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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붙은 중동 사태, 주목받는 ‘북미산 LPG’
송고일 : 2026-05-27[에너지신문]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미국-이란 간 휴전 논의로 국제 유가는 소폭 하락하고 있지만 해외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어서는 한국 경제에서 에너지 안보 위험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일 뿐 아니라 앞으로도 시급히 해결해야 될 과제일 수밖에 없다.

■ 치솟는 국제유가, 흔들리는 에너지 안보
그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국제유가는 중동사태 이후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나들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 여부에 따라 흔들릴 수밖에 없다.
원유는 물론 LNG, 납사를 비롯해 LPG 등 대부분의 에너지가격이 중동사태로 인한 환경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 의존도가 높은 경유 가격은 상승폭이 휘발유를 압도하며 물류·산업계의 고통이 가중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중동 리스크가 단기 변수를 넘어 ‘상시적 위험’으로 고착화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산업 가동에 필수적인 에너지 믹스(Energy Mix)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국내 에너지 수급 구조의 가장 취약한 점은 원유 도입의 70% 이상이 중동 노선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국내 제조업의 원가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되는 구조적 한계가 반복되는 실정이다.
결국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중동을 비롯한 특정 지역에 편중하기보다 다변화를 통해 위험도를 분산시켜 나가는 수밖에 없다.
태양광과 풍력, 음식물, 가축분뇨 등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폐자원의 활용 등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정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중동 사태와 같은 에너지 안보 충격이 단순한 비용 상승을 넘어 기업 수익성 약화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게 돼 국내 산업의 녹색전환을 제약하기 쉽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생산비 증가로 이어지게 돼 기업 수익성 악화와 투자 위축을 유발시키게 된다.
저탄소 설비와 기술 전환에 필요한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에너지전환 및 산업의 녹색전환 구조가 결과적으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경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결국 에너지 안보 리스크를 반영한 정책 기조가 마련되지 않으면 정부가 새롭게 꾸려지더라도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정책은 한계에 부딛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탈탄소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 투자 지원 확대, 공급망 및 생산 기반 강화를 결합한 정책 패키지를 마련해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가 유지되면서도 화석연료 활용과 수요관리를 함께 병행하는 방식의 정책 마련이 뒤따라야 하는 셈이다.
■ 탈(脫)중동 공급망, 전략적 가치 커지는 LPG
LPG는 현재 한국의 에너지 안보를 지탱하는 가장 실질적인 ‘공급선 다변화’ 수단으로 꼽힌다.
국내에 도입되는 거의 대부분을 차지해 왔던 중동산 LPG가 셰일가스 개발이 본격화된 2013년 이후부터 중동이 아닌 미국산 셰일가스 기반 LPG로 점차 대체돼 왔기 때문이다.
경색된 대미 무역관계 개선 수단으로 활용해 왔던 LPG는 이제 에너지 공급망 안정을 위한 도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 상황에도 파나마운하를 이용한 북미 노선을 통해 LPG수급은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지역별 LPG 수입 현황.지난 2015년만하더라도 535만 8000톤이었던 국내 전체 LPG수입량 가운데 중동산이 58.1%를 차지했지만 11년만인 2025년에는 중동산이 65만 4000톤으로 7.8%로 낮아지고 대산 북미산이 91.5%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동지역에서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원유를 비롯해 LNG, 남사 등 많은 에너지 가격이 줄줄이 올라 국내 제조업의 원가 부담을 높여 왔지만 중동산 비중을 낮추면서 이들 연료 가격과 함께 운송비는 물론 가격 인상을 제한시켜 부담을 일부 덜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중동산 LPG수입 비중을 낮추기 위해 SK가스는 지난 2013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지사를 설립했으며 이듬해 E1도 같은지역에 지사 설립을 통해 도입처 발굴을 통해 에너지 다변화에 힘을 쏟아 부었다.
