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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선용 에너지경제연구원 가스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
김선용 에너지경제연구원 가스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
호르무즈 봉쇄 현실화… 글로벌 LNG 시장 다시 지정학 리스크 직면 러-우 전쟁보다 제한된 충격… 비수기·대체 공급 능력이 완충 카타르 생산 차질 장기화… 미국 LNG 수출 확대 최대 변수
[투데이에너지 ] 4년 전인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에 전례 없는 충격을 안겨줬다. 유럽이 수십 년간 의존해 온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가스가 사실상 무기화되면서 에너지 안보가 국제정치의 최전선으로 부상했고, LNG 가격은 사상 최고치로 치솟으며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었다.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2026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또 한 번의 중대한 지정학적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타격 위협, 그리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거론하는 상황에서도 시장은 대부분 실제 봉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었다. 호르무즈 봉쇄는 이란이 수십 년간 서방의 압박에 맞서 반복적으로 활용해 온외교적 압박 수단이었을 뿐, 2019년 ‘미-이란 긴장고조’ 국면이나 2011~2012년 ‘핵 협상 결렬’ 시기에도 단 한 번도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6년 2월 28일, 상황은 그 당시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미국·이스라엘 연합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하고 이란 지도부가 궤멸적 타격을 입으면서, 협상 기반을 상실한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최후의 수단으로 간주해 온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마침내 실행에 옮겼다. 수십년간 대외 압박의 카드로 활용해 온 봉쇄 위협이, 처음으로 실제 전략적 행동으로 전환된 순간이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아랍에미리트인근)에 위치한 최협부(最狹部: 전체 해협 중에서 폭이나 공간이 가장 좁은 지점)로, 폭 약 39km의 좁은 수로다. 카타르·오만 등 주요 LNG 수출국이 세계 시장으로 물량을 반출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핵심 해상 통항로이며, 2025년 기준으로 이 해협을 통과하는 LNG 물량은 전 세계 교역량의 약 20%에 달한다.
또한, 카타르는 2025년 기준 82.5MMt(8250만 톤)를 수출하며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LNG 수출국으로 입지를 다졌다. 특히 카타르와 UAE의 수출 물량대부분이 이 해협에 의존하고 있어 봉쇄 시 파급력은 즉각적이고 광범위하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러-우 전쟁 대비 충격은 제한적 계절적 비수기 영향, 대응 능력도 향상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을 나타냈다. 전쟁 직전인2월 27일 동아시아 현물 가격 지표(JKM)는 $10.73/MMBtu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였으나, 2월 28일 작전개시와 함께 요동치기 시작했다. 3월 2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공식 봉쇄 발표 직후 JKM은 하루 만에$13.37/MMBtu로 급등했고, 미사일·드론 보복과 헤즈볼라 참전으로 전선이 확대되면서 $15.77/MMBtu까지 올랐다. 3월 13일 이란군의 카타르 Ras Laffan LNG 터미널 공격 소식이 전해지자 단 하루 만에$18.3/MMBtu로 재차 뛰었고, 3월 19일에는 $22.35/MMBtu로 전쟁 이전 대비 약 2배에 달하는 연고점을기록했다.
JKM·TTF 현물 가격 추이(단위: USD/MMBtu)
자료: LSEG Eikon 자료 토대로 저자 작성
유럽 TTF도 같은 날 $21.0/MMBtu까지 동반 상승했다. 이후 4월 7일 트럼프 대통령의 2주간 임시 휴전 합의 발표로 JKM은 $16/MMBtu 수준까지내려갔으나, 4월 11~12일 이슬라마바드 1차 협상 결렬에 이어 4월 18일 이란의 해협 재봉쇄로 가격 불확실성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번사태로 인한 가격 급등 폭은 2022년 러-우 전쟁 당시와 비교하면 제한적이었다.
당시 TTF는 $96/MMBtu, JKM은 $70/MMBtu 수준까지 치솟았던 데 비해, 이번 고점은 JKM $22.35/MMBtu에 그쳤다. 가격 상승이 상대적으로 완만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첫 번째는 전쟁이 계절적 수요가 가장 낮은3월(춘계 비수기)에 발생했다는 점이다. 주요LNG 수입국들의 수입 패턴은 겨울 난방 수요와 맞물려 있는데, 동절기 난방 수요와 파이프라인 공급 급감이 동시에 터진 2022년 상황과는 달리 이번에는 이러한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수요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두 번째는 시장이 호르무즈 봉쇄를 ‘단기적’사태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러-우 전쟁은 유럽의 구조적 에너지 수입 구조 전환을 촉발한 반면, 이번 사태는 Ras Laffan 시설 피격에 따른 구조적 차질을 제외하면 봉쇄 해제 시 해소될 문제로 시장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시 휴전 소식만으로도 JKM이10% 가까이 급락할 만큼, 시장이 봉쇄 지속 여부에 리스크 프리미엄을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 번째는, 대체 공급 대응 능력이 2022년보다 크게 개선됐다는 점이다. 미국 LNG 수출터미널들은 현재 최대 가동에 근접한 상태로, 3월 기준 일 평균 약 18Bcf/d를 수출하며 2025년 12월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출 물량을 기록했다. Corpus Christi Stage 3,Plaquemines LNG 등 신규 터미널들이 즉시최대 가동에 들어가면서 공급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했다.
