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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논단] 국민성장펀드의 가스 발전 투자, ‘소탐대실’ 패착

에너지신문
2026-05-14
▲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에너지신문] 정부가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동원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가스(LNG)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첨단산업의 전력 수급을 위한 고육지책이라지만, 이는 펀드의 설립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은 물론 해당 기업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소탐대실의 패착이다.

찬성하는 측은 ‘안정적 전력 공급’이라는 현실론을 편다. 반도체 공장의 가동을 위해 당장 가용한 가스 발전을 에너지 전환의 ‘징검다리’로 삼는 것이 산업 지원이라는 펀드의 목적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성장의 ‘양’에만 매몰된 20세기적 사고방식이다. 국민성장펀드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설비 확충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지속가능한 경쟁력’의 확보에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투자는 우리 기업들을 글로벌 시장의 ‘미아’로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이미 RE100을 선언한 우리 반도체 기업들에게 가스 발전이라는 화석연료 인프라를 강요하는 것은 기업의 RE100 이행 의지를 꺾고, 나아가 외국 바이어와 국제사회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다.

만약 이같은 화석연료 사용 확대로 인해 RE100 자격이 박탈되거나 ‘그린워싱’ 낙인이 찍힌다면, 애플과 구글 같은 글로벌 고객사들은 가차 없이 우리 기업을 공급망에서 퇴출시킬 것이다. 데이터센터를 위한 전기를 얻기 위해 반도체 수출을 포기하는 꼴이다.

금융적 관점에서 봐도 이번 결정은 펀드의 본래 목적에 어긋난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탄소규제가 칼날을 세우는 시점에 지어지는 가스 발전소는 머지않아 가동조차 할 수 없는 ‘좌초자산(Stranded Assets)’으로 전락할 운명이다.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Nature Sustainability)가 전세계 1만 6438개 화석연료 발전소를 분석해, 2℃ 시나리오에서 한국전력공사를 약 220억-330억달러, 원화로는 약 32-49조원 규모의 좌초 자산 위험에 노출된 상위 기업군으로 제시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국민성장펀드의 투자 수익률도 떨어질 것이다. 국민의 혈세와 소중한 투자금이 투입된 펀드가 미래의 자산이 아닌 거대한 ‘부채’를 양산하는 창구로 쓰인다면, 이를 어떻게 ‘성장’펀드라 부를 수 있겠는가.

이번 투자 계획은 국민성장펀드의 존립 근거를 스스로 무시하는 자가당착의 결정이다. 진정한 성장은 과거의 화석연료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전환의 파도를 넘을 수 있는 ‘녹색 사다리’를 놓아주는 데 있다.

정부는 가스 발전이라는 손쉬운 유혹을 뿌리치고, 지능형 전력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우리 기업들이 RE100이라는 글로벌 생존 조건을 완벽히 충족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미래 지향적 전환 금융에 집중해야 한다.

결국 국민성장펀드의 가스 발전 투자는 펀드의 투자 수익률도 위태롭게 하고, 해당 기업에도 리스크를 보태는 소탐대실의 악수(惡手)다. 진정한 성장은 당장의 편리함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주는 데 있다.

정부는 가스 발전이라는 손쉬운 대안 대신, 지능형 전력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기업들이 RE100이라는 글로벌 생존 조건을 완벽히 충족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미래 지향적 전환 금융’에 집중해야 한다.

성장의 방향이 잘못됐다면, 그 속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국민성장펀드가 화석연료의 늪에 빠져 기업의 목을 조르는 ‘퇴행 펀드’가 될 것인가, 아니면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하는 ‘혁신 펀드’가 될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성장펀드의 나침반을 화석연료가 아닌 지속가능한 미래로 다시 돌려야 할 때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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