당시 파나마운하 확장 공사가 끝나면서 50일 소요되던 선박 운항기간이 20일 정도 줄어든 30여일 소요돼 수송비 절감 효과에 대한 기대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당시 사우디 아람코사에서 수입되던 LPG가 80~90%에 차지했지만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북미산이 10~20% 가량 저렴해 북미산 LPG도입 확대하는데 가장 큰 도화선 역할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SK가스와 E1 등 LPG수입 양사는 미국산 수입을 높이는 대신 중동산 의존도를 낮추고 동남아, 중국, 일본 등을 대상으로 이들 물량을 트레이딩해 수익 확대 효과를 더 높이는 기폭제로 활용하게 된다.

SK가스와 E1 등 LPG수입 양사는 지난 2023년 북미지역에서 수입한 LPG가 프로판 609만 5000톤, 부탄 172만 7000톤 등 782만 2000톤에 달해 국내에 도입된 전체 LPG 물량 817만 9000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5.6%까지 치솟게 됐다.
앞서 2024년에는 프로판 595만 7000톤, 부탄 200만 4000톤 등 796만 1000톤을 북미산으로 수입해 868만 3000톤에 이르는 전체 LPG수입량 가운데 91.7%, 2025년에는 768만 9000톤으로 91.5%의 점유율을 보여 2023년에 비해 소폭 떨어지는 모습을 나타냈다.
중동 사태가 단기 변수에 그치면 에너지 수급과 공급 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시설복구 등 장기 내지 상시적 위험으로 변모될 경우에는 원유, LNG, 납사 등 일부 제한된 품목에 그치지 않고 전 에너지 공급망 및 가격에 변수로 작용하게 돼 리스크와 위험 요인을 높이게 된다.
수요에 맞춘 공급량 확보가 가능하도록 공급망 대책을 구체화하고 충분한 방안 강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LPG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올해 4월 3일 기준 전국 평균 LPG가격은 리터당 1037.6원으로 휘발유(1929.79원)의 53.7%, 경유(1921.14원)의 54%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최근 2년간 디젤 모델을 대체하며 보급된 약 17만대의 LPG 1톤 트럭은 중동 위기 속에서도 물류 대란을 막아내는 완충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최고가격제를 도입해 휘발유와 경유 등의 추가적 가격 상승을 제한시키기 위해 정부가 부단히 노력하지만 적정 마진 확보가 어려운 석유대리점과 주유소에서는 각종 비용을 고려한 가격 책정을 실시해 현장에서는 등락이 있지만 점진적 상승 추세를 보이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환기, 전력·수소·재생에너지 보완하는 에너지원 거듭나야 석유화학 납사 대체 및 LNG 열량 조절용으로 활용 가치 있어■ 나프타·LNG 대체…산업계 구원투수
수입선을 다변화시킨 LPG의 전략적 가치는 석유화학용을 비롯해 LNG 열량 조절용으로 활용돼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단순히 수송용에 그치지 않고 LPG는 석유화학 공정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Naphtha)와 발전 및 난방용으로 쓰이는 LNG 가격이 폭등할 때 LPG로 즉각적인 대체가 가능한 ‘스윙 연료(Swing Fuel)’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나프타 가격이 가파르게 오를 경우 공정 조정을 통해 LPG 투입 비중을 높여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다.
또한 LNG 공급 부족이나 가격 급등 시 산업체 및 발전용으로 LPG를 혼소하거나 대체함으로써 가동 중단 리스크를 방어하는 역할도 한다.
LPG의 안보 가치는 이미 실전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LNG 가격이 폭등하고 수급이 불안해지자 정부와 한국가스공사는 도시가스 배관에 LPG를 섞어 공급하는 ‘LPG 혼입’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당시 동절기에만 약 80만톤 규모의 LPG가 투입돼 가스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급격한 난방비 상승 부담을 덜어주고 시기를 늦추는 완충재 역할을 결정적으로 수행했기 때문이다.

■ 재난 대응에 특화된 ‘분산형 에너지’
LPG의 또 다른 강점은 인프라 독립성이다. 대규모 배관망 구축이 필수적인 LNG와 달리 LPG는 용기나 탱크로리를 통한 이동이 자유롭다. 이는 도서산간 지역이나 재난 지역에 에너지를 즉각 투입할 수 있는 기동성으로 이어진다.
일본은 LPG를 이미 재난 대응 핵심 에너지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배관망 파손에 취약한 도시가스 대신 개별 저장이 가능한 LPG를 안보 자산으로 격상했다.
