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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물 제로'의 착시

투데이에너지
2026-07-03
엔비디아 '물 제로'의 착시

엔비디아 '물 제로'의 착시 / AI 이미지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엔비디아가 AI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 문제를 사실상 해결했다고 선언했지만, 글로벌 미디어들은 일제히 이 선언의 맹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데이터센터 벽 안의 냉각수는 줄일 수 있어도, AI를 돌리는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와 칩을 생산하는 반도체 공장이 소비하는 물은 전혀 건드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내 데이터센터 냉각 기자재 업계가 이 기술 전환을 기회로만 읽는다면, 다음 규제의 칼날을 놓치게 된다.

"벽 안에서만 유효하다"

엔비디아는 2026년 6월 22일 런던 기후 주간(London Climate Week)에서 차세대 AI 서버 플랫폼 Vera Rubin의 밀폐형 액체냉각 시스템이 데이터센터 내부의 냉각용 물 사용을 사실상 제로(Zero)로 줄인다고 공식 발표했다. 45°C 고온 냉각수를 칩에 직접 순환시키는 폐쇄 루프 구조로 증발에 의한 물 손실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엔비디아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 조시 파커는 Axios와의 인터뷰에서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 문제는 사실상 해결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Fast Company·TechCrunch·Tech Times는 이 선언이 전체 문제의 극히 일부만 해결한 것이라고 일제히 반박했다. Tech Times는 이를 가장 간결하게 표현했다. "엔비디아의 냉각 해법은 데이터센터 벽 안에서만 유효하다.

엔비디아가 해결한 건 4%뿐

Xylem과 Global Water Intelligence가 2026년 발표한 공동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AI가 2050년까지 추가로 소비할 수자원 총량 중 데이터센터 직접 냉각에 쓰이는 물은 고작 4%에 불과하다. 나머지 54%는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화력·원자력 발전소가 증기 터빈을 냉각하는 과정에서 소비하고, 42%는 GPU와 메모리 칩을 생산하는 반도체 공장의 초순수 세정 공정에서 사라진다. 결국 엔비디아의 밀폐형 냉각 시스템은 AI의 총 수자원 문제 중 약 20분의 1만 해결한 셈이다. Fast Company는 "엔비디아의 선언은 반가운 답이지만, 제한적인 답"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은 이미 반응했다

엔비디아의 발표가 나온 직후 글로벌 HVAC 기자재 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모딘(Modine)이 7.5%, 존슨컨트롤즈(Johnson Controls)가 6.2%, Trane Technologies가 5.3% 내렸다. 엔비디아의 DSX 레퍼런스 디자인이 칠러(Chiller) 없는 구조로 수렴되면서, 기존 기계식 냉각 기자재 시장 일부가 잠식될 것이라는 우려가 즉각 반영된 것이다. 반면 엔비디아 인증 파트너인 버티브(Vertiv),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 산하 모티베어(Motivair) 등 액체냉각 특화 기업들은 수혜 기업으로 재조명됐다.

다음 전선은 발전소와 반도체 공장

전문가들은 AI 산업이 다음 규제 압박을 받을 전선으로 전력 생산 방식을 지목한다. 앤드류 치엔 교수는 "시설 내부의 물 사용을 제로로 만든 것은 진정한 성취지만, 전력 생산 전 과정을 포함하면 절대적 제로는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더 많은 기업이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EPA의 HFC 단계적 감축 규제가 대법원에서 확정된 데 이어, 복수의 미국 주(州)에서 데이터센터의 에너지·수자원 사용량 공시 의무화 법안이 검토 중이다. 재생에너지 조달 비율이 AI 기업을 평가하는 다음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업계에 던지는 질문

이번 논쟁이 국내 냉각 기자재 업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밀폐형 액체냉각 전환은 데이터센터 냉각수 문제를 해결하지만, 그것이 AI 인프라의 환경 문제 전체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규제의 시선은 이제 발전소와 반도체 공장, 그리고 그 전력을 얼마나 재생에너지로 채우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국내 데이터센터 냉각 기자재 공급사들이 DLC·CDU 시장 진입을 서두르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공급망과의 연계 전략까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용어 설명]

Vera Rubin (베라 루빈) : 엔비디아가 블랙웰(Blackwell)의 후속으로 발표한 차세대 AI 서버 플랫폼 및 GPU 아키텍처

폐쇄 루프 (Closed-Loop) 시스템 : 냉각수가 외부로 배출되거나 증발하지 않고, 밀폐된 관을 통해 계속 순환하도록 설계된 냉각 방식

초순수 (Ultrapure Water) : 물속의 무기질, 미립자, 박테리아, 미생물 등을 모두 제거한 극도로 깨끗한 물

DLC (Direct-to-Chip Liquid Cooling) : 공기를 순환시키는 대신 발열이 심한 CPU나 GPU 칩 표면에 냉각 패드를 직접 밀착시켜 액체로 열을 식히는 직접 칩 냉각 기술

CDU (Cooling Distribution Unit, 냉각분배장치) : 액체 냉각 시스템에서 냉각수가 각 서버 칩으로 정확한 유량과 압력, 온도로 공급되도록 제어하고 순환시키는 핵심 장치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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