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업계뉴스

  • [시평] 더위가 에어컨 부르고, 에어컨이 지구를 더 덥힌다 

    송고일 : 2026-05-18

    이대영 휴마스터 대표이사

    [투데이에너지] 작년 여름 유난히 더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반신반의 했던 지구 온난화의 여파를 실감했던 여름이었다. 35도를 훌쩍 넘는 폭염이 연일 이어 지고, 밤에도 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가 일상이었다. 그럼에도 앞으로 다가올 여름에 비하면 가장 시원한 여름일 것이라는 기후전문가의 얘기도 있었다.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면서도, 작년 여름 그 이전 어느 때보다도 에어컨을 더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한 전력소비는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켜 지구 온난화를 더 부추켰을 것이고, 그로 인해 올해 여름은 지난 여름보다 더더워질 것이다. 에어컨으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악순환인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냉방 기기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전체의 약 7%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 세계 자동차 등 수송분야 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비중인 14%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수송분야에서 전기차, 수소차 같은 탈탄소 교통수단 개발에 전 세계가 수십 년째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지만, 냉방 으로 인한 탄소 배출에 대한 경각심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냉방 부문은 여전히 ‘에너지 효율’ 개선 정도에 머물러 있다.

    에어컨 없이는 못 사는 시대, 기후변화가 심해 질수록 냉방 수요는 더 늘어난다. IEA는 향후 세계 전력 사용량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냉방을 꼽았다. 특히 인도, 중국,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 고온·다습한 기후를 가진 신흥국가들을 중심으로 에어컨 보급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동 중인 냉방기기는 약 20억 대에 달하며, 2050년까지 60 억 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다.

    2025년 여름, 국내 전력 최대 수요는 97.8 GW 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여름철 피크 시간대의 전력 소비 중 약 30~40%가 냉방 기기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더더운 여름이 계속되고, 냉방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는 환경에서,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주지 않거나, 적어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런 관점에서 1902년 윌리스 캐리어의 발명 이래 100년 넘도록 별 변화없이 유지되어온 온도를 낮추는 냉각방식의 에어컨 기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이 쾌적하다고 느끼는 환경은 단순히 온도가 아니라, 습도, 기류, 복사열, 활동량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실내 온도가 26도라도 습도가 낮고 공기가 순환되면 충분히 쾌적할 수 있다.

    실제로 온도는 낮지만 습도가 높은 실내에서는 사람들은 더 답답하고 불쾌함을 느낀다. 반면 습도가 낮고 기류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시원 하게 느껴진다. 즉, 온도만 낮추는 냉방은 비효 율적이고, 에너지를 낭비하면서도 기대만큼 시원하지 않다. 게다가 에어컨 실외기가 배출하는 폐열은 도시의 ‘열섬현상’을 악화시킨다. 실외기 수백 대가 동시에 작동하면 주변 공기 온도를 1~2도 올려버리기도 한다. 결국 냉방이 도시 전체를 더 뜨겁게 만들고, 다시 냉방 수요를 부추 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러한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냉각방식의 에어컨 기술이 100년 넘게 지속되어온 것이 신기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인 ‘클린 쿨링 (Clean Cooling)’이 필요한 시점이다. 클린 쿨링은 단순히 찬 공기를 내보내는 기존 냉방과 달리, 온도보다는 습도와 공기 흐름을 조절하며 냉매에 의한 환경 영향을 줄이는 방식이다.

    미국 NREL(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은 클린 쿨링 기술을 통해 기존 대비 최대 50%까지 에너지 소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신축 건물의 냉방 설계 시, 습도 기반 제어 기술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폭염은 앞으로 다가올 현실의 예고편일지도 모른다.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냉방을 줄일 수 없다면, 냉방의 방식을 바꾸자. 지구를 덥히지 않는 냉방. 냉방이 기후 문제의 일부가 아니라, 해결의 일부가 되는 방향. 이제 우리에게도 필요한 변화다.

    ※본란의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이전 [사설] 원자력안전법 개정 전환점... 균형 속도와 안전이 관건  다음 [기자수첩] 탈탄소 이끌 기후테크 육성 초심 

간편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