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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K배터리, 북미진출 이후 성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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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에너지 김원빈 기자]
배터리 3사(LG·삼성·SK)는 북미 진출에 따른 투자비용과 낮은 가동률로 1분기 실적이 부진했다. 보조금·세액공제가 완충 역할을 했지만 구조적 수익성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 하반기 ESS 수주·현지 라인 전환이 실적 반등의 분수령이며, 중국 CATL과의 R&D·원가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이에 K배터리 3사의 생존 전략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미국이 중국 중심의 배터리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한 정책을 본격화한 지 2~3년이 흐르면서, 글로벌 배터리 산업은 구조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정책 시행 초기에는 북미 시장 진출 경쟁이 이어졌다면, 최근에는 투자 성과와 수익성을 점검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제 “얼마나 빠르게 진출했는가”보다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확보했는가”가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변화의 한복판에서 K배터리 3사는 불안정한 성적표를 들고 있다. 실적 부진, R&D 경쟁 열세, ESS 시장 전환이라는 세 가지 과제가 동시에 쏟아지는 구조다. 기회와 위기가 뒤섞인 이 복합 국면에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가 향후 글로벌 배터리 지형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026년 K배터리 3사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국내 1위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1분기 매출 6조5550억원, 영업손실 2078억원을 기록하는 잠정실적을 공개하면서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5% 줄었고, 영업손실 폭은 직전 분기 대비 70.3% 확대됐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수치에 IRA에 따른 첨단생산세액공제(AMPC) 수령액 1897억원이 이미 반영돼 있다는 점이다. 이를 제외하면 실질 영업손실은 4000억원대로 추정된다. 보조금이 없었더라면 더 깊은 적자에 빠질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삼성SDI의 1분기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는 매출 3조4606억원, 영업손실 2631억원이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10.3% 줄지만 손실 폭은 30.5% 감소하는 흐름이다. SK온은 포드와의 합작법인 종료, F-150 라이트닝 단종에 따른 외형 축소가 겹치면서 1분기에만 3000억원 안팎의 적자가 예상된다.
3사가 동반 부진에 빠진 직접적 원인은 전기차 수요 둔화다. 연말 비수기와 보조금 축소가 맞물려 전기차 판매가 줄어든 가운데, 북미 현지 생산시설의 가동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고정비 부담이 수익성을 갉아먹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의 구조적 배경에는 IRA가 자리하고 있다. IRA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요건으로 북미 생산과 비중국산 핵심 광물 사용을 요구하며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의 탈중국화를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기업들은 북미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며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다만 최근에는 정책 효과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수요 둔화로 시장 성장세가 꺾이는 반면, 생산 보조금은 유지되면서 공급만 확대되는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되는 흐름이다. 이로 인해 북미 생산시설 가동률이 기대에 못 미치고, 고정비 부담이 수익성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미 시장 진출이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비용 부담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지 인건비와 건설 비용은 아시아 대비 높은 수준이며, 보조금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공급망 구축 비용까지 더해지며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공급망 재편은 셀 제조를 넘어 소재 분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포스코퓨처엠 등 국내 소재 기업들이 양극재와 전구체 생산거점을 북미로 확대하는 것은 단순한 생산기지 이전이 아니라 비용 상승을 동반한 밸류체인 전반의 이동으로 해석된다.
결국 시장의 초점은 보조금 자체가 아니라, 보조금 없이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했는지로 이동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보조금 축소 국면에서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는 기업만이 생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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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환경에서도 3사의 전략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오하이오·테네시에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혼다와의 합작 공장도 추진 중이다. 최근 애리조나 지역 투자도 재개했다. ESS 전환도 가장 빠르다. 미시간 홀랜드 공장을 시작으로 스텔란티스·혼다·GM 합작공장 내 ESS 라인 전환을 추진하는 한편, 미시간주 랜싱 단독 공장에서는 테슬라용 각형 LFP 배터리 양산을 내년 하반기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삼성SDI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전략을 유지해왔다.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 중심으로 점진적 확장을 이어가며, 고부가가치 배터리 포트폴리오를 지키는 데 집중한다. 지난해 3분기 삼원계 ESS 1기 라인을 가동하면서 관세 영향권에서 일부 벗어나기 시작했고, 이것이 이번 1분기 적자 폭 축소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ESS 부문에서는 스텔란티스 합작법인 내 라인을 LFP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해 올해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며, 추가 전환을 통해 연 20GWh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단기 성장 속도에서는 뒤처질 수 있지만, 과도한 투자 없이 수익성 기반을 먼저 다지는 전략이 지금 같은 캐즘 국면에서는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SK온은 ESS 시장을 돌파구로 삼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올해 ESS 수주 목표를 20GWh로 설정하고 협의에 나서고 있으며, 최근 미국의 대형 에너지 개발사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최대 7.2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수주 기반을 넓히고 있다.
