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업계뉴스
[시평] 히트펌프 난방전환, 속도가 기후 경쟁력
김민성 교수
[투데이에너지] 새로 출범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열에너지의 탈탄소화를 한국 에너지 전환의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난방 부문의 전기화를 중요한 아젠다로 설정하며, 그동안 보급이 더뎠던 주거용 히트펌프가 향후 10~20년간 난방 부문의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주요 수단이라고 판단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난방 및 급탕 시스템에 적합한 다양한 기술적 문제 해결과 연구개발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아무리 우수한 기술이 개발 되더라도, 지금부터 어떻게 빠르게 보급할 것인 가가 한국 난방 전환의 성패를 좌우한다. 난방 기기의 교체주기가 10년에서 20년에 이르는 만큼, 지금 설치되는 보일러는 2030년대 후반까지도 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히트펌프 보급이 늦어질수록 난방 부문 탄소 배출은 장기간 고착되 며, 이는 결국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늦추는 결과로 이어진다. 즉, 히트펌프 전환은 기술 경쟁이면서 동시에 보급 속도의 경쟁 이다.
그러나 한국의 주거환경이 히트펌프 전환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한국 가정은 오랜 기간 바닥난방 중심의 생활문화에 익숙해 왔고, 따뜻한 바닥을 통해 실내를 데우는 방식이 사실상 표준 난방으로 자리 잡았다. 현 단계에서 단기간 내 대규모로 확산이 가능한 방식은 공기열원 히트펌프이지만, 급탕 문제를 포함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또한 난방과 급탕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려면 상당한 크기의 축열조가 필요한 데, 아파트 보일러실이나 베란다 구조에서는 이러한 설비를 설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기존 주거환경에서는 단일 히트펌프로 난방과 급탕을 모두 해결하는 방식이 아직 현실적이지 않다.
가장 현실적인 접근이 바로 ‘에어컨 교체를 히트펌프 전환의 계기’로 삼는 전략이다. 한국의 모든 가정은 에어컨을 보유하고 있으며, 비교적 일정한 주기로 교체가 이루어진다. 이때 기존 에어컨 대신 비슷한 냉방용량을 가진 냉난방 겸용 공기열원 히트펌프로 교체하면 별도의 난방 설비를 새로 들이지 않고도 전기 난방을 시작할 수 있다.
에어컨 기반 히트펌프가 보급되면 자연스럽게 하이브리드 난방 체계가 형성된다. 히트펌프는 평상시의 난방 부하 대부분을 담당하고, 기존 보일러는 급탕과 혹한기 난방을 보조한다.
이 구조는 히트펌프에 대한 설치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난방부하의 60~80%를 전기화할 수 있어 탄소 배출을 절반 이상 줄일 잠재력을 가진다. 완전한 전기화를 당장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짧은 시간 안에 넓게 확산되는 부분 전기화만으로도 실질적인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현실적인 전환 방식이다. 중앙난방 아파트라면 전략은 더욱 효과적이다.
각 세대에는 개별 히트펌프를 설치하고, 중앙 보일러는 대형 축열조와 결합된 중앙 히트펌프로 전환하는 것이다. 개별 히트펌프가 중앙 시스템의 열부하 일부를 담당해 전체 설비 용량을 줄일 수 있고, 난방 안정성과 효율성이 크게 개선된다. 신축 주택은 처음부터 히트펌프 기반의 열공급 체계를 염두에 두고 설계해 한국형 난방 시스템의 전환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시나리오와 병행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공기열원 히트펌프는 혹한기 성능을 위해 공기난방을 일부 병행해야 하는데, 한국의 난방문화는 바닥난방 중심이기 때문에 공기난방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기요금 체계도 중요한 제약 요소다.
한국의 전기요금은 누진제가 적용되므로 히트펌프로 난방을 하면 전기요금이 급증할 수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히트펌프 난방 전력량을 실시간으로 분리 계량하는 스마트미터 도입과 난방 전용 요금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중앙난방과 개별난방의 특성에 맞춘 다층적 전략과 정부의 지원이 결합될 때, 한국의 난방 전환은 보다 현실적이고 빠르게 이루어질 것이다.
※본란의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