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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연, 이차전지 내구성·성능 '두 마리 토끼' 잡다
연구진 단체사진(왼쪽부터 에너지연 송규진 박사, 심형석 학생연구원, 케임브리지대 이권형 박사,울산대 김태희 교수) /에너지연 재공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기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너지연) 송규진 박사 연구팀이 기존 이차전지 전극 제조 공정의 난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건식 전극 제조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실'처럼 가는 섬유와 '밧줄'처럼 굵은 섬유를 동시에 형성하는 '이중 섬유 구조'를 적용, 유독성 유기용매 없이도 내구성과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특히 상용 전극 대비 에너지밀도를 약 40%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나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 큰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현재 이차전지 전극 제조 방식은 크게 유기용매 사용 여부에 따라 습식과 건식으로 나뉜다. 습식 공정은 바인더(활물질, 도전재 등을 붙잡는 고분자 소재)를 용매에 녹여 균일하게 혼합하는 방식으로, 공정 신뢰도가 높고 성능 확보에 유리해 널리 활용돼 왔다. 하지만 유독성 유기용매 사용으로 인한 환경 부담과 건조, 회수 공정에 드는 높은 비용과 시간이 단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개발한 기술로 제조된 파우치형 전지 사진(위부터 리튬금속 음극적용 전지, 흑연음극 적용전지) /에너지연 제공
반면, 용매를 사용하지 않는 건식 공정은 친환경적이고 공정 속도가 빠르며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바인더 혼합 강도가 낮아 전극 재료를 균일하게 섞기 어렵다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로 인해 완성된 배터리의 성능과 내구성이 떨어지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에너지연 연구팀은 건식 공정의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PTFE(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 바인더의 소재 변화 대신, 물리적 구조를 제어하는 독창적인 '다단 공정'을 개발했다. 이 공정은 바인더를 두 차례에 걸쳐 투입하는 방식이다.
1차 혼합에서는 소량의 바인더로 활물질과 도전재를 촘촘하게 엮는 미세한 '실' 형태의 섬유망을 형성한다. 이 '실' 섬유망은 전극 구성 물질의 균일한 분산을 도와 배터리 반응의 균일성을 높여 성능 향상에 기여한다. 이어서 나머지 바인더를 추가 투입하는 2차 혼합을 통해 기존 섬유망 위에 굵고 튼튼한 '밧줄' 형태의 섬유 구조를 추가로 만들어낸다. 이 '밧줄' 섬유는 전극 전체를 단단하게 결속해 전극의 강도와 기계적 안정성, 양산 공정에 필수적인 내구성을 대폭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중 섬유 구조를 통해 전극 모든 영역에서 반응 속도와 저항 특성이 빠르고 균일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배터리 작동 시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고 수명 연장에 핵심적인 요소다.
성능 평가 결과는 놀라웠다. 개발된 건식 전극은 제곱센티미터당 10.1 밀리암페어시(mAh/cm²)의 높은 면적당 용량을 기록했다. 이를 적용한 파우치형 리튬 음극 배터리셀은 킬로그램당 349와트시(Wh/kg)의 에너지밀도를 달성했는데, 이는 상용 전극(250Wh/kg 내외)보다 약 40% 향상된 수치다. 또한 흑연 음극 적용 파우치셀에서도 습식 공정 대비 약 20% 높은 291Wh/kg의 에너지밀도를 구현했다.
송규진 박사는 "이번 연구는 건식 전극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전기화학적 균일성과 기계적 내구성을 동시에 해결한 독자적인 기술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이차전지 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전기차, ESS 등 고에너지 밀도를 필요로 하는 분야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에너지·환경 분야 세계적 권위지 '에너지 & 엔바이로멘탈 사이언스(Energy & Environmental ScienceIF 30.8)' 9월호에 게재됐다.
■ 용어 설명
ㆍ바인더(Binder)=이차전지 전극을 만들 때 활물질(전기를 저장하는 재료), 도전재(전기를 흐르게 하는 재료) 등이 전극 형태로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붙잡아 주는 고분자 소재. 접착제 같은 역할을 한다.
ㆍ습식 공정 (Wet Process)=이차전지 전극 제조 방식 중 하나로, 유기용매에 바인더를 녹여 전극 재료를 혼합하고 슬러리를 만드는 방식. 균일한 혼합이 장점이지만 환경 오염과 높은 생산 비용이 단점이다.
ㆍ건식 공정 (Dry Process)=이차전지 전극 제조 방식 중 하나로, 유기용매를 사용하지 않고 전극 재료들을 물리적으로 혼합하는 방식. 친환경적이고 생산 속도가 빠르지만, 균일한 혼합과 내구성이 단점이다.
ㆍPTFE (Polytetrafluoroethylene)= 불소수지 계열의 고분자 물질로, 높은 내열성과 내화학성을 가진다. 일상생활에서는 프라이팬 코팅재인 테프론으로 잘 알려져 있디. 건식 전극 공정에서 바인더로 사용된다.
ㆍ이중 섬유 구조 (Dual-fibrous Structure)=에너지연 연구진이 개발한 건식 전극 기술의 핵심으로, 전극 내부에 가는 '실' 형태와 굵은 '밧줄' 형태의 섬유 구조를 동시에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각각 전극의 반응 균일성과 기계적 안정성을 담당한다.
ㆍ에너지밀도 (Energy Density)= 배터리가 단위 질량(Wh/kg) 또는 부피(Wh/L) 당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 이 수치가 높을수록 같은 무게/부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