다만 파우치 배터리에 최적화된 공정 구조가 각형 중심의 ESS 시장에서 구조적 불리함으로 작용하는 점은 여전히 약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SK온이 현재의 수주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북미 설비 가동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면 흑자 전환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 여력과 상용화 실적 악화에도 3사가 포기하지 않은 것이 R&D 투자다. 지난해 배터리 3사의 R&D 투자 규모는 총 3조609억원으로, 전년 대비 14.9% 증가했다. 합산 영업손실이 1조3081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투자를 늘린 셈이다.
삼성SDI는 4년 연속 R&D 투자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조722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R&D에 1조4209억원을 투입했으며, 매출 대비 비중은 10.7%에 달했다. 2022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이후 연평균 약 10%의 증가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대비 22% 증가한 1조3278억원을 집행했고, 올해도 최대 규모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SK온은 3122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 늘었지만, 매출 대비 비중은 1.97%에서 0.55%로 낮아졌다.
SK온 미국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전경 /SK온 제공
문제는 이 숫자들이 상대적으로 충분한 수준인가다. CATL은 지난해에만 약 220억 위안(약 4조8277억원)을 R&D에 투입했다. 한국 배터리 3사의 연간 투자액을 단 한 곳이 뛰어넘는 수준이다. CATL의 지난 10년간 누적 R&D 지출은 900억 위안(약 19조6722억원)을 넘는다. 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나트륨 배터리 양산 단계에 진입했으며,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도 추진 중이다. 중국 정부 역시 2024년부터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만 60억 위안(약 1조3115억원)을 지원하며 전방위 육성에 나서고 있다. 기업과 정부가 결합된 구조라는 점에서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양상이다.
업계는 하반기 반등의 열쇠로 ESS를 지목한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전력망과 연계된 ESS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이미 대형 수주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와 약 43억 달러(약 5조9000억원)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삼성SDI도 미국 대형 에너지 기업과 2조원을 웃도는 ESS용 LFP 배터리 수주를 확보했다.
지난해부터 수주해 온 ESS 물량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반영되면 부진한 전기차 실적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작년과 올해 상반기 중 단행된 현지 생산시설 내 ESS 라인 전환이 마무리되면 AMPC 효과도 본격 가시화될 수 있어 업체별로 ‘상저하고’ 흐름이 뚜렷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의 위협도 여전하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1~8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CATL은 36.8%의 점유율로 1위를 지켰고, 중국 업체 6곳이 10위권에 진입하며 이들의 합산 점유율은 68.4%에 달했다. 전 세계 전기차 10대 중 7대에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되는 셈이다.
BYD는 특히 유럽 시장에서 전년 대비 263%가 넘는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제약이 존재하지만, 그 외 지역에서의 경쟁 압력은 줄어들지 않는다. 특히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원가 절감을 이유로 LFP 배터리 채택을 늘리는 흐름 속에서, K배터리의 주력인 삼원계 배터리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경쟁의 축은 다시 기술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기업들은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 기술 고도화와 함께 LFP 대응 전략을 병행하고 있으며, 배터리관리시스템(BMS)과 AI를 활용한 운영 효율화까지 결합해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가상발전소(VPP)와 ESS를 아우르는 통합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단순 제품 경쟁을 넘어서는 양상이다.
IRA 이후의 배터리 산업은 정책·공급망·기술이 결합된 복합 전쟁터다. 미국 시장 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보했지만, 정책 의존성과 비용 부담이라는 구조적 리스크도 함께 안게 됐다. 보조금과 세액공제라는 안전망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것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체질을 만드는 것이 지금 K배터리가 풀어야 할 가장 근본적인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