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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 시스템 설계의 간극
탁호영 변리사
[투데이에너지] 재생에너지 비중의 확대는 전력 시스템 운용 측면에서 구조적 비효율을 초래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여러 국가의 사례에서 일관되게 확인되고 있다.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은 특정 시간 구간에 출력이 집중되는 특성을 갖는 반면, 전력 수요는 이에 상응하여 유연하게 조정되지 않는다.
그 결과, 발전 설비 용량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계통 안정성 확보를 위해 발전 출력이 제한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음에도 시스템이 이를 수용하지 못해 그대로 버려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전력 시스템이 여전히 대형 발전소 중심의 구조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전력 흐름의 변동성이 증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시스템은 이러한 변화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계통 안정이 최우선적인 운용 기준 으로 작용하면서,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운영 효율 저하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된다.
■해외의 정책 전환과 기능 중심 접근
해외에서는 문제의 원인을 발전량 자체가 아니라 전력 시스템 설계에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출력 조정, 주파수 유지, 피크 완화와 같은 기능을 발전량과 분리된 독립적인 가치로 정의하고, 해당 기능을 수행하는 기술 및 설비에 대해 별도의 보상 체계를 도입하였다. 이에 따라, 전력은 단순히 생산되는 자원이 아 니라 관리되고 조정되는 자원으로 취급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들 국가는 전력 시스템의 안정성을 단일한 결과 지표로 평가하지 않는다.
발전량 감소 없이 계통 혼잡을 완화했는지,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얼마나 흡수했는지, 피크 시간대의 부담을 얼마나 줄였는지와 같은 요소들이 각각 독립적인 평가 대상이 된다.
이러한 기능 중심 평가는 전력 시스템 운영을 정밀하게 만들고, 개별 기술이 수행하는 역할을 명확히 드러내는 효과를 갖는다.
기술은 단순한 설비 확충의 대상이 아니라, 전력 시스템의 개별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중심 으로 평가되며, 그 역할에 따라 정책과 시장에 서의 취급 방식 역시 변화한다.
■기술·특허 관점에서 본 제도적 과제
재생에너지 확대 이후 중요해진 기술들은 전통적인 발전 기술과 성격이 다르다. 출력 조정, 예측 기반 제어, 계통 안정 기술은 전력을 더 많이 생산하기보다, 전력 시스템의 상태를 관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정책과 시장은 여전히 발전량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러한 기술이 제공하는 기능적 가치는 충분히 평가되지 않는다.
변리사의 관점에서 보면, 재생에너지 관련 기술들은 이미 다수의 특허로 보호되고 있으며 기술적 완성도 또한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문제의 핵심은 특허로 보호된 기술이 시장에서 독립적인 가치 단위로 설정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즉, 기술 자체는 존재하지만, 해당 기술이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동시에 해결되어야 할 과제는 설비 확충이 아니라, 이미 확보된 기술이 전력 시스템 내에서 수행하는 기능을 정책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설계하는 데 있다.
이러한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 한, 재생에너지 비중의 증가는 구조적인 비효율 논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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