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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배관위원회 11월 출범…‘망 중립성’ 시험대 오른다

에너지신문
2026-09-21

[에너지신문] 가스배관시설 공동이용을 전문적으로 심의하고 관련 분쟁을 재정하는 법정기구인 ‘가스배관위원회’가 출범한다.

국회는 지난 4월 23일 본회의에서 산업통상부에 가스배관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고, 개정법은 5월 26일 공포됐다. 법률 제21682호에 따라 개정 조항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오는 11월 27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현재 가스산업의 관심은 ‘위원회 설치’를 넘어 ‘어떤 기준으로 배관망 이용을 판단하고, 얼마나 중립적으로 분쟁을 조정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LNG 직수입 확대와 민간 저장시설 확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가스공사가 보유한 배관망을 둘러싼 사업자 간 이해관계도 복잡해지고 있다.

법정기구인 가스배관위원회가 경쟁 촉진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과제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향후 가스산업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 법정기구 ‘가스배관위원회’ 출범

기존 가스시장에서는 한국가스공사가 LNG 도입과 공급 인프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LNG 직수입이 확대되면서 민간사업자가 직접 LNG를 도입하고 저장한 뒤 가스공사의 배관망을 이용해 수요처로 공급하는 시장구조가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배관망 이용 여부와 인입 가능량, 이용료 및 이용조건은 사업자의 LNG 도입과 공급계획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됐다.

특히 배관망을 보유하고 운영하는 사업자와 이를 이용하려는 사업자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배관망 이용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기준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돼 왔다.

가스공사는 그동안 배관시설 이용과 관련해 자체적인 심의체계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이번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으로 배관 공동이용과 관련한 주요 심의와 분쟁재정 기능에 법률상 근거가 마련되면서 제도적 틀이 달라지게 됐다.

개정법은 가스배관시설 공동이용과 관련한 사항을 심의하고 관련 분쟁을 재정하기 위해 산업통상부에 가스배관위원회를 두도록 명시했다.

■ ‘독립 가스위원회’와 다르다

이번 법 개정에서 짚어야 할 부분은 가스배관위원회가 과거 논의돼 온 포괄적인 ‘가스위원회’와와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기존 가스위원회 논의는 가스시장 경쟁환경 조성은 물론 도매시장, 인프라 이용, 요금과 비용 산정 등 가스산업 전반의 규제와 감독을 독립적인 위원회가 맡는 방안까지 포함했다. 반면 이번에 법제화된 가스배관위원회의 업무는 가스배관시설 공동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이번 제도를 전기위원회와 같은 포괄적인 독립 규제기관의 출범으로 해석하기에는 범위와 권한에 차이가 있다. 가스배관위원회가 가스시장 전체를 규율하는 것이 아니라 배관망 공동이용이라는 구체적인 영역부터 법정기구를 통해 판단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번 법제화는 그동안 가스공사 중심으로 운영돼 온 배관망 이용에 대해 정부 산하 법정기구가 심의와 재정에 관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 가스 배관망 이용 ‘초점’

가스배관위원회의 역할은 결국 ‘배관망을 누가, 얼마나, 어떤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느냐’를 판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배관시설 인입지점별로 가스를 인입할 수 있는지,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 물량까지 인입할 수 있는지를 심의하는 것이 핵심이다. 배관시설 이용규정의 변경 역시 위원회의 심의 대상이다.

가스배관시설 공동이용과 관련해 위원회 재적위원 과반수가 심의를 요청하거나 산업통상부 장관이 심의를 요청한 경우에도 위원회가 다룰 수 있도록 했다.

심의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와 의견을 확보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됐다. 위원회는 관계 행정기관이나 배관시설 보유자·이용자에게 자료 또는 의견 제출을 요청할 수 있으며,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요청에 응해야 한다.

단순히 사업자 간 협의를 중재하는 수준을 넘어 배관망 이용과 관련한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심의할 수 있도록 법적 권한을 마련한 것이다.

■ 분쟁 발생하면 ‘재정’으로 판단

가스배관위원회의 또 다른 핵심 기능은 분쟁에 대한 ‘재정’이다.

배관시설을 보유한 사업자와 공동이용을 원하는 사업자 사이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협의 자체가 어려운 경우에는 일정한 요건 아래에서 가스배관위원회에 재정을 신청할 수 있다.

특히 배관시설 이용료나 그 밖의 이용조건에 관한 사항이 주요 대상이다. 위원회는 당사자들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한 뒤 재정을 내릴 수 있다.