생산 차질 장기화… 연간 1280만톤 생산 차질 미국 LNG 수출 역대 최고 수준… 가격 유인에 따른 가동률 확대
카타르는 이번 사태의 가장 직접적이고 심각한 피해 당사국이다. 카타르에너지는 3월 2일 가스 생산을 전면 중단한 데 이어, 3월 4일 장기계약 바이어 전체에 불가항력을 공식 선언했다. 카타르에너지 CEO는 이란의 RasLaffan 공격으로 자국 LNG 수출 능력의 약17%가 손실됐으며, 피격된 트레인 2기(4번·6번)와 가스액화 시설 1기의 수리로 연간 1280만 톤의 LNG 생산이 3~5년간 중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타르에너지는 중국, 한국, 이탈리아, 벨기에 등 주요 바이어에 장기 불가항력을 선언했으며, Ras Laffan은 이르면 8월 말 이전까지는 완전 정상화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카타르에너지는 핵심 바이어와의 거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현물 시장에서 LNG를 매입해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이는 공급공백을 메우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미국의 대응은 이번 사태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공급측 변수로 부상했다. 호르무즈 봉쇄와 Ras Laffan 피격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LNG 현물 가격이 급등한 반면, 미국 국내 기준가격인 헨리 허브(Henry Hub)는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했다. 3월 기준 헨리 허브와 JKM 간 스프레드는 전월 대비 98% 확대되어 $15.23/MMBtu까지 격차가 벌어졌으며, 헨리허브와 유럽 TTF 간 스프레드도 같은 기간83% 확대됐다.(EIA(2026). Short-TermEnergy Outlook April 2026)
이 가격 차이는 미국 LNG 수출 산업에 전례 없는 수익 유인을 제공했다. 헨리 허브가 약 $3/MMBtu 수준에서 안정된 반면, TTF가 $18대, JKM이 $20대를 오가는 상황에서 약 $15에 달하는 스프레드는 수출 원가를 차감하더라도 충분한 마진을 보장했으며, 미국의 수출 가능한 물량은 모두 수출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미국 LNG 수출 터미널 기준 일 평균 약18Bcf/d를 수출하며 최대 가동에 근접했고, 적어도 한 곳 이상의 터미널 운영은 3월 각 사들이 유리한 가격 여건을 이유로 정기 보수 일정 연기를 검토 중이다.(EIA(2026). Short-TermEnergy Outlook April 2026)
통상 LNG 액화트레인은 난방·냉방 수요가 상대적으로 낮은 봄철에 정기 보수를 실시한다. 그러나 유럽의 재고 확충 수요와 아시아의 공급 부족이 동시에 겹치고 카타르 생산 능력의 17%가 장기 이탈한 상황에서는 보수를 연기하고 계속 가동하려는 경제적 유인이 크다.
EIA는 2026년 미국 연간 LNG 수출량을17.0Bcf/d로 전망하며, 이는 1월 전망치(16.4Bcf/d) 대비 상향 조정된 수치다. 2025년 연간 최고치(15.1Bcf/d)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며, 18.6Bcf/d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EIA(2026). Short-Term Energy OutlookApril 2026)
다만 현재 가동률이 이미 최대치에근접해 있어 추가 수출 여력 자체는 제한적이며, 그 여지는 정비 연기, 신규 프로젝트 가동확대 속도, 추가 수출 허가 계약에 달려 있다.
이와 함께 세계 최대 LNG 수출국 중 하나인 호주도 이번 사태로 아시아 시장에서 대체 공급원으로서의 위상이 더욱 부각됐다. 카타르발 공급 공백을 채우려는 아시아 바이어들의 호주 물량 확보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호주LNG 생산업체들은 아시아 현물 시장으로의 추가공급 극대화를 위해 플랜트 운영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수입국 입장에서 단기 대체 공급의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다만 호주 역시 가동률이 이미 높은 수준인 만큼 급격한 추가 공급 확대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규 LNG 프로젝트 가동 현황
자료: S&P Global LNG Analytics 자료 토대로 저자 작성.
북미 신규 공급 확대… 카타르 물량 상쇄
호르무즈 봉쇄 지속 시 재급등 가능성
이러한 공급 전망을 종합하면, 가격 경로는 시나리오별로 뚜렷하게 갈린다. 단기적으로는 현재 같이 전쟁이 춘계 비수기에 진행되고 있어 수요 충격이 제한적인 데다, 미국 LNG 터미널이 이미 최대 가동에 들어가 공급 공백의 일부를 흡수하고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의 가격상승 압력은 크지 않다. 중장기적으로도 대체 공급경로는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2026년 하반기에만 가동 예정인 북미 신규 프로젝트들의 합산 용량은 연간 약 26MMt에 달하며, 이는 Ras Laffan 피격으로 발생한 구조적 공급 차질(연간 약 12.8MMt)을 단독으로 상회하는 수준이다. 2027년 추가 용량(약33MMt/년)까지 포함하면 공급 여력은 더욱 확대된다. 즉, 호르무즈가 재개방되어 걸프만에 묶여 있던 물량이 시장에 풀리는 시점에 북미 신규 공급 증가분까지 맞물린다면, 구조적 차질 물량 대부분이 대체공급으로 커버될 수 있다.
