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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반도체 시대, 전력망 패러다임 바뀐다
[에너지신문]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가 촉발한 폭발적인 전력 수요가 국가 전력망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8일 열린 대한전기학회 전력기술부문회와 CIGRE 한국위원회의 공동 포럼에서는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망 대전환 전략이 집중 논의됐다.
▶전력망 흔드는 신규 변수, AI 데이터센터 '급변동성'
AI 데이터센터는 기존의 산업 부하와는 차원이 다른 특성을 보이며 계통 안정성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설비용량은 2023년 0.3GW에서 2025년 29.56GW로 약 100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반 데이터센터의 랙당 전력밀도가 3~15kW인 반면, AI 데이터센터는 30~120kW에 달해 순간적인 부하 변동과 전력 품질 문제를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버지니아에서는 송전선 사고로 1500MW 규모의 데이터센터 부하가 동시 탈락하며 주파수와 전압이 급변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공동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토론을 진행하는 모습.
▶수동적 소비자에서 '능동적 자원'으로의 전환
전문가들은 AI 데이터센터를 단순히 전력을 소비하는 대상이 아닌, 계통과 상호작용하는 '능동적 자원'으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데이터센터 내부의 UPS, ESS, 비상전원 등을 활용하면 계통 안정화에 기여하는 유연 자원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차세대 800V 직류(DC) 배전, 반도체 변압기(SST), SiC·GaN 기반 전력반도체 기술이 미래 AI 인프라의 핵심으로 부상하며 전력과 ICT 산업의 긴밀한 융합이 예고된다.
이외에도 주파수 응답이나 전압 안정화 등 계통 기여도가 높은 데이터센터에 대해 접속 우대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제도 및 구조적 재설계...'로드사이드 그리드코드' 도입
국가 전력망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변화와 구조적 혁신도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기존 발전기 중심의 그리드코드를 넘어 대규모 부하에 대해서도 무효전력 공급, Ramp Rate(출력 변동률) 제한 등을 규정하는 ‘부하 측 그리드코드(Load-side Grid Code)’ 도입이 논의됐다. 또 수도권 집중형 전력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 내 전원과 ESS를 결합한 '지역 그리드'와 기존 송전망이 조화를 이루는 하이브리드 구조로의 전환이 제안됐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부하에 대해 EMT(전자과도현상) 수준의 정밀 모델링과 동특성 데이터를 확보, 선제적인 계통 병목 및 안정도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포럼 참석자들이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가 경쟁력의 척도가 된 '전력망'
이제 국가 경쟁력은 단순히 반도체 생산량을 넘어, 초대형 수요를 얼마나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는 전력망을 갖췄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포럼은 전력망이 단순한 인프라를 넘어 국가 산업 전략과 기술 패권을 좌우하는 핵심 플랫폼임을 확인시켰다는 평가다.
에너지 업계는 송전망 확충의 장기화와 산업계의 부담을 고려, 초기에는 필수 기능 중심의 제도를 도입하고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적 접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