재정서가 당사자에게 송달된 뒤 60일 이내에 관련 소송이 제기되지 않거나 소송이 취하되면 당사자 간에 재정 내용과 같은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보는 절차도 법에 규정됐다.

이는 기존의 사업자 간 협의 중심 구조와 비교하면 적지 않은 변화다. 배관망 이용을 둘러싼 사업자 간 이견이 발생할 경우 국가 차원의 판단 절차를 통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 위원 9명 이내…인선이 첫 시험대

가스배관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9명 이내로 구성된다. 위원장과 위원은 산업통상부장관이 임명 또는 위촉하며, 공무원이 아닌 위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하고 연임할 수 있도록 했다.

위원 자격에는 공무원, 판·검사·변호사, 법률·경제·경영·가스공학 및 에너지 분야 전문가 뿐만 아니라 가스 관련 기업이나 단체에서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경력자 등이 포함된다. 필요할 경우 전문위원회도 둘 수 있다.

여기서 향후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위원회의 전문성과 중립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한국가스공사와 민간사업자가 동시에 이해관계자가 되는 배관망 이용 문제를 다루는 만큼 어느 한쪽의 이해를 대변하기보다 기술적 전문성과 법률·경제적 판단능력을 갖춘 위원 구성이 필요하다.

특히 위원장과 위원의 임명·위촉권이 산업통상부장관에게 있는 만큼 향후 인선은 위원회의 성격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LNG 직수입, 26.6%까지 확대

가스배관위원회 출범의 배경에는 LNG 직수입 시장의 꾸준한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민간LNG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국내 LNG 직수입 물량은 1244만톤으로, 전체 LNG 수입량의 26.6%를 차지했다.

직수입 물량은 2022년 738만톤까지 감소했지만 2023년 925만톤으로 반등한 데 이어 2024년 1223만톤으로 32.2% 급증했고, 2025년에도 1244만톤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23년 21.0%에서 2024년 26.4%, 2025년 26.6%로 높아졌다.

직수입 사업자도 늘었다. 2005년 포스코와 SK E&S 등 2개사에서 시작한 LNG 직수입은 2015년 4개사를 거쳐 2024년 말 기준 25개사로 확대됐다.

2024년 직수입 물량을 용도별로 보면 발전용이 736만톤으로 60%, 산업용이 487만톤으로 40%를 차지했다. 특히 민간발전사의 직수입 물량은 617만톤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으며, 중부·서부·남부발전 등 발전공기업의 직수입 물량도 119만톤으로 5% 늘었다.

직수입 확대는 이번 가스배관위원회 출범과 맞물린다. LNG를 직접 도입하는 사업자가 늘어날수록 이들이 기존 가스배관망을 어떤 조건과 절차로 이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민간사업자가 LNG를 직접 도입하고 자체 또는 민간 LNG터미널을 이용한 뒤 가스공사 배관망을 통해 수요처에 공급하는 구조가 확대될수록 배관망은 여러 사업자가 이용하는 공통 인프라로서 중요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배관망 접속 가능 여부와 인입량, 이용료, 이용조건 등을 어떤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지가 시장의 중요한 제도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가스배관위원회가 담당할 핵심 과제도 여기에 있다. 배관망 이용을 확대하는 동시에 배관망 운영에 필요한 비용과 안정적인 시설운영 책임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다.

■ ‘배관 이용료’는 다음 ‘핵심 논쟁’

현재 법률상 가스배관위원회가 재정할 수 있는 사항에는 배관시설 이용료와 이용조건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배관시설 이용료를 어떤 원칙과 방식으로 산정할 것인지까지 현행 법률이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가스배관위원회가 출범하기도 전에 이용료의 투명성과 산정기준을 보다 구체화하려는 후속 입법이 등장했다.

이달희 의원 등 11인은 지난 6월 25일 도시가스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현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후속 법안은 가스배관위원회의 심의·재정 기능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배관시설 이용료 산정기준과 적정투자보수, 초과회수액의 산정 및 사용계획, 관설치 비용 부담과 지원, 회계 구분경리와 정보공개 등을 위원회의 심의 대상으로 추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 배관시설 이용료뿐 아니라 관설치 비용과 접속설비 설치·증설 비용, 초과회수액의 산정 또는 사용계획 등에 대해서도 위원회가 재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다만 이 법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계류 법안이다. 그럼에도 후속 법안이 나왔다는 것은 가스배관위원회의 역할을 단순한 분쟁조정기구에 머물게 할 것인지, 배관망 이용료와 투자비용의 투명성을 감독하는 수준까지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미 시작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진다.