일본 전역 약 340여곳의 LPG충전소에 자가발전 설비를 갖추고 재난 시에도 3일 이상의 가동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최후의 에너지’로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 비상사태 시 주 에너지망이 마비되더라도 LPG가 최후의 저지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단점인 간헐성을 보완하면서도 높은 즉시 출동이 가능한 활용성을 갖춰 에너지 복지와 안보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분석이다.
■ 탄소중립 시대 잇는 ‘실용적 브릿지’
환경적 측면에서도 LPG는 저탄소 시대로 가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등에 따르면 LPG 차량의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은 경유차의 9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탄소 배출량 역시 기존 디젤 트럭 대비 8%가량 낮아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입증된 ‘저공해 에너지’로 분류된다
전기·수소차로의 급격한 전환이 어려운 현시점에서 LPG는 수송, 난방, 산업용 등 전 분야에서 LNG 폭등을 대체하고 원가 절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에너지원이다.
■ 소형LPG탱크 통한 민간 비축 확대
주로 용기 중심이었던 LPG 사용 문화가 소형저장탱크로 옮겨붙으면서 국가 비상사태나 지진 등 재난시 많은 물량의 민간비축이 가능한 환경 조성이 이뤄졌다.
20kg이나 50kg 용기를 통해 일반 가정이나 산업체, 음식점 등에서 사용을 위해 LPG를 확보하더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3톤 이하 소형저장탱크나 70세대 이상의 특정사용시설에 갖춰진 대형 LPG저장탱크는 필요한 물량을 그때 그때 공급받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저장물량을 통해 용기보다 오래도록 LPG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완성검사만 받고 정기검사에서 제외된 250kg 이하 감안할 경우 20만기 안팎의 소형LPG저장탱크가 설치돼 있고 이들 시설이 위기시 민간 비축물량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특히 사회복지시설은 물론 마을단위, 군단위 및 읍면단위로 LPG배관망 설치가 늘어나면서 개별 탱크와 대형LPG저장탱크는 더 많은 물량의 LPG 비축이 민간 차원에서 보유하도록 하는 역할 수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정부가 한국석유공사를 통해 원유를 비롯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을 비축하고 있는 가운데 LPG도 정부 비축물량으로 확보해 비축한 후 일정기간이 지날 경우 LPG수입사를 통해 중계무역으로 매각하고 대체 물량을 다시 확보해 이를 비축하는 모습을 그동안 보여왔다.

■ 문제점과 개선과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국제 정세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국가 경제·산업·국민생활 유지와 직결된다.
중동 지역 분쟁, 국제 원유가격 급등, 해상 물류 차질 등이 발생할 경우 국내 에너지 공급망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LPG는 비교적 안정적이고 유연한 에너지원으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의 역할이 적지 않다.
도시가스 배관망이 없는 농어촌, 도서벽지 등에도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며 독립적인 에너지 공급체계 구축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LPG는 단순 생활연료를 넘어 국가 위기 대응 에너지로서 전략적 가치가 적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LPG 역시 수입 의존도가 높아 근본적 한계가 없지 않다. 국제 가격 변동과 해상 물류 차질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동 정세 불안이나 선박운임이나 보험료 등 도입 부대비용 상승은 국내 LPG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정책의 강화로 LPG도 화석연료라는 한계에 직면해 있으며 전기·수소 중심 정책이 확대될 경우 LPG산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우려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LPG저장탱크에 대한 관리 부실이나 노후된 배관은 사고 위험성을 높이는 것도 경계해야 될 과제다.
공급망 다변화와 비상 대응 측면에서 농어촌 에너지 복지와 국가 균형발전, 국가 비축 확대, 친환경 LPG기술 개발, 공급망 안정화, 스마트 안전관리 체계 구축 등을 통해 LPG산업의 경쟁력과 안보 기능을 강화해야 탄소중립 시대에도 불구하고 LPG산업의 지속력을 높일 수 있다.
직면한 에너지 전환 시대에 LPG가 전력·수소·재생에너지를 보완하는 현실적이고 유연한 에너지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나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고 관련 업계의 관심과 자구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