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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이 데이터센터의 심장이 됐다
냉각이 데이터센터의 심장이 됐다. / AI 이미지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데이터센터에서 냉각 설비는 오랫동안 전산실 뒤편의 조연이었다. 서버가 과열되지 않도록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AI가 이 상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이제 냉각은 데이터센터 설계의 출발점이다. 국내 기계설비·냉각 기자재 업계가 하드웨어 공급에만 머문다면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랙 하나가 아파트 한 층 전기를 쓴다
미국 시설 관리 전문 매체 FacilitiesNet은 7월 8일, 2026년 4월 20~23일 워싱턴 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Data Center World 2026의 주요 발언과 업계 동향을 심층 분석한 기사를 게재했다. 이 행사에서 구글·엔비디아·오라클의 엔지니어들은 한목소리로 "우리는 이미 과거의 기준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서버 랙 하나의 전력 소비는 30~40kW 수준이었다. 지금은 수백 킬로와트, 조만간 1메가와트(MW)에 근접하는 설계가 현실이 되고 있다. 1MW는 일반 가정 약 300가구가 동시에 사용하는 전력이다. 딜로이트는 차세대 AI 랙이 2026년 370kW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정도 열을 내뿜는 장비를 바람으로 식히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액체냉각, 이제 논의가 아니라 표준이다
Data Center Knowledge는 같은 날 행사 현장 취재를 토대로, 구글 데이터센터 기술·시스템 그룹 수석 엔지니어 바룬 사칼카르(Varun Sakalkar)의 발언을 보도했다. 그는 "액체냉각을 써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의 논쟁은 끝났다. 지금 논의는 표준화에 관한 것"이라고 선언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액체냉각 AI 서버의 비중은 2024년 15%에서 2025년 54%, 2026년에는 76%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랙 전력이 30~50kW를 넘으면 액체냉각이 필요해지고, 100kW 이상이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가 된다고 본다.
냉각이 서버와 대화하기 시작한다
FacilitiesNet이 가장 비중 있게 다룬 메시지는 따로 있었다. Aligned Data Centers의 최고혁신기술책임자 필 로슨-생크스(Phill Lawson-Shanks)는 "건물 전체를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냉각 설비는 서버가 뜨거워지면 가동하는 방식이었다. 앞으로는 AI가 서버 워크로드를 미리 예측해서 냉각을 사전에 준비하는 구조가 된다는 것이다. "워크로드가 몰려오는 것을 미리 볼 수 있다면 냉각을 먼저 준비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같은 자리에서 트레인 테크놀로지스의 마우로 아탈라(Mauro Atalla) 최고기술지속가능성책임자는 "기술 장벽의 문제가 아니다. 설계 철학과 리스크를 받아들이는 자세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냉각과 서버가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부품 하나가 시장을 막는다
롬바르드 오디에(Lombard Odier)가 2026년 4월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액체냉각 시스템에 반드시 필요한 퀵 디스커넥트 커플링(QDC) — 냉각수 배관을 연결·분리하는 특수 피팅 — 은 전 세계에서 스토블리(Staubli)·이튼(Eaton)·CPC·파커-한니핀(Parker-Hannifin) 등 소수의 서방 기업에 공급이 집중돼 있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전원공급장치(PSU) 인증을 부여한 공급사도 전 세계 4곳에 불과하다.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따라잡고 있지만 엄격한 인증 장벽이 진입을 늦추고 있다. 공급망이 좁은 만큼 먼저 진입한 기업이 시장을 선점한다.
국내 업계에 던지는 질문
FacilitiesNet과 Data Center Knowledge의 이번 보도가 국내 냉각 기자재 업계에 의미하는 것은 간단하다. 랙당 100kW 이상의 AI 서버가 국내 데이터센터에 본격 도입되면 기존 공랭식 설비는 교체 대상이 된다. 냉각 설비가 서버와 연동되는 시대에는 파이프와 펌프만 공급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AI 기반 열 예측, 빌딩 관리 시스템 연동, 실시간 제어 소프트웨어까지 함께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QDC 같은 핵심 부품의 공급망 공백은 지금 진입을 시도하는 국내 기업에게 열린 기회다.
[용어 설명]
랙(Rack):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등 데이터센터의 핵심 하드웨어를 수직으로 쌓아 보관하는 철제 프레임
공랭식(Air Cooling): 차가운 공기를 불어 넣어 열을 식히는 전통적인 냉각 방식
액체냉각(Liquid Cooling): 물이나 유전체(전기가 통하지 않는 액체)를 순환시켜 열을 직접 흡수하는 방식
QDC (Quick Disconnect Coupling, 퀵 디스커넥트 커플링): 액체냉각 시스템에서 필수적인 연결 부품
PSU (Power Supply Unit, 전원공급장치): 서버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변환해 공급하는 장치
워크로드(Workload): 컴퓨터나 서버가 특정 시간 동안 처리해야 하는 작업의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