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업계뉴스
-
[전문가논단] 탄소중립 마지막 퍼즐 ‘탄소광물화·지중저장’
송고일 : 2026-01-06
▲ 최성웅 강원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에너지신문] 지구온난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위기가 아니다.
전세계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염과 장기 가뭄, 대형 산불과 국지성 폭우가 반복되는 가운데,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후 현상의 문제가 아니라 식량, 물, 에너지, 그리고 인간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이제 지구온난화는 환경 담론의 영역을 넘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범지구적 재난으로 인식돼야 할 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온난화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2025년 현재 전세계 에너지 공급의 약 75%는 여전히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이미 400ppm을 넘어섰으며, 이는 산업화 이전 대비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다 화석연료의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또한 강력한 온실가스로 작용하며 지구의 복사 에너지 균형을 무너뜨리고 지구온난화를 더욱 가속시키고 있다.
결국 오늘날의 기후위기는 재래식 에너지 체계에 대한 과도한 의존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국제사회는 UNFCCC와 COP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후대응 정책을 추진해 왔다.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 개선을 핵심전략으로 삼아 왔다.
그러나 정책적 선언과 달리 현실의 변화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특히 개발도상국은 경제 성장과 에너지 접근성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단기간에 줄이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2025년 현재 세계 인구는 80억명을 넘어섰으며, 이에 따른 에너지 소비와 산업 활동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단순히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접근 만으로는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데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이제는 ‘앞으로 덜 배출하는 노력’과 함께, ‘이미 배출돼 대기 중에 축적된 온실가스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해법 중의 하나가 바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DAC, Direct Air Capture)한 뒤 이를 제거하는 능동적 탄소제거 기술이다.
DAC는 배출원이 아닌 대기 중에 희석돼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방식으로, 이미 배출된 탄소를 되돌린다는 점에서 기존 감축 정책을 보완하는 능동적 탄소중립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한 뒤 이를 칼슘, 마그네슘 등 알칼리성 광물 또는 산업부산물과 반응시켜 고체 상태의 탄산염으로 전환하고, 이를 지하에 영구 저장하는 ‘탄소광물화 및 지중저장 기술’은 기존 CCUS 기술의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기술은 기체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화학적으로 안정한 고체 상태로 전환함으로써, 장기 저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누출 위험을 근본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탄소광물화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이산화탄소를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한 고체 형태로 전환한다는 점이다.
기체 상태로 저장할 경우 장기적인 누출 위험과 관리 부담이 따르지만, 탄산염 형태로 전환될 경우 자연 상태의 광물과 유사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 수백 년에서 수천 년에 이르는 장기 격리가 가능함을 의미하며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술적 이점을 가진다.

▲ 이산화탄소 직접 포집(DAC, Direct Air Capture)에 대한 개념(from Wikipedia).국내에서도 이러한 기술의 개발과 현장 적용을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정부는 2021년부터 5년 동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부,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의 다부처 협력을 통해 탄소자원화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또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및 강원대학교 등 산·학·연 전문기관의 공동연구를 통해 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단계적으로 검증해 왔다.
그 과정에서 산업 현장의 굴뚝에서 직접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복합탄산염으로 전환한 뒤, 화력발전소 산업부산물의 하나인 바닥재(bottom ash) 및 비산재(fly ash) 등과 반응시켜 새로운 개념의 시멘트계 재료로 전환, 이를 지하 폐광산의 채움재로 활용하는 기술이 현장 실증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이 채움재는 지반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차수성이 우수한 특성을 보였으며, 장기간 경과 후에도 매우 낮은 수준의 투수계수가 유지되고 있음이 확인됨으로써 이산화탄소의 재유출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확인했다.
이는 이산화탄소를 단순히 ‘격리’하는 수준을 넘어, 지반 안정성 확보와 국토 관리 측면에서의 긍정적 효과, 그리고 폐기물 처리 문제 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부가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특히 방치된 지하 폐광산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환경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매우 낮은 투수계수와 충분한 강도 특성을 갖는 복합탄산염 채움재가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의 인공방벽으로 사용되고 있는 벤토나이트를 대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제시되면서 미래 세대를 위한 탄소광물화 기술의 혁신적인 활용 방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 합탄산염 채움재 시공을 위해 3차원 정밀계측된 지하공간 (탄소자원화 국가전략 프로젝트강원대학교).물론 이러한 기술이 곧바로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는 만능 해법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지질학적으로 안정성이 확보된 부지의 선정, 수십 년 이상을 고려한 장기 모니터링 체계의 구축, 채움재가 타설될 지하 공간에 대한 정밀 계측 기술의 정립, 채움재 혼합 및 타설 방법에 대한 경제성 확보,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사회와의 충분한 소통을 통한 사회적 수용성 확보가 선결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될 때 비로소 기술은 탄소중립을 위한 사회적 해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사실은 탄소중립이 단일한 기술이나 정책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큰 흐름 위에, 이미 배출된 탄소를 책임지는 능동적 탄소제거 기술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현실적인 해답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탄소광물화를 통한 이산화탄소 지중저장은 이러한 다층적 대응 전략의 중요한 한 축이 될 수 있으며, 이제는 배출을 줄이는 노력과 함께 탄소를 지구로 되돌리는 기술에 대해서도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