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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VPP, 발전원-소비자 연결하는 ‘중개자’
송고일 : 2026-01-06[에너지신문] 탄소중립과 신재생 에너지 확대가 가속화됨에 따라 전력 계통의 불안정성을 해결할 구원투수로 ‘가상발전소(VPP, Virtual Power Plant)’가 떠오르고 있다. VPP는 산재한 태양광, 풍력,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소규모 분산 자원을 ICT 기술로 연결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통합 관리하는 가상의 시스템이다. 물리적인 발전소가 없기에 가상발전소 또는 통합발전소로 불리기도 한다. VPP의 대표적 해외사례 및 국내 현황, 그리고 향후 전망과 시사점을 통해 다가올 시장의 변화를 예측해봤다.
국내외 현황 및 주요 사례
해외 주요국들은 일찍이 전력 시장을 개방해 VPP를 하나의 거대한 비즈니스로 정착시켰다.
독일 Next Kraftwerke는 유럽 최대의 VPP 운영사로 약 1만 5000개 이상의 분산 자원을 연결해 10GW 이상의 전력을 확보하고 있다.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력 수요가 높을 때 전기를 팔고, 남을 때 저장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며 ‘전력 거래의 플랫폼화’를 증명했다는 평가다.
또 테슬라는 호주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가정용 배터리(파워월)를 연결한 VPP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개별 가정이 쓰고 남은 전력을 전력망에 공급하고 보상을 받는 구조로, 소비자 참여형 VPP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 한국전기연구원의 'Proactive VPP' 개념도.한국은 그동안 경직된 전력 시장 구조 탓에 도입이 늦었으나, 최근 정책적 변화와 함께 대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일단 한화솔루션(큐셀부문), HD현대일렉트릭, SK E&S 등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VPP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한화큐셀은 그리드(Grid)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하드웨어 제조를 넘어 에너지 서비스 기업으로 변모 중이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한화큐셀은) 단순히 태양광 패널을 파는 제조사를 넘어, 전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에너지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현재 국내에서 확보한 자원만 수백MW 규모로, 향후 개별 가정의 에너지 비용을 최대 30%까지 절감할 수 있는 솔루션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기기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한 ‘빈센트(VINCET)’ 플랫폼을 통해 기업형 VPP 시장을 공략 중이다. 산단 내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15% 이상 절감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SK E&S는 미국 VPP 운영 선두주자인 ‘그리드위즈(GridWiz)’ 지분 인수 및 현지 에너지 솔루션 기업 ‘키캡처에너지(KCE)’ 투자를 통해 글로벌 데이터와 노하우를 가장 많이 확보한 기업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약 700MW 규모의 자원을 관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규모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한 ‘RE100형 VPP’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직접 조달할 수 있도록 발전량 예측과 전력 중개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SK E&S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검증된 AI 기반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최적화 알고리즘을 국내 전력 계통에 이식해 가장 수익성 높은 VPP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LG전자는 하드웨어(가전)와 소프트웨어(ThinQ)를 결합한 ‘주거용 VPP’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LG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가상발전소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고객의 동의하에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피크 시간대에 에어컨 설정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하거나 가전의 에너지 소비를 낮춰 전력망 부하를 줄인다.
LG전자의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은 가정용 ESS와 태양광 패널, 히트펌프를 하나로 묶어 관리한다. 이를 통해 개별 가계는 전기요금을 아끼고, 전력사는 발전소 추가 건설 비용을 절감하는 ‘윈-윈’ 구조를 만든다.
이밖에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분사한 에너지 관련 조직들은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VPP의 두뇌 역할을 하는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의 강점인 클라우드와 AI를 활용해 수만 개의 태양광발전소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한다. 특히 소규모 개인 사업자가 많은 국내 태양광 시장의 특성을 고려, 모바일 앱으로 수익 현황을 확인하고 전력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사용자 친화적 인터페이스’를 구축 중이다.
기업들 외에도,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제주도는 출력 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VPP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를 제어 가능한 자원으로 전환하는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VPP, ‘골든타임’이 온다
2024년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국내 VPP 시장의 ‘퀀텀 점프’ 시기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먼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의 본격 시행으로 지역별 차등 요금제 및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이 가능해져 VPP 사업의 법적 근거가 강화된다. 또한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도입에 따라 VPP 운영사들이 전력 시장에 직접 참여해 ‘예측 정산금’ 등의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아울러 AI를 활용한 발전량 예측 정확도가 95%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전력 계통 운영의 안정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 LS일렉트릭 관계자가 계통연계 ESS를 점검하고 있다.학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VPP는 정부 주도의 실증 사업에 그쳤지만, 이제는 SK, LG와 같은 대기업들이 수익성을 보고 뛰어들고 있다”며 “기업들이 확보한 가전, 앱, 산업단지 네트워크 고객 접점은 파편화된 에너지 자원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접착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에는 이들 기업 간의 플랫폼 표준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VPP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전력 산업의 ‘플랫폼 경제’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한전이 독점 공급하던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VPP 운영사가 수많은 발전원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중개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다만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교한 요금 체계 설계와 더불어 산재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보안 기술 확보가 향후 시장 주도권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VPP의 핵심은 ‘예측 가능성’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예측 정산금을 통해 보상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계통 기여도에 따른 차등 보상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서로 다른 제조사의 ESS와 인버터가 데이터를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데이터 표준화’가 선행돼야만 진정한 의미의 가상발전소가 완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