■ 16차 수급계획에 나타난 민간 활용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2026년부터 2038년까지의 제16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서 국가 천연가스 비축체계를 강화하면서 자가소비용 직수입자 등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기존 공공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또 공공과 민간의 도입·재고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수급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민간기지 저장탱크 증설 등을 통해 2038년까지 최대 887만톤의 저장용량을 확보하는 한편 564km의 천연가스 주배관을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이는 향후 가스산업에서 공공과 민간의 인프라 활용 관계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민간의 LNG 도입과 저장시설 활용이 늘고 공공 배관망 공동이용도 확대된다면 배관망 이용에 관한 객관적인 기준과 분쟁조정 절차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 민간 ‘예측 가능성’ 기대 vs 가스공사 노조 ‘공공성’

가스배관위원회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민간 LNG업계는 배관시설 공동이용과 관련한 심의 및 분쟁재정 절차가 법률에 명시됐다는 점에서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면 가스공사 노동조합 등에서는 배관망의 공공성과 국가 에너지안보를 고려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이를 단순한 ‘가스공사 대 민간사업자’의 대립으로만 볼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간사업자의 배관망 접근을 어느 수준까지 보장할 것인지와 함께 배관망의 안정적인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비상 상황에서 민간 도입물량과 공공 도입물량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까지 함께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가스배관위원회의 판단 역시 시장경쟁만을 기준으로 할 수도, 공공성만을 이유로 배관망 이용을 제한할 수도 없는 구조다.

■ ‘독립 가스위원회’ 논의는 끝나지 않았다

가스배관위원회가 출범하면 그동안 이어져 온 가스위원회 논의는 사실상 마무리되는 것일까.

현재 법률만 놓고 보면 그렇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가스배관위원회가 담당하는 영역은 배관시설 공동이용과 이에 따른 분쟁재정이다. 천연가스 도매요금, 직수입제도 전반, 수급관리, 저장시설 공동이용 등 가스산업 전반을 독립적으로 규제하는 기구는 아니다.

따라서 향후 시장구조가 더욱 복잡해지고 민간사업자의 역할이 확대될 경우 배관망을 넘어 도입·저장·판매까지 포괄하는 가스시장 규제체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특히 이번 후속 개정안이 배관시설 이용료와 적정투자보수, 초과회수액, 회계 구분경리와 정보공개까지 제도 논의를 확대했다는 점은 향후 가스시장 거버넌스 논의의 방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11월 27일, 가스시장 거버넌스 첫 시험대

오는 11월 27일은 가스산업 거버넌스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이날부터 개정 도시가스사업법이 시행되면서 산업통상부에 가스배관위원회를 둘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실제 효력을 갖게 된다.

법률에는 위원회 구성과 자격, 심의 및 재정 기능, 자료제출 요구권, 의결정족수까지 기본적인 틀이 마련돼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제도를 실제로 어떻게 작동시키냐는 것이다. 위원회 운영과 전문위원회 구성, 재정 절차 등 세부적인 사항을 하위법령으로 구체화하고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춘 위원을 구성해야 한다.

동시에 배관시설 이용료와 이용조건을 둘러싼 사업자 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어떤 자료와 기준을 토대로 판단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가스공사에는 배관망의 안정적인 운영과 설비투자라는 책임이 있고, 민간사업자에게는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인프라 접근이 필요하다. 국가 차원에서는 어느 한쪽의 이해관계보다 천연가스 수급 안정과 에너지안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결국 가스배관위원회의 성패는 ‘가스공사의 배관망을 민간에 얼마나 열어주느냐’에만 달린 것이 아니다. 누가, 어떤 기준과 절차로 그 문을 열고 닫느냐​가 핵심이다.

이번 제도는 독립적인 가스시장 규제기관을 완성한 것이 아니라 배관 공동이용이라는 구체적인 영역에서 첫 법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민간 LNG 직수입 확대와 저장시설 확충, 공공·민간 인프라 공동 활용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가스배관위원회가 시장의 경쟁 촉진과 에너지안보 사이에서 얼마나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가 중요해졌다.

오는 11월 27일은 그 제도의 출발점이다. 이후 처음으로 열리게 될 가스배관위원회의 실제 심의·재정 사례는 국내 가스시장 거버넌스의 향방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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