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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로드맵 6년 이후…수소경제 핵심 키워드 ‘사업성’
송고일 : 2026-01-05[에너지신문] 2019년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을 당시,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핵심 키워드로 ‘수소’가 주목받았다.
수소는 탄소중립 시대를 향한 국가 전략의 상징과도 같았고,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대체할 차세대 해법으로 제시됐다.

수송과 발전,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범용 에너지원으로서 수소가 가진 확장성은 정책과 산업계를 동시에 움직이는 동력이 된 셈이다.
정부는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와 충전 인프라 구축을 시작으로, 연료전지 발전 확대, 수소생산·저장·운송 기술 고도화에 이르기까지 국가 차원의 종합 청사진을 내놓았다.
이에 발맞춰 완성차, 발전, 에너지, 소재 기업들까지 산업 전반이 수소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언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단기간에 ‘차세대 에너지’라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각종 실증 사업과 투자 계획이 잇따랐다. 그러나 로드맵 발표 이후 6년이 흐른 지금, 수소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층 냉정해졌다.
수소는 여전히 중요한 에너지 전환 수단이지만, 더 이상 ‘미래’라는 이름만으로는 산업과 시장을 설득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수소가 실제로 경제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수소경제 로드맵 시행 이후 6년. 미래에 대한 선언의 시간은 끝났고, 수소산업의 넥스트(NEXT)를 묻는 시점이 도래했다는 평가다. 앞으로의 수소산업은 얼마나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가에 따라 그 지속가능성이 판가름날 전망이다.
■ 수소경제 로드맵 6년, 주요 성과는?
수소경제 로드맵 시행 이후 6년 동안 대한민국 수소산업은 명확한 정책적 위상을 확보했다. 정부는 수소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정책·제도·산업 전반에 걸친 기반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는 수소산업을 개별 기술이나 단편적 사업이 아닌, 전주기 산업 생태계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제도적으로 드러낸 변화로 평가된다.
가장 상징적인 성과는 세계 최초로 제정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법’이다. 이 법을 통해 수소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법적 틀이 마련됐고, 수소생산부터 저장·운송·활용에 이르는 전주기 관리 체계가 제도화했다는 것이다.
안전 관리 기준과 산업 육성 정책이 하나의 법 체계 안에서 정비되면서, 수소산업은 명확한 규범과 방향성을 갖춘 산업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수소 관련 투자와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제도적 토대가 됐다.
수소 전담 정책 체계도 본격적으로 정비됐다. 관계 부처 간 협업 구조가 본격화됐고, 수소 전문기관을 중심으로 정책 기획과 집행, 산업 육성이 병행되는 체계가 마련됐다.
중앙정부 차원의 전략뿐 아니라, 지역 단위 정책과의 연계도 강화되며 수소산업이 국가 단위와 지역 단위에서 동시에 추진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지역 차원에서는 수소 클러스터 조성과 다양한 실증 사업이 추진됐다. 이는 수소산업이 단발성 시범사업을 넘어 중장기 국가 에너지 전략의 한 축으로 제도화됐다는 점은 중요한 성과다.
수송 분야에서는 수소전기차와 수소버스를 중심으로 보급이 확대됐다. 특히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수소버스 도입이 늘어나며 초기 수요 창출에 기여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소충전소 역시 전국 단위로 확충됐다.
아직 민간 중심의 대중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수소 모빌리티를 둘러싼 차량·충전·운영 체계의 기본적인 틀이 형성됐다는 점은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발전 분야에서도 변화가 이어졌다. 연료전지를 활용한 발전 시장이 형성되며 대규모 연료전지 발전소가 구축됐고, 분산전원으로서 연료전지의 역할에 대한 인식도 점차 확산됐다.
일부 기업들은 발전용 연료전지와 핵심 부품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 수출 성과를 내며, 국내 수소기술의 산업적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는 수소가 내수 중심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산업 구조 측면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소생산, 저장·운송, 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 구축이 본격화됐고, 수전해, 연료전지, 저장용기, 운송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개발과 사업 검증이 동시에 진행됐다.
이를 통해 수소산업 생태계의 기본적인 구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중소·중견기업의 참여 기반도 일정 부분 확대되며, 부품·소재·장비 중심의 산업 저변 역시 점진적으로 확정됐다.
수소경제 로드맵 6년은 수소를 국가에너지 전략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고, 제도와 산업의 외형을 구축한 시기로 평가할 수 있다. 법과 정책, 인프라, 산업 생태계의 기본 틀은 마련됐고, 수소는 분명히 ‘국가 전략 산업’이라는 지위를 확보했다.
