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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탄소국경세 ‘투박함’ 인정… 세탁기 등 완제품까지 규제 확대
탄소국경세 적용 범위 확대 / AI이미지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내달 본격 시행을 앞둔 세계 최초의 탄소국경세가 규제의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적용 범위를 완제품까지 전격 확대한다. 유럽연합(EU) 당국은 기존 제도가 “너무 투박하다”고 시인하며, 세탁기나 정원용 도구 등 이른바 ‘하류 제품(downstream products)’을 과세 대상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확정했다.
18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브뤼셀 당국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당초 설계보다 광범위하지만 정교하지 못하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대대적인 보완에 나섰다. 탄소국경세는 EU 내 기업들이 지불하는 높은 탄소 가격을 고려해, 탄소 배출 비용 부담이 없는 국가에서 수입되는 저렴한 제품에 비용을 부과함으로써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봅케 훅스트라 EU 기후행동 담당 집행위원은 인터뷰에서 시범 운영 결과 “시스템에 허점이 많아 마치 구멍 뚫린 치즈 같았다”며, 철강·알루미늄 등 기초 소재를 넘어 산업용 방열기와 가전제품 등 완제품까지 규제 그물을 넓히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범위 확대는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주요 무역 파트너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미국 또한 CBAM 대상 수입품이 대EU 전체 무역의 1% 미만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제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은 수익금 활용 방안이다. EU는 추가 확보되는 수익의 약 20~25%를 기금으로 조성해, 저가 수입품과 경쟁해야 하는 EU 내 수출업체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당초 이 방안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 소지가 있어 배제되었으나, 훅스트라 위원은 이 기금이 WTO 규정과 호환되며 향후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요청한 CBAM 면제는 수용되지 않았다. EU 집행위원회는 우크라이나 규제 품목의 수출 비중이 GDP의 2% 수준으로 낮고, 생산 과정의 탄소 집약도가 높지 않아 실질적인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내달 1일부터 시행되는 새 규정에 따라 수입업체들은 실제 탄소 배출량을 명확히 증명해야 한다. 이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매우 불리한 ‘기본값’을 적용받게 되어, 글로벌 수출 기업들에 강력한 탄소 감축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