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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데이터센터 전력 ‘가상발전소’로 확보
구글, 데이터센터 전력 ‘가상발전소’로 확보 / AI 이미지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구글이 신규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정과 기업이 전기를 덜 쓰도록 유도하는 대형 '가상발전소(virtual power plant)'를 구축한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구글이 미국 중부 대서양 연안의 대규모 전력망인 PJM에서 가상발전소 운영업체 볼터스(Voltus)와 최대 1,070메가와트(MW)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대형 원자로 한 기의 출력에 맞먹는 규모다.
새 발전소 대신 수요 감축
NYT의 브래드 플러머 기자에 따르면 구글은 이날 볼터스와의 계약을 발표했다. 볼터스는 필요할 때 구글에 최대 1,070MW의 전력 용량을 제공한다. 이 전력은 새 발전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볼터스가 가정과 기업을 모집해 지역 전력 수요가 높거나 전력망에 부담이 생길 때 사용량을 줄이도록 금전적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다.
이런 감축 가운데 상당수는 자동으로 이뤄질 수 있다. 여름철 피크 시간대에 냉방을 낮추는 스마트 온도조절기나 임시로 현장에 전력을 공급하는 배터리가 대표적이다. 개별 조정이 풀어주는 전력은 적지만, 수천 곳의 기업과 가정을 묶으면 가장 필요한 시점에 상당한 용량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고 몇 년 안에 가능하다는 것이 볼터스의 설명이다.
플러머 기자는 기술기업들이 대형 데이터센터를 계속 지으려면 결국 전통적인 발전소를 건설해야 할 가능성이 크지만, 가상발전소는 그 사이 더 빠르고 저렴하며 오염이 적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구글의 엘렌 저커먼 북남미 에너지시장 개발 총괄은 가상발전소를 "중요한 단기 해법"이라고 불렀다. 그는 지역사회에 투자하고 청정에너지 목표를 강화하면서도 속도와 규모에 맞춰 전력 용량을 확보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계약의 재무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빅테크가 이런 방식으로 전력 용량 비용을 부담한 사례 중 가장 큰 축에 속한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오른 PJM, 데이터센터 반발
AI용 데이터센터에 쓸 전력을 구하기 위해 기술기업들은 오래된 원전 재가동이나 전력망과 분리된 가스 엔진을 이어 붙이는 방안까지 모색해 왔다. 신규 데이터센터는 전국 유권자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는데, 에너지를 많이 쓰는 시설이 지역 전력망을 압도하거나 전기요금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한 요인이다. 13개 주, 6,700만 명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PJM에서는 데이터센터 성장 속도가 발전소 건설 속도를 앞지르면서 2024년 이후 전기요금이 크게 올랐다.
PJM은 신뢰할 만한 발전소가 부족해 최근 몇 년간 전력 비용이 수백억 달러 불어났고, 특히 북부 버지니아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가 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가상발전소 방식이 매력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여야 주지사들은 최근 1년간 기술기업들이 이 지역에서 신규 발전 설비 건설을 직접 지원해 가계에 비용이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피크 시간대 해법…볼터스 이미 9,500MW 관리
대부분의 전력망은 연중 대부분의 기간에는 필요한 양보다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지만, 무더운 여름날이나 겨울 폭풍처럼 발전소가 전력을 최대로 가동하는 피크 시간대에는 여유가 거의 없다. 대형 데이터센터를 전력망에 연결하려면 이 시간대를 어떻게 감당할지 정해야 하는데, 한 방법인 가스발전소 신설은 비용이 많이 들고 터빈 대기 기간도 수년에 이른다.
가상발전소는 대신 수많은 가정과 기업의 전력 수요를 옮겨 피크 때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이다. 스마트 온도조절기로 냉방을 한두 도 낮추고, 전기차는 비피크 시간에 충전하며, 일부 기업은 보상을 받고 기계 가동을 줄이거나 조명을 어둡게 할 수 있다. 가정은 낮에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쓸 수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볼터스는 이미 전국에서 약 9,500MW 규모의 가상발전소를 관리하고 있으며, 이는 최대 가동 시 700만 가구가 동시에 쓰는 전력과 비슷하다. 올해 6월 이 회사는 구글에 중부 대서양 지역에서 100MW 규모의 가상발전소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데이나 건지 볼터스 CEO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를 원하는 고객이 몰려 '초과 신청' 상태가 됐고, 이에 따라 회사가 규모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건지 CEO는 약속한 용량을 제공할 수 있는지 폭넓게 시험하고 있으며, 이달 중순 중부 대서양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전력망 비상 상황에서도 프로그램이 잘 작동했다고 말했다.
걸림돌도 여전
애리조나와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에서도 유사한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개척되지 않은 잠재력이 크다고 본다. 2024년 미 에너지부 연구는 가상발전소 활용이 2030년까지 세 배로 늘 수 있고, 그러면 기존 발전소 건설 필요가 줄어 미국 전기요금 납부자가 연간 약 130억 달러를 아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장벽도 있다. 가정을 모집하는 데는 많은 노력이 들고, 일부 지역에서는 규제 탓에 가상발전소가 전력시장에 참여하거나 고객 계량기 데이터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일부 전력망 운영사와 전력회사는 가정과 기업이 필요할 때 실제로 사용량을 줄일지 의문을 제기하며 경계한다. 전문가들은 전력회사가 기존 전력망을 효율적으로 쓰기보다 수익을 낼 수 있는 신규 인프라를 짓는 데 재정적 유인을 가져 왔다고 지적한다. 최근 가상발전소 보고서를 공동 집필한 컨설팅 업체 브래틀그룹의 라이언 흘레딕 씨는 이를 "다른 방식"이라며, 자원이 제 역할을 하리라는 운영상의 신뢰를 얻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이미지 개선 효과는 미지수
NYT는 고객에게 비용을 지불해 전력 사용을 조정하고 요금 부담을 덜어주는 프로그램이 데이터센터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짚었다. 최근 갤럽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절반 가까이가 자기 동네의 신규 데이터센터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답했고, 상당수가 소음과 오염, 에너지·물 사용을 이유로 꼽았다. AI 연구업체 10a랩스의 프로젝트 '데이터센터워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만 약 680억 달러 규모, 최소 45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지역 반대로 지연되거나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