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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햇빛소득마을의 명암 -확산 속도와 현장 리스크
지난 2월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지방 에너지 대전환 협의회 /기후부 제공
[투데이에너지 김원빈 기자] 전래동화 콩쥐팥쥐의 배경으로 알려진 전북 완주 앵곡마을에 최근 긴장감이 감돌았다. 마을 공원과 좁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2천 평 규모 태양광 시설 허가가 나면서다. 주민들은 사전 설명조차 없었다며 반발했고, 완주군은 “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후 정부가 ‘햇빛소득마을’ 대규모 확대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유사 갈등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앵곡마을 사례는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지역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충돌하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 정책이 전국 의제로 떠오른 데는 전남 신안군의 성과가 결정적이었다. 신안군은 2018년 10월 전국 최초로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조례’를 제정하고, 이듬해부터 태양광 발전 수익을 주민과 나누는 ‘햇빛연금’을 설계했다. 2021년 4월 안좌도·자라도 주민들에게 첫 지급이 이뤄진 이후 수익은 가파르게 불어났다. 2021년 17억원에서 시작해 2022년 39억원, 2023년 78억원, 2024년 82억원으로 증가했고, 2025년 10월 기준 누적 배당액은 304억원을 돌파했다. 2026년부터는 바람연금을 포함해 연간 137억원 지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효과는 숫자 너머에서도 나타났다. 인구소멸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던 신안군 인구가 햇빛연금 지급 이후 2023년 179명, 2024년 136명 연속 증가했고, 2025년 9월에는 전년 말 대비 710명(1.9%)이 늘어 3만8883명을 기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신안군 사례를 직접 언급하며 전국 확산을 주문했다. 그는 “신안군은 햇빛연금 때문에 인구가 몇 년째 늘고 있다”며 속도를 주문했고, 초기 정부안이 2030년까지 500개소를 목표로 잡자 “전국에 리가 3만8천 개인데 500개를 하겠다는 것이냐, 쪼잔하게 왜 그러느냐”며 질책하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3월 24일 국무회의에서 행정안전부·농림축산식품부·기후에너지환경부가 합동으로 올해 안에 전국 500개소 이상을 선정하고 2030년까지 2500개소로 확대하는 ‘햇빛소득마을 확산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햇빛소득마을은 마을 주민 10인 이상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유휴부지에 300kW~1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운영하고, 전력 판매 수익을 주민이 공유하는 사업 모델이다. 대표 성공 사례로 꼽히는 경기도 여주 구양리는 ‘햇빛두레 발전협동조합’을 통해 체육시설과 창고 등 유휴부지에 총 1MW 규모 태양광을 설치해 월평균 약 1000만원의 순수익을 창출하며, 이를 무료 급식과 마을버스 운영, 문화행사 등 주민 복지에 돌리고 있다.
정부 지원도 두텁다. 태양광 설치비의 최대 85%를 연 1.75% 저금리로 융자 지원하고, 지방소멸대응기금·마을기업 보조금·특별교부세 등 다양한 재원도 활용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2026년 기준 약 4500억원 규모 금융 지원이 예정돼 있으며, 내년에는 약 5500억원 국비를 추가 투입할 방침이다.
문제는 숫자가 늘어나는 속도만큼 이를 뒷받침할 기반이 함께 설계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은 설치로 끝나지 않는다. 패널 청소, 인버터 점검, 고장 대응 등 유지관리가 발전 효율을 좌우한다. 문제는 햇빛소득마을 대부분이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 지역이라는 점이다. 설비를 직접 관리할 인력도 전문성도 없는 마을에 패널만 얹어놓는 셈이다.
