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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SMR-재생에너지, 대립 아닌 상생의 길로
송고일 : 2026-01-06[에너지신문]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2050 탄소중립’이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면서, 에너지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그간 에너지 정책은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또는 ‘원전 복원과 재생에너지 속도 조절’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최근 재생에너지와 소형모듈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은 서로 대립하는 관계가 아닌, 보완적인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 SMR과 재생에너지가 기술적·경제적 시너지를 창출하며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태양광과 풍력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는 탄소 배출이 없는 청정 에너지원이지만, 자연조건에 의존하기 때문에 간헐성(Intermittency)이라는 약점을 가진다.
대표적으로 낮 시간대 태양광 발전 과잉으로 인해 계통 부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가, 해가 지는 저녁 시간대 수요가 급증하며 발전량이 급락하는 ‘덕 커브(Duck Curve)’ 현상을 꼽을 수 있다. 또한 회전기반의 전통 발전기와 달리 재생에너지는 전력망의 주파수 변화에 대응하는 관성이 부족해 전력 품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SMR은 이같은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출력 300MWe 이하 소형 원자로인 SMR은 공장 제작 및 현장 설치가 가능해 경제성과 안전성이 뛰어나고, 기존 대형 원전과 달리 출력 조절(Load Following) 기능이 탁월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수요에 맞춰 용량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모듈형 설계, 냉각재 펌프 없이 자연 대류를 이용하는 피동형 안전 시스템을 채택해 사고 위험을 낮춘 것도 강점이다.

▲ 탄소중립과 전력수요 충당을 위해서는 SMR과 재생에너지의 공존이 필수적이다.SMR-재생에너지, 예상 협업 시나리오는?
당장 생각해볼 수 있는 SMR과 재생에너지의 협업은 △하이브리드 에너지시스템(HES) 구축 △수전해 설비를 통한 그린수소 생산 △송전망 부하 경감 및 분산형 전원망 정도다.
하이브리드는 SMR과 재생에너지를 하나의 통합시스템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충분할 때는 SMR의 출력을 낮추거나, 남는 전력을 열이나 수소 형태로 저장하고, 반대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부족할 때는 SMR이 즉각적으로 전력을 공급, 기저 부하를 담당한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잉여전력과 SMR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증기를 결합하면 수소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SMR은 24시간 안정적인 고온 열을 제공할 수 있어, 저온 수전해보다 효율이 높은 고온 수전해(SOEC) 방식에 적합하다. 이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한계를 넘어 수소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재생에너지는 입지 제약으로 인해 대규모 송전망 건설이 필수적이며, SMR은 냉각수 요구량이 적어 내륙이나 노후 화력발전소 부지에 건설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요처 인근에서 직접 전력을 공급하는 분산형 전원으로서,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송전망 혼잡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사회적 공존 방안
다만 이같은 협업에 앞서 필요한 것이 있는데, △기술적 표준화와 규제 혁신 △지역 사회 수용성 제고 △노후 화력발전 부지 활용 등이 그것이다.
먼저 SMR이 재생에너지와 유연하게 연동되기 위해서는 출력 조절 성능에 대한 기술적 표준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재생에너지 우선 접속 원칙과 SMR의 유연 운전에 따른 보상 체계(용량 요금제 등)를 정립, 발전 사업자의 수익성을 보장해야 한다. 또 안전한 SMR이라 할지라도 지역주민 동의 없이는 건설이 불가능하다. 재생에너지 단지와 SMR을 결합한 ‘에너지자립형 스마트시티’ 모델을 제시하고, 지역 주민이 에너지 생산의 주체로 참여하여 수익을 공유하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폐쇄 예정인 석탄 화력발전소 부지는 송전 인프라가 이미 구축돼 있다. 이곳에 SMR을 배치하고 주변 지역에 재생에너지 단지를 조성함으로써, 기존 일자리를 보존하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Just Transition)’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SMR 조감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공존을 위한 제도적 장치
SMR과 재생에너지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시장 구조가 ‘발전량(kWh)’ 기준에서 ‘유연성 및 신뢰도’ 기준으로 재편돼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출력 변화를 SMR이 즉각적으로 메워줄 때, 이에 대한 보상(Ancillary Services)을 지급해야 한다. 이는 주파수 조정, 예비력 확보 등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하는 것이다. 아울러 송전망이 혼잡한 지역에서 SMR이 분산형 전원으로 기여할 경우, 지역별로 전력 가격을 차등화해 계통 안정화에 기여한 경제적 이득을 보전해 줘야 한다. 이밖에도 SMR의 열과 전기를 이용해 생산된 수소를 ‘핑크수소(Pink Hydrogen)’로 분류하고, 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수소와 유사한 수준의 탄소배출권 혜택이나 보조금을 부여함으로써 하이브리드 운영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분산법 체계에서의 SMR-재생에너지
분산법 제2조는 분산에너지의 범주에 ‘중소형 원자력 발전사업(SMR)’을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다만 여기에는 법적 전제조건이 붙는다.
