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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화되는 전력감독원 신설 논의...“민영화 통로 안 돼”

에너지신문
2026-09-22

[에너지신문] “독립적인 규제기구는 필요하다. 그러나 전력시장 자유화와 연결돼서는 안 된다.”

전력산업을 전문적으로 들여다볼 별도 감독기구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누구로부터 독립할 것인지, 어떤 권한을 부여할 것인지, 무엇을 지키기 위해 감독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였다.

22일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전력산업, 누가 어떤 원칙으로 감독할 것인가’ 정책세미나에서는 전력감독원 신설을 둘러싼 기대와 경계가 동시에 쏟아졌다. 재생에너지와 전력거래가 빠르게 늘어나는 현실에서 기존 체계만으로 망과 시장을 관리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이어졌지만, 조직 신설이 시장 개방이나 민영화로 흐르지 않도록 공공성을 제도에 못 박아야 한다는 주문도 거셌다.

이번 행사는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과 공공재생에너지포럼이 공동 주관한 ‘전력산업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 연속세미나’의 두 번째 자리다. 앞서 지난 3일 열린 첫 세미나가 국가전력망 민간 참여의 쟁점을 다뤘다면, 이날 논의는 전력산업을 감독할 주체와 원칙으로 옮겨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력산업, 누가 어떤 원칙으로 감독할 것인가’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전력산업, 누가 어떤 원칙으로 감독할 것인가’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재생에너지 100GW, 기존 감시체계로는 한계”

첫 발제에 나선 이경훈 전기위원회 사무국장은 “재생에너지와 인버터 기반 전원이 확대되면서 계통 안정성 관리가 복잡해지고 거래 유형과 사업자도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력망 감독과 시장 감시, 소비자 보호, 데이터 통합을 전담할 전문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사무국장이 제시한 감독원의 업무 범위는 전력망 접속·운영 기준인 그리드코드의 개선과 이행 관리, 망 운영의 적정성 평가, 부당거래 상시 감시뿐 아니라 전기요금 총괄원가 검증과 제도별 요금 영향 분석까지 포함한다. 기관마다 흩어진 전력 데이터를 연계·표준화해 공개하는 기능도 거론됐다.

두 번째 발제자인 정세은 공공재생에너지포럼 대표(충남대 교수)는 “현행 전기위원회의 권한과 전문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감독기구 신설과 전력시장 자유화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한전 판매독점 체제를 유지하더라도 요금의 원가 반영, 발전사와의 거래조건, 송·배전망의 공정한 이용,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계통접속, 소비자 보호를 전문적으로 감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 대표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전기위원회, 전력감독원의 관계부터 분명히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요금 결정의 실질적 독립성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직의 소속과 명칭만 바뀌고 요금 결정이 여전히 물가관리 등 정치적 판단에 좌우된다면 개편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감독원 설계와 함께 전기위원회의 요금 인가 권한을 어떻게 강화할지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식 모델 그대로 적용해선 안 돼”

토론에서는 감독원의 목적에 ‘공공성’을 명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랐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상시 감독기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감독원 설립이 민영화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우려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위원회와 감독원 사이의 권한이 불명확하면 새 조직이 오히려 기존 규제기구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동우 변호사는 금융감독원 모델을 전력산업에 그대로 옮길 경우 안정적이고 보편적인 전력공급이라는 공적 책무가 밀릴 수 있다고 봤다. 설립 목적에 공정성과 효율성뿐 아니라 공공성의 유지·발전을 명시하고, 이를 감시할 전담부서와 인력·예산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산 매각과 민간 위탁, 계층·지역별 요금 형평성 등을 점검한 연차보고서를 국회와 전기위원회에 제출·공개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전력계통의 기술적 변화는 감독기구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근거로 제시됐다. 곽은섭 한전 계통기획처장은 계통 운영의 과제가 전력 부족 대응을 넘어 과잉발전과 복잡한 제어 문제 관리로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인버터 기반 전원이 늘수록 설비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설정과 설비 간 상호작용까지 검증해야 한다는 것.

▲산학연관 전문가들이 참여한 패널토론 모습.
▲산학연관 전문가들이 참여한 패널토론 모습.

곽 처장은 계통 안전여유 지표의 상시 공개, 대규모 전력설비 접속 전 영향 검토, 계통운영 절차에 대한 독립적 기술 검증을 해법으로 들었다. 인공지능 기반 감시가 확대되더라도 감시 기준을 세우고 결과를 판단할 전문인력은 대체할 수 없다는 점도 짚었다.

김홍근 전력거래소 기술부이사장은 “(전력감독원을) 기존 기관과 겹치는 조직이 아니라 현재 비어 있는 전문 감독기능을 채우는 기관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망 접속과 시장·운영 규칙의 개정이 이해관계자 조정에 묶여 에너지전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만큼, 규칙을 만드는 주체와 적정성을 판단하는 주체를 분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세미나는 전력감독원 논의를 조직 신설 문제에서 ‘감독의 원칙’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력 산업계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면서도 전력산업의 공공적 책무를 얼마나 구체적인 권한과 절차로 담아내느냐를 향후 입법 과정의 관건으로 보고 있다. 이들 쟁점을 정교하게 설계할 경우, 전력감독원은 에너지전환기에 커지는 시장 및 계통 리스크를 통제하는 핵심 안전장치가 될 전망이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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