다만 이러한 성과는 동시에 다음 과제를 분명히 드러낸다. 기술 가능성과 정책적 당위성을 입증하는 단계는 마무리되고 있으며, 이제 수소산업은 시장 속에서 통용될 수 있는 사업성과 수익성을 증명해야 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 수소산업은 커졌지만 ‘수익 모델’ 부족하다
글로벌 수소시장에서 수소산업은 한때 ‘꿈의 에너지’로 불리며 폭발적인 기대를 모았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맞물리며, 수소는 수송·발전·산업 전반을 아우를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장의 분위기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확산의 속도에 비해 사업 모델의 성숙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수소산업이 외형적으로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는 아직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발표된 수소생산 프로젝트 규모는 약 4500만톤에 달하지만, 실제로 최종 투자 결정(FID)이 내려진 용량은 300만톤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상당수 프로젝트가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경제성과 리스크 문제로 인해 본격적인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블룸버그NEF(BNEF) 역시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2030년 전세계 청정수소의 실제 공급량이 당초 계획대비 약 25% 수준인 1640만톤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계획된 프로젝트 가운데 최대 투자가 확정된 비중이 4%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전세계적으로 수소산업은 분명 확대되고 있고, 다양한 프로젝트가 발표되고 있지만 계획과 실행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실제 시장에서는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이어지는 사례는 제한적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같은 현실은 수소 모빌리티 분야에서 가장 단적으로 드러난다. 수소전기차와 수소충전소 보급은 공공 부문 주도와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빠르게 확대됐다.
특히 공공기관과 지자체를 중심으로 수소버스 도입이 늘어나며 초기 수요 창출에는 일정 부분 기여했다.
그러나 민간 수요 확대는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충전소 역시 설치 수는 증가했지만, 이용률과 운영 수익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높은 구축 비용과 유지·운영비, 제한적인 이용률로 인해 다수의 충전소가 제도적 지원 없이는 안정적인 운영이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수소생산 분야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양한 실증 사업과 파일럿 프로젝트가 추진되며 기술적 진전은 이뤄졌지만, 본격적인 상업 모델로의 전환 사례는 제한적이다.
수전해 기술과 생산 공정의 효율은 개선되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생산 단가와 공급 안정성 문제, 그리고 수요처와의 연계 부족이 대규모 사업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기술의 성숙도와 사업성 사이에는 여전히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평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업계에서는 “수소는 아직 시장이라기보다 정책에 가깝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산업의 성장 동력이 정책 변화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사업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수소’라는 이름만으로는 더 이상 투자를 설득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결국 수소산업은 지금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 외형적 성장과 정책적 지원을 발판으로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 가능성을 넘어 명확한 수익 모델과 사업 구조를 제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수소발전·상업용 수소 확대, 향후 수소경제활성화 열쇠
기업 전략, 경쟁력 갖춘 특정 영역 집중·역할 분담 강화
해외 프로젝트 참여·수출 확대, 선택 아닌 필수 과제
■ 앞으로 수소경제 5년은? ‘수요 창출’이 성패 가른다
보급 중심의 정책으로 수소산업의 외형을 확장하는 단계가 마무리되면서, 앞으로의 수소경제 5년은 ‘얼마나 지속가능한가’를 평가받는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책적 의지와 기술 가능성을 입증하는 단계는 지나고, 이제는 실질적인 수요 창출과 시장 안정화 여부가 산업의 존속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명확한 사업 모델과 수익 구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수소 관련 사업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수소발전과 산업용 수요 확대는 향후 수소경제의 방향을 좌우할 핵심 분야로 꼽힌다. 수소와 연료전지가 전력 시스템 내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소발전이 단순한 보조 전원이나 정책적 선택지를 넘어, 계통 안정화와 분산전원 측면에서 실질적인 가치와 역할을 입증해야만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력 수요 변동에 대응하는 유연성, 재생에너지와의 연계 가능성 등이 사업성 평가의 핵심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 부문에서도 변화가 요구된다. 철강, 석유화학, 정유 등 기존 에너지 다소비 산업을 중심으로 수소 혼소와 공정 전환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경제적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기적인 실증이나 시범 적용을 넘어,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가 수소산업 생존의 핵심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수소 프로젝트가 단발성 지원 사업이 아니라, 산업 활동의 일부로 편입돼야 함을 의미한다.

기업 전략 역시 보다 현실적인 방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모든 밸류체인을 아우르려는 확장 전략보다는, 각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특정 영역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전략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 역할 분담도 한층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생산·발전 프로젝트와 해외 사업은 자본력과 네트워크를 갖춘 대기업이 주도하고, 중소·중견기업은 핵심 기술, 부품, 특정 공정에 특화된 형태로 참여하는 투트랙 구조로 산업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시장 규모 측면에서 한계는 분명하다. 충분한 규모의 수소경제를 달성하기에는 국내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해외 프로젝트 참여와 수출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중동, 호주, 북미 등 글로벌 수소 공급망 구축이 본격화되는 지역에서의 사업 참여 여부가 향후 국내 수소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기술 수출뿐 아니라 프로젝트 개발·운영에 참여하는 방식으로의 진출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앞으로의 수소산업은 ‘성장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아니라 ‘생존력’을 평가받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정책은 수요와 가격이 시장 논리에 따라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고, 기업은 수소를 미래의 선택지가 아닌 현재의 사업으로 설계해야 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수소가 자생 가능한 에너지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여부는, 앞으로 5년 동안 얼마나 현실적인 수요와 사업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