물론 봉쇄가 지속되는 한 호르무즈를 통과하지 못하는 약 80MMt 이상의 물량은 여전히 시장에서 이탈한 상태이며, 동절기 수요가 본격화되는 하반기에 유럽과 아시아의 재고 확보 경쟁이 겹칠 경우, 가격재급등 가능성은 열려 있다. 결국 향후 가격 경로의 핵심 변수는 Ras Laffan의 물리적 복구 속도가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재개 시점이다.
한국, 공급선 다변화 기반… 카타르 비중 축소 장기가격 연동제 등 위기 대응 역량도 확보
우리나라는 2025년 기준 약 4669만 톤의 LNG를수입하고 있으며, 주요 도입선은 호주(31.4%), 말레이시아(16.1%), 카타르(14.9%), 미국(9.4%) 순이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 물량은 카타르(14.9%)와 오만(4.1%)을 포함해 약 19% 수준으로, 러시아 파이프라인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던 유럽의 70%에 달하는 구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특정 공급선에 대한 과도한 의존 없이 복수의 국가로부터 물량을 분산 조달하는 구조가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공급선 다변화 수준은 주요 LNG 수입국 중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다변화가 최근 수년간 구조적으로 심화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카타르는 201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 LNG 도입에서 30%대의 비중을 차지하는 최대 단일 공급원이었으나, 셰일 혁명을 계기로 미국이 대규모 LNG 수출국으로 부상하고 호주의 신규 프로젝트들이 잇달아 가동되면서 공급선이 점진적으로 분산됐다. 그 결과 카타르 비중은 2025년 기준 14.9%까지 낮아졌고, 호르무즈 해협 외 공급선이 전체 도입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가 정착됐다.
다만 카타르는 비중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단일 공급원으로는 여전히 국내 최대 규모다. 2026년 기준 카타르 장기계약 도입 물량은 연간 약 610만 톤이며, 2027년 만료 계약을 제외한 잔여 계약도 약 400만 톤에 달한다. 불가항력 적용 범위와 피해 확정시점에 따라 해당 물량의 전부 또는 일부가 조달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계약을 통한 대체 물량 확보는 계약 체결부터 도입까지 통상 2~3년이 소요되는 만큼, 미국·호주 등 비(非) 호르무즈 공급선으로부터의 현물 및 단기계약 물량 확보가 현실적인 단기 대안이 된다.
가격 측면에서도 구조적 완충 요인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LNG 도입의 약 70~80%는 장기계약으로 구성되며, 그중 3분의 2가량이 유가 연동 방식(JCC 또는브렌트 기준)으로 가격이 산정된다. 유가 연동 계약은 통상 3~6개월 이동 평균 유가에 4~5개월의 시차를 두고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로, 현물 가격의 급등이 장기계약 도입단가에 즉각적으로 전가되지는 않는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동절기 대비 현물 재고 확충이 본격화되는 8~10월과 유가 연동 반영 고점이 맞물릴 가능성이 있어, 이 시기에는 현물·장기계약 양쪽 도입단가가 동시에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중동 사태가 우리나라 LNG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공급선 다변화라는 구조적 기반위에서 일정 부분 완충되고 있다. 2022년 러-우 전쟁을 거치며 비상 대응 체계 또한 한층 고도화된 만큼, 위기 대응의 기본 역량은 갖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관건은 향후 전쟁 전개 양상, 유가 흐름, 주요 수입국들의 동절기 비축 개시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현물 구입 시점을 전략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며,이를 통해 이번 사태의 충격을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지역별 LNG 도입 현황(단위: 천 톤)
자료: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통계월보 3월호 토대로 저자 작성
■ 용어설명
JKM 일본·한국·대만·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거래되는 LNG 현물 가격을 반영한 대표적인 가격 지표다. 아시아 LNG 시장에서 기준가격 역할을 하며, 글로벌 LNG 거래 동향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Bcf/d ‘Billion cubic feet per day’의 약자로 하루 천억 입방피트 규모를 의미한다. 천연가스 생산량이나 수출량을 나타낼 때 사용되는 단위로, 특히 미국 가스 생산·수출 통계에서 널리 활용된다.
Henry Hub 미국 루이지애나州에 위치한 천연가스 배관 허브로, 북미 천연가스 가격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선물 거래와 현물 거래의 기준가격으로 사용되며, 글로벌 가스 시장에서도 중요한 가격 벤치마크로 평가된다.
TTF 네덜란드 가스 거래소 기반의 유럽 대표 천연가스 가격 지표다. 유럽 내 가스 수급 상황을 반영하는 핵심 기준가격으로, LNG 시장에서도 주요 참고 지표로 활용된다.
신일영 기자 iyshin@te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