. 정부는 AI 데이터센터 입지에 맞춰 재생에너지·원전·일부 화석연료를 활용하고, 지역별 전기요금과 AI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급 여건과 가격 신호를 함께 조정해 비수도권 투자 유인을 높이려는 구상이다.

그러나 조달제도만으로 물리적 계통 문제까지 해결되기는 어렵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동해 GS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동해·북평변전소를 활용한 단계적 공급이 논의되고 있지만, 전체 2.4GW 계획을 뒷받침하려면 접속 검토와 망 보강, 비용분담 협의 등이 필요하다. 송전제약 지역의 발전전력을 활용하는 PPA 역시 해당 사업에 대한 적용이 확정된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도됐다.

이 사례는 지역에 발전설비가 있고 전력 구매 의사가 있어도 실제 공급까지는 여러 절차가 남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발전원 확보와 전력 거래조건, 물리적 접속 가능성을 함께 확인해야 사업 일정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제시한 전용 요금제 역시 세부 설계가 관건이다. 산업 육성 효과와 함께 망 보강비용 회수, 지역 분산 효과, 계통 안정화 참여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반영할지에 따라 제도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요금 혜택과 계통 부담 사이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어야 정책의 지속성도 확보하기 쉬울 것으로 보인다.

◆향후 관건은 수요 검증과 공급 일정의 일치

향후 전망을 가를 첫 번째 변수는 수요의 구체성이다. 기업의 장기 확장 목표, 실제 투자 확정분, 단계별 전력 사용량을 구분해야 전력망 과잉투자와 공급 부족을 함께 줄일 수 있다. 환경·시민사회도 8월 20일 기자회견에서 메가프로젝트 전력수요의 산정 근거와 전제를 공개하고 검증할 것을 요구했다. 효율 향상과 수요의 지역 분산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두 번째는 연내 추진되는 그리드코드가 실제 사업 설계와 접속 협의에 얼마나 명확한 기준을 제공하느냐다. 기준이 마련되더라도 적용 대상과 시점, 검증 절차가 모호하면 사업자의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 있다. 계통 안정성 확보와 투자 예측 가능성을 함께 높이는 설계가 요구된다.

세 번째는 제12차 전기본과 후속 송변전계획의 연계다. 기후부는 8월 발표에서 9~10월 신규원전, 석탄발전 폐지 로드맵, 전력시장 개편, 송변전계획 등을 주제로 토론회를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데이터센터 수요를 어떤 발전원과 전력망, 수요관리 수단으로 충족할지 구체화하는 과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의 대책을 종합하면 정부와 한전의 전략은 입지 분산과 선제적 설비 확충, AI 부하에 맞는 계통 운영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모이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구상을 사업별 공급용량과 접속 시점, 비용부담 조건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력도 앞으로는 발표된 GW 규모와 함께 ‘언제부터 안정적으로 전기를 쓸 수 있는가’에 의해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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