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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인사이트] 호남 '3대 메가 프로젝트' 성공의 길
3대 메가 프로젝트 관련 이미지 /출처 산업부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주필] 대한민국 첨단 산업 지도가 요동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서남권 첨단산업 복합단지’와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 프로젝트(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는 호남을 미래 먹거리의 중심축으로 세우겠다는 원대한 포부다. 이 프로젝트에는 삼성·SK 등 주요 대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하여 참여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는 대한민국 성장의 축을 전국으로 다극화하면서 국토 전체를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탈바꿈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불’이다.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따르면, 이 대형 사업들이 요구하는 전력은 최대 24.7기가와트(GW)에 달한다. 그러나 간헐성이 높은 태양광이나 풍력만으로는 365일의 1초라도 쉬지 않고 공정을 돌려야 하는 반도체 제조공장(Fab) 건설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반도체 · AI업계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정부가 호남권 신규 원전 건설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이념을 넘어선 기술적·현실적 외통수라 할 수 있다. 산업계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리면서도 본질을 짚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시공 능력을 검증받은 만큼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반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연계된 수출 기업들은 RE100(재생에너지 100%) 규제의 벽을 우려한다. 원전 확충이 자칫 글로벌 공급망에서 독이 되지 않도록 무탄소 에너지(CFE) 동맹을 위한 외교적 돌파구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원전 정책은 이번 메가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실용주의 무탄소 에너지 믹스'로 완전히 선회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과거의 이념적 탈원전 기조를 폐기하고, 신규 대형 원전 건설을 올 하반기 확정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공식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첨단산업 유치는 진영 논리가 아닌 국가 생존이 걸린 실익의 문제라는 엄혹한 현실 인식이 작동한 결과다.
그러나 청사진이 현실이 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첩첩산중이다. 가장 큰 난제는 역시 부지 확보와 주민 수용성이다. 정부는 전남 영광 한빛원전 내 유휴 공간을 주목하고 있지만, 호남 지역의 탈핵 정서와 온배수 배출에 따른 어민들의 반발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전국 태양광의 3분의 1이 몰려 이미 포화 상태인 호남의 전력 계통을 고려할 때, 원전을 짓더라도 이를 산단으로 연결할 내부 송·변전망의 적기 완공은 필수적이다.
반도체 공정에 없어서는 안 될 초순수 조달을 위한 기후대응댐 신·증축 등 용수 인프라 확보도 시급한 과제다.
더욱이 원전 확대의 고질적 아킬레스건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방폐장) 문제에 대해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지역 사회를 설득할 명분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원전 건설에는 통상 10년 안팎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는 신속한 구축이 가능한 LNG 열병합 발전 등을 '징검다리 전원'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정교하게 결합하는 에너지 믹스를 완성해야 한다. 특별법 제정을 통한 과감한 지역 인센티브 제공으로 주민들의 마음을 여는 '속도전'만이 호남을 대한민국 첨단 산업의 메카로 탈바꿈시키는 유일한 열쇠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잇다.
3대 메가프로젝트가 실질적인 성공으로 나아가려면 정부의 인프라 제도화, 지자체의 정주 생태계 구축, 기업의 상생 협력, 그리고 속도 중심에서 검증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