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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평] ‘지산지소’ 송전망 아닌 ‘VPP 운영 역량’에 있다 

    송고일 : 2026-02-23

    함일한 에이치에너지 대표

    [투데이에너지] 국내 전력망이 유례없는 전환기에 직면했다.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 100GW라는 담대한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현장의 상황은 엄중하다. 재생에너지 핵심 거점인 호남과 제주에 서는 신규 설비의 계통 접속이 잠정 중단됐다.

    한국전력은 전국 205개 변전소를 ‘계통관리변 전소’로 지정하며 관리에 나섰다. 현재의 계통 인프라가 감당할 수 있는 물리적 임계점에 도달 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계통 제약은 단순히 전력 공급이 부족 해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본질은 늘어난 변동성을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는 ‘운영 시스템’의 고도화 문제다. 재생에너지 확대로 발전 설비는 비약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를 수용할 송전선 로와 전력 흐름을 유연하게 조정할 소프트웨어 체계는 구축 단계에 있다. 전력을 효율화할 수있음에도 출력 제어가 반복되는 이유다.

    구조적 난제를 풀기 위해 정부가 송전망 확충과 분산에너지 체계를 병행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선택이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역시 중앙집중형 공급 구조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정책적 의지의 산물이다. 이 법안의 핵심은 소비 지역 인근에서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고 공급하여 계통 부하를 원천적으로 분산하는 데 있다.

    과거의 수직적 공급 체계에서 벗어나 수평적이고 유연한 에너지 생태계로 진입하는 필수 조건 이다.

    전력 시장의 가치 기준도 변화하고 있다. 재생 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발전량보다 ‘예측 가능성’과 ‘운영 신뢰도’가 중요해진다. 불확실성을 줄이고 계통 안정에 기여하는 자원에 더 큰역할과 보상을 부여하는 방향이다. 시장의 축이 ‘설비’ 중심에서 ‘운영 역량’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제 시장 주도권을 결정짓는 척도는 ‘설치량’이 아닌 ‘통제력’이다.

    핵심은 ‘설비 규모’가 아닌 ‘운영의 질’이다. 단순 모니터링을 넘어 데이터 기반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계통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정산까지 연결하는 통합 운영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야만 분산 자원이 비로소 제도권 내에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지산지소(地産地消)’가 부상한 다. 지역 생산-지역 소비 구조는 장거리 송전 의존도를 낮추고 계통 부담을 덜어주는 실질적 해법이다. 지산지소의 정착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는 송전탑 건설 갈등을 피하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만 지산지소는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 다. 흩어진 자원을 기술적으로 묶어내지 못하면 계통 관리는 오히려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실시간 수급 균형을 맞추는 기술적 담보가 선행돼야 한다.

    지산지소의 실질적 구현은 운영 시스템의 정밀함에 달려 있다. 발전량을 예측하고 수요 변화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며 출력을 조정하는 가상발전소(VPP) 기술이 핵심이다. VPP의 경쟁력은 이론이 아니다. 수많은 소규모 자원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해석하고 현장에 적용해 본 실전 경험에서 나온다.

    민간 영역에서는 이미 분산 자원을 설치 대상이 아닌 핵심 ‘운영 자산’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개별 설비의 성능이 아니다. 이들을 하나의 발전원으로 묶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하여 계통에 기여하느냐에 있다. 예측과 제어, 정산까지 하나의 구조로 연결될 때 분산 자원은 비로소 가치 있는 에너지원 으로 기능한다.

    에너지 전환은 설비를 늘리는 경쟁을 넘어, 흐름을 관리하는 역량의 경쟁이다. 공공이 제도적 기반을 설계하면 민간은 이를 현장에서 작동시킬 운영 엔진을 고도화해야 한다. 송전망이 공간의 문제를 해결한다면, VPP(가상발전소)는 시간과 변동성의 불확실성을 해결한다. 지산지 소가 선언을 넘어 실현되는 속도는 이제 우리가 얼마나 정교한 운영 역량을 갖추느냐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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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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