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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수요부터 요금까지’ 에너지정책 근거 따진 기후부 국감
[에너지신문]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얼마나 늘려 잡을 것인지, 신규 전원 구성을 결정하기 전 원전 공론화를 어떻게 거칠 것인지, 지역별 전기요금 할인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까지.
6일 열린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부 국정감사에서는 정부 에너지정책의 방향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수요 예측 및 제도 설계의 근거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6일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국정감사 전경.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과 산업용 지역별 전기요금제,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의 전력·용수 공급 등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확충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데이터센터 수요 전망에는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력수요 논쟁은 짧은 기간 크게 늘어난 AI 데이터센터 전망치에 집중됐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과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차 전기본 수립 과정에서 제시된 2040년 AI 데이터센터 최대 전력수요가 지난 4월 4.0GW에서 8월 11.9GW로 증가한 점을 문제 삼았다.
정 의원은 미래 데이터센터의 에너지효율을 충분히 반영했는지 따졌고, 박 의원은 전력계통영향평가를 통과해도 실제 전력 사용으로 이어지기까지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성환 장관은 전망에 과잉된 측면이 있다는 취지로 답하며 수요 예측에 불확실성을 반영할 것임을 밝혔다. 향후 전기본에 적용할 수요 규모와 산정 방식이 후속 검증 대상이 된 셈이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국정감사에 앞서 질의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원전 공론화를 둘러싸고는 전기본 수립 일정과 정책 결정 절차의 적절성이 맞물렸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이미 일곱 차례 토론회를 통해 원전 역할 등을 논의했는데도 별도 공론화를 추진하며 계획 수립을 늦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 장관은 “당초 이달 내 정부안을 확정하려 했으나, 전문가들과 협의한 결과 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 위해서는 최소 3개월 정도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왔다”며 “(전기본 수립이) 2∼3개월 늦어지더라도 의견 수렴을 거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공론화 과정에서 신규 원전의 구체적인 건설 규모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산업용 지역별 전기요금제에는 정책 효과와 혜택 배분을 둘러싼 질의가 이어졌다.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요금 차등이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기보다 해당 지역에 이미 자리 잡은 대기업의 비용을 줄여주는 데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6일 국정감사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곽 의원에 따르면 한전의 전력판매량 상위 기업 자료에 권역별 최대 인하폭을 적용한 결과, 상위 5개 법인의 연간 할인액은 최대 3628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제도 확정에 따른 실제 할인액이 아니라 최대 인하폭을 가정한 계산이지만, 정책 수혜가 특정 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는 문제 제기의 근거로 제시됐다.
김 장관은 지역별 송전비용을 산정할 수 있다며 제도 설계의 타당성을 설명했다. 정부는 송전비용과 전력자립도, 국가균형발전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급적 연내 제도를 확정할 계획이다. 국감에서는 요금 인하에 따른 한전의 판매수입 감소와 재무 부담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호남 반도체 산단을 둘러싸고는 대규모 산업 수요를 지역 내 전력과 수자원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가뭄 상황에서도 공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김 장관은 산단에 필요한 전력 6.3GW와 하루 용수 65만t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전과 전문가 평가를 근거로 지역 내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으며, 용수 역시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는 게 김 장관의 설명이다.
녹색정책금융의 지원 성과를 관리하는 방식도 지적받았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2∼2025년 렌터카 업계에 약 130억원의 대출 이자를 지원하면서 실제 무공해차 도입이나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사후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이 필요한 탄소감축 기술과 산업 전환에 재원을 우선 배분해야 한다는 주문도 덧붙였다.
김 장관은 렌터카의 무공해차 전환을 촉진하되 지원 이후 관리도 점검하겠다고 답했다. 관련 내용을 검토해 종합감사 전까지 보고해 달라는 요청도 수용했다.
김성환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 100GW 이상 목표의 조기 달성 및 전력망의 신속한 구축을 강조했다. 또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반영한 로드맵 수립과 배출권거래제를 통한 감축 유인 강화도 제시했다.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수요 전망의 불확실성, 요금제의 수혜 편중 우려, 정책금융의 성과 관리 문제는 정책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점검할 과제로 남게 됐다.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김성환 장관.
한편 이날 국정감사 초반에는 전기본 수립 총괄위원 명단 공개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 의원들과 김성환 장관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철규·김기현 의원은 “위원들의 전문성과 이해충돌 여부를 국회가 확인해야 한다”며 명단 제출을 요구했으나, 김 장관은 “이해관계자의 로비와 민원 등을 우려해 수립 과정에서는 비공개를 유지하고, 계획 수립 이후 공개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향후 국가 전력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투명성과 위원들의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쟁점이 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