SMR이 분산법상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인허가를 먼저 획득해야 한다. 현재 개발 중인 i-SMR 등이 실제 분산전원으로 등록되기까지 규제기관의 안전성 심사 기간과 법적 사업자 등록 시점 사이의 시차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특히 분산법은 특화지역 내 규제 특례를 허용하지만, 원자력 안전 관련 법령은 국가 최상위 안전 규제로서 분산법보다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가 특화지역에 SMR을 유치하려 할 때, 중앙 정부의 안전규제 권한과 지자체의 에너지 자치권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분산법의 핵심은 특화지역 내에서 발전사업자가 한전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전력을 직접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화지역 내에서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SMR이 보완하는 ‘통합형 사업자’가 등장할 때, 이들에게 적용될 소매 전기요금 산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SMR의 안정성과 재생에너지의 환경성을 결합한 요금 체계를 설계할 때, 기존 한전 요금 대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분산법은 송배전 비용을 고려한 지역별 요금 차등화를 허용한다. SMR이 입지한 지역의 전기요금이 낮아질 경우, 인근 지자체 간의 형평성 논란이나 ‘에너지 님비(NIMBY)’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법적 보상 체계가 쟁점이 될 것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 출력제어가 빈번해진다. SMR 역시 유연 운전을 할 경우 가동률 하락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그러나 현재 분산법 본안에서는 출력제어에 따른 구체적인 보상 조항이 빠져 있어 향후 전기사업법과의 병합 심사나 하위법령(시행령)을 통한 보완이 필수다.
이와 함께 전력계통 포화 시 재생에너지를 먼저 멈출 것인지, SMR의 출력을 먼저 낮출 것인지에 대한 급전 우선순위가 법적으로 정의돼야 한다. 이는 사업자의 수익과 직결되는 예민한 법적 분쟁 사안이 될 수 있다.

▲ 해상풍력단지 전경.글로벌 에너지믹스의 현주소
미국은 에너지부(DOE) 주도로 SMR과 재생에너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에너지시스템(HES)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일례로 뉴스케일(NuScale) 파워는 아이다호 국립연구소와 협력, 풍력 발전량이 많을 때는 SMR 전력을 수소 생산이나 지역난방으로 돌리고,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전력망에 집중 공급하는 모델을 실증 중이다.
영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 비중을 25%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SMR과 대규모 해상풍력을 결합한다는 구상이다. 해상풍력의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 노후 화력발전소 부지에 롤스로이스(Rolls-Royce) SMR을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며, 특히 SMR에서 나오는 폐열을 활용해 인근 산업단지에 저탄소 열원을 공급, 에너지 허브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
캐나다는 광활한 영토 특성상 송전망 연결이 어려운 오지 마을과 광산 지역이 많다. 이에 초소형 모듈원자로(vSMR)를 태양광 및 ESS와 결합,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한국형 공존 모델’을 찾다
한국은 좁은 국토 면적과 고립된 계통(에너지섬)이라는 특수성을 가진다. 따라서 한국형 SMR(i-SMR)은 설계 단계부터 ‘재생에너지 연계 운전’을 핵심 사양으로 포함할 필요가 있다.
서해안의 대규모 태양광단지나 동해안 풍력단지 인근에 SMR을 배치, 계통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RE100을 원하는 기업들에게 안정적인 청정에너지를 공급하는 모델이 필요하다. 특히 재생에너지 단지와 연계된 수소생산 클러스터를 조성, 국가 수소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SMR과 재생에너지의 공존은 기술적 문제가 아닌 ‘시장 설계’의 문제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SMR의 유연성에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이를 통해 민간 투자가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관련 법안 정비와 실증 사업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SMR과 재생에너지는 서로를 대체하는 경쟁자가 아니라, 탄소중립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이인삼각(二人三脚)’의 파트너다. 재생에너지가 변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에너지 안보가 흔들리고, SMR이 사회적 수용성과 유연 운전을 증명하지 못하면 재생에너지의 보조 수단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