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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논단] 에너지전환의 새로운 위험, 이제는 ‘안전전환’도 필요
송고일 : 2026-01-02
▲ 강만구 안전보건진흥원 원장/재난안전학박사.[에너지신문] 기후변화란 일정한 지역에서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기상의 변화를 말하며 기후변화의 주 원인으로 화석연료의 과다사용에 의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증가를 들 수 있다.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지구의 평균기온이 1.5~2.5% 상승할 경우 전 세계 동식물의 약 20~30%가 멸종할 수 있고 홍수, 가뭄, 전염병 등이 증가해 자연생태계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적 대응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기후변화 협약에 합의하고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 감축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은 지구 온도 상승을 1.5℃이하로 제한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대비 45% 이상 감축해야 하며 2050년까지는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를 상쇄해 순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하며 대중교통이용, 숲 가꾸기 등 개인 실천과 녹색산업육성, 생태계 보전 등 정책적인 부분이 뒷받침해 줘야 실현될 수 있다.
이런 탄소중립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의존을 낮추는 것이 필수적이고 이는 에너지전환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 에너지전환 선택 아닌 필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전환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탄소중립은 국제사회의 약속이자 산업 생존의 조건이 됐고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통해 제도적 기반을 갖췄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확대, 수소경제, 전기차 전환 등으로 대표되는 에너지전환은 ‘친환경’이라는 이미지 이면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위험을 동반하고 있다.

▲ 2050 탄소중립 미래상.이제는 에너지전환과 더불어 ‘안전전환(Safety Transition)’이 함께 가야 할 때이다.
우선 기후변화는 재난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물리적 위험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폭염은전력설비 고장률을 높이고 고온 환경에서의 설비 팽창에 의한 파열, 전기화재, 정전 사고 등으로 이어진다.
집중호우와 태풍은 변전소 침수, 화학물질 저장시설 파손, 해안 산업단지의 복합재난 위험을 증폭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자연재난과 사회적 재난을 별개의 영역으로 관리 했지만 지금은 하나의 사고가 연쇄적 피해로 확대되는 복합재난 시대로 접어들었다.
기후는 더 이상 환경 변수가 아니라 공정 안전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에너지전환 기술도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만들어내고 있다.
태양광·풍력 설비는 고소작업, 감전, 블레이드 파손, 낙하물 사고 위험을 안고 있으며 ESS(에너지저장장치)는 열폭주에 따른 대형화재 위험을 여전히 내포하고 있다.
수소는 에너지 효율성과 탈탄소 측면에서 핵심 자원이지만 누출·폭발·정전기 점화 위험이라는 본질적 특성을 동시에 가진 고위험 물질이다.
전기차 화재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화재 진압에 장시간이 소요되고 2차 폭발 위험까지 동반한다.
에너지 구조는 빠르게 바뀌었지만 안전관리 체계는 아직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먼저 에너지 전환에 따른 새로운 안전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국가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수소, ESS, 전기차 등 신에너지 산업에 특화된 전문 안전기준과 기술지침을 재정비하고 기후재난과 산업사고의 연계를 고려한 복합위험 평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설비 단위 중심의 위험성평가에서 벗어나 지역, 기후, 에너지 인프라를 통합한 큰 틀에서의 위험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다음은 인적 안전 역량의 전환이다. 수소와 ESS, 재생에너지 설비는 기존 제조업 안전기술과 다른 전문성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현장 종사자는 기존 경험에만 의존한 작업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에너지전환이 빠를수록 기술 격차로 인한 안전사고가 증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와 산업계는 신에너지 분야 전문 안전인력 양성, 실증 기반 교육훈련, 시뮬레이션 중심 대응훈련을 조속히 확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도와 정책 역시 기후·에너지 통합 안전관리 체계로 전환돼야 한다. 기후기반 위험평가를 재난안전 정책에 공식 반영하고 탄소중립 정책 수립 시 안전영향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기후기반 위험평가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적합한 인력과 시설을 보유한 종합진단기관과 직업능력개발훈련 교육기관 등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단순히 특정 산업군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의 시스템적 변화와 연계돼 있다.

▲ 상업 가동 앞둔 울산 남구 소재 롯데SK에너루트 발전소에서 질소 치환작업 중 수소 폭발 추정된 사고 현장의 모습.이에 따라 앞으로의 안전전환은 개별 설비나 현장 중심의 대책을 넘어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안전체계 구축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우선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안전표준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기존 안전기준은 주로 화석연료 기반 산업과 제조업 공정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재생에너지·수소·ESS·전기차 등 신에너지 기반 산업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ESS 화재는 열폭주, 가스 팽창, 재점화 등 기존 전기화재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며 수소 설비는 누출 확산 속도와 폭발 범위가 넓어 기존 가스 기준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산업별 위험 특성을 정량적으로 반영한 맞춤형 기술표준 제정,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 확보, 성능기반 안전설계(PBS) 도입이 필수적이다.
둘째 디지털 기반 안전관리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기후위험과 에너지 인프라의 복잡도가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전통적인 점검·순찰 중심의 안전관리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IoT 센서, 실시간 모니터링, 디지털 트윈, AI 기반 위험예측 기술을 적극 도입해 사고 발생 전 조기 경보(Early Warning) 체계를 갖춰야 한다.
예컨대 수소충전소의 누출 감지, 풍력설비의 피로파괴 진단, ESS의 열폭주 사전 예측 등 기술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있으며 이를 국가 단위 안전플랫폼과 연계하면 재난 대응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셋째 지역 기반의 분산형 안전거버넌스 구축이 요구된다. 에너지전환은 태양광, 풍력, ESS, 수소 등의 분산형 설비가 전국 각지에 설치되는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처럼 중앙정부 중심의 일방향 규제로는 위험을 신속하게 관리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자체·전문기관·민간기업·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다층적 안전관리 모델을 구축해 지역 특성에 맞는 실시간 위험관리 체계의 운영이 필요하다. 특히 산업단지, 항만, 산지(풍력), 농촌(태양광), 도심(전기차 충전인프라) 등 지역 환경별 차이를 반영한 안전대응 체계가 중요하다.
넷째 안전전환의 핵심은 조직의 안전문화 혁신이다. 기술과 제도만으로는 에너지전환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위험에 대응하기 어렵다.
현장의 위험신호를 정확히 인지하고, 문제를 제기하며 개선을 실행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마련돼야 한다.
안전을 비용이 아닌 가치로 인정하고 경영진부터 현장 작업자까지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는 의사결정 구조가 갖춰질 때 비로소 에너지전환 시대의 지속 가능한 안전이 확보될 것이다. 에너지전환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빠르게 설비를 바꾸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게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우리는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기술적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지금이야말로 안전의 패러다임을 재정립해야 할 시기다.
안전전환(Safety Transition)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이는 우리 사회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준비가 될 것이다. 에너지전환과 안전의 전환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 비로소 탄소중립 사회는 지속가능한 현실이 될 것이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