신안군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도 여기 있다. 발전사업자가 허가를 받으려면 반드시 주민 참여 비율과 이익 공유 방안을 사전에 마련해야 하고, 신안군은 이를 행정적으로 관리·감독한다. 참여 구조가 불투명하거나 형식적일 경우 사업 자체를 허가하지 않는 구조다. 이러한 거버넌스 없이 500개 마을에 일괄 적용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앵곡마을 사례는 입지 선정 과정에서 고려 요소 간 불균형 가능성도 드러낸다. 일조량과 부지 조건 중심의 현행 기준으로 인해 문화·경관·역사적 가치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다는 의견이 있다. 농촌 태양광 관련 연구에서도 주민 수용성과 농지 전용 문제 등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500곳이라는 숫자 목표가 주어지면 지자체는 실적 채우기에 급급해지고, 주민 동의 절차는 요식행위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속도를 내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발굴 속도가 검증 속도를 앞지르는 순간 문제가 시작된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오히려 주민 반감과 행정 불신을 키우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을마다 일조량도 다르고 주민 구성도 다른데, 성공 모델을 그대로 확산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게 현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린시스템 코퍼레이션이 조성한 영농형 태양광발전단지 / 그린시스템 코퍼레이션 제공
햇빛소득마을의 핵심은 전력 판매 수익을 마을 복지에 쓰는 것이다. 정부 가이드라인(안)에 따르면 수익은 마을공동기금 40%,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40%, 유지보수 10%, 일상 관리 10%로 배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해 지역 내 경제 순환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 수익을 누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대한 명확한 강제 기준은 아직 없다. 지자체 최종 지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마을 단위 소규모 사업일수록 감시의 눈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생기기 쉽다. 실제로 태양광 국가지원 대출을 악용한 사기 사건에서는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지역 농축협 임원 등이 타인 명의를 빌려 발전소를 건립·운영한 사례가 적발된 바 있다. 협동조합의 법인화·경영공시가 법령상 의무화됐지만, 소규모 마을 사업에서 실효성 담보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햇빛소득마을 사업에서 저탄소 인증 기준을 충족하는 KS모듈 사용을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내 태양광 셀 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은 2019년 38%에서 2024년 95%까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산 셀 비중은 50%에서 4.9% 수준으로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중국발 공급과잉에 따른 국내 제조업 위기를 주요 리스크로 꼽으며, 국산 모듈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 인센티브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문제는 비용 구조다. 중국산 대비 높은 단가를 감수하고도 국산 패널을 선택할 유인을 마을 협동조합 수준에서 만들기는 사실상 어렵다. 의무화 방침이 실질적인 가격 보전 없이 선언에 그칠 경우, 현장에서는 편법 사용이나 기준 완화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정책 선언과 시장 현실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설계가 없다면, 결과적으로 2500개 마을에 중국산 패널이 깔리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수익 구조도 장밋빛만은 아니다. 선정 마을은 태양광 설비비의 85%를 연 1.75%, 5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대출받는다. 1MW 설비 기준 초기 5년간은 이자만 부담하지만, 6년 차부터 원금 상환이 시작되면 연간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는 구조다. 지금의 수익이 대출 거치 기간에 기반한 일시적 효과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 구조가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전력도매가격(SMP)이 하락할 경우 발전 수익 자체가 줄어드는 반면, 금융 비용은 고정돼 있어 손익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계통 인프라 문제도 발목을 잡는다. 정부는 햇빛소득마을에 계통 우선 접속을 허용하기 위해 전기사업법과 분산에너지특별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물리적 전력망 수용 한계는 별개의 문제다. 전남 지역의 경우 이미 계통 포화로 신규 발전 허가가 제한되는 ‘계통관리변전소’ 지정 지역이 다수다. 제도가 마련되더라도 실제 접속이 어려운 구조다. 발전소를 지어도 전력망에 연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
정부가 이를 위해 계통 부족 지역을 대상으로 ESS 보급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화재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높은 구축 비용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 시점에서 요구되는 과제는 비교적 분명하다. 입지·유지관리·수익 관리 기준의 제도화와 권역별 유지관리 체계 구축이 그것이다. 아울러 정책 평가지표 역시 단순한 ‘선정 수’가 아닌 ‘지속 운영 여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 추진 속도가 제도 설계를 앞지를 경우, 현장에서는 운영 부담과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500개의 햇빛소득마을은 500개의 민원 현장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