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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년기획] 해상풍력-해양생태계, 공존의 길을 찾다

    송고일 : 2026-01-06

    [에너지신문] 탄소 중립을 향한 전 세계적인 흐름 속에 해상풍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하지만 거대한 풍력 터빈이 바다에 들어설 때마다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우려, 그리고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한다는 기대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해상풍력과 해양생태계가 갈등을 넘어 공존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해상풍력, 바다의 불청객인가?

    해상풍력 단지 조성 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서식지 파괴와 소음이다. 하부 구조물을 설치할 때 발생하는 강력한 저주파 소음은 고래와 같은 해양 포유류의 이정표를 교란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거대한 회전 날개(블레이드)는 매년 이동하는 철새들에게 위협이 되기도 한다. 해저 케이블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장이 가오리나 상어 등 민감한 어종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처럼 해양생태계에 있어 ‘불청객’ 취급을 받기도 하는 해상풍력이지만, 긍정적인 시각도 다수 있다. 최근 연구들은 해상풍력이 오히려 생물 다양성을 높이는 ‘인공어초’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바다 한가운데 설치된 하부 구조물은 홍합, 굴, 해초류가 달라붙어 살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 이는 작은 물고기를 불러 모으고, 결국 상위 포식자까지 유인하는 거대한 생태계를 형성한다. 안전상의 이유로 풍력단지 주변의 대형 저인망 어업이 제한되면서, 오히려 수산 자원이 회복되는 ‘보호 구역’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제는 단순히 환경 피해를 줄이는 ‘보호’를 넘어, 해상풍력을 통해 생태계를 더 풍요롭게 만드는 ‘네이처 포지티브’ 전략이 필요하다.

    하부 구조물 표면을 해조류가 잘 자랄 수 있는 재질로 제작하거나 인공 굴 양식 공간을 설치하는 등의 생태 친화적 설계, AI 카메라와 센서를 활용해 조류 이동 시 터빈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지능형 시스템(스마트 모니터링) 도입, 그리고 단지 내 양식업 병행(수산업 공존형 모델) 및 이익 공유제 활성화 등 사업자와 주민·어민 간 상생 모델이 대표적이다.

    대한민국 바다, 공존의 기록

    세계 최대 규모(8.2GW)의 해상풍력단지를 추진 중인 신안군은 인간과 생태계, 모두의 공존을 목표로 한다. 신안군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EAAF)의 핵심 거점이다. 최근 ‘국제철새심포지엄’을 통해 대만, 프랑스 등 해외 사례를 공유하며 AI 기반의 조류 충돌 방지 시스템과 이동 시기 터빈 일시 중단 등 예방적 관리 체계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또 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해 단지 내부에 맞춤형 양식 단지를 조성하고, 생산된 수산물을 활용한 ‘유통가공 집적화단지’를 건립하는 등 해상풍력을 어촌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로 활용하고 있다.

    울산 앞바다 60km 지점에 조성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단지는 입지 선택부터 공존을 고려했다. 해저 지면에 고정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바다 위에 띄우는 부유식 공법을 채택, 해저 생태계 교란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연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양식장이나 주요 조업 구역과의 겹침이 적다는 것이 강점이다.

    울산 해역에 서식하는 고래 등 해양 생물의 이동 속도를 고려, 5km 간격으로 구역을 나눠 사후 환경영향조사를 실시하는 등 과학적인 데이터 기반의 관리를 추진 중이다.

    전북 부안 및 고창 해상에 위치한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는 해상풍력이 생태계에 주는 긍정적 변화를 증명하고 있다는 평가다.

    발전기 하부 구조물이 인공어초 역할을 하면서 패류와 해조류가 정착했고, 이를 먹이로 삼는 어류들이 몰려들고 있다. 실제로 단지 내에서 양식 실증에 성공하며 ‘풍력단지=황금어장’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도 과거 500m였던 항행 금지 구역을 100m로 완화하는 등 안전이 확보된 범위 내에서 어민들의 조업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상생 모델을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상생의 바다’를 위한 4대 과제는?

    해상풍력은 단순한 에너지 시설을 넘어 바다의 새로운 구성원이 되고 있다. 탄소중립과 생태계 보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적 접근을 넘어 국가 차원의 정교한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해상풍력 전문가들은 해양생태계와의 상생을 위해서는 4개 과제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바로 △‘해양공간계획’ 기반의 선제적 부지 적정성 평가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 설계 지침 표준화 △데이터 중심의 ‘전주기 생태계 모니터링’ 강화 △법적·제도적 ‘이익 공유 및 분쟁 조정’ 기구 상설화다.

    현재처럼 사업자가 임의로 부지를 선정하고 허가를 받는 방식은 환경 단체 및 어민과의 갈등을 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가 주도해 생태계 민감도와 어업 활동량을 사전 조사하고, 입지 적정성을 평가하는 ‘계단식 계획 입지제’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환경적 위험이 높은 곳은 배제하고, 공존 가능성이 큰 해역을 우선 개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 서남해 해상풍력 1단계 실증사업(2018년)에 해저 케이블이 시공되고 있다.
    ▲ 서남해 해상풍력 1단계 실증사업(2018년)에 해저 케이블이 시공되고 있다.

    또한 단순히 피해를 최소화(Mitigation)하는 단계를 넘어, 생태계 가치를 높이는 설계 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 하부 구조물 설치 시 해조류 서식 및 어류 산란을 돕는 친환경 재료 사용을 의무화하고, 풍력 단지 내 가두리 양식이나 인공어초 조성을 결합한 ‘복합 해양목장’ 모델의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소음 및 전자기장 영향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스마트 환경감시 시스템 도입을 지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단지 조성 전후의 생태계 변화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필요하다. 1~2년에 그치는 단기 조사가 아니라 20년 이상의 운영 기간 전체를 아우르는 장기 모니터링을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쌓인 데이터는 향후 차세대 해상풍력 단지의 환경 영향 평가를 더욱 정밀하게 만드는 국가적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존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어민들이 풍력단지 운영에 직접 참여하거나, 발전 수익의 일부를 마을 공동체와 나누는 ‘에너지 연금’ 모델을 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또한 환경 영향이나 조업권 침해에 대한 갈등 발생 시, 이를 객관적으로 중재할 수 있는 독립적인 민·관·학 협의체 및 분쟁 조정 기구의 상설 운영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사업자, 주민, 미래세대 모두를 위해

    바다는 인류에게 에너지도 주지만 생명 그 자체를 지탱하는 근원이다. 해상풍력이 바다의 건강함을 해치는 불청객이 될지, 아니면 기후 위기로부터 바다를 구할 구원자가 될지는 지금 우리가 어떤 정책적 토대를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기술의 혁신에 ‘생태적 감수성’과 ‘상생의 철학’이 더해질 때, 대한민국 바다 위에는 지속 가능한 미래의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해상풍력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필수 과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바다의 주인인 생명체들을 소외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철저한 사전 환경 영향 평가와 더불어, 건설 이후에도 장기적인 생태계 모니터링을 이어가는 책임감 있는 에너지 사업 개발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바람을 에너지로 바꾸는 기술이 바다 생물들의 보금자리를 지키는 방패가 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녹색에너지’가 완성될 수 있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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