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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히트펌프, ‘속도’보다 인증이 먼저다 

투데이에너지
2026-08-03
[기자수첩] 히트펌프, ‘속도’보다 인증이 먼저다 

임자성 기자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가재정전 략회의에서 히트펌프 보급사업에 대해 “속 도를 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기후에너 지환경부는 올해를 “난방 전기화의 원년”으로 선언했고,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 보급 목표도 이미 나와 있다. 방향은 분명하다. 문제는 그 속도를 뒷받침할 인증체 계가 여전히 걸음마 단계라는 데 있다.

인증이 있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국내 인증의 핵심 지표는 외기 7도 안팎의 온화한 조건에서 측정되는데, 실제 겨울은 이 조건대로 오지 않는다. 고효율기자재 인증 기준을 보면 최적 조건(7도)의 성능계 수(COP) 요구치는 3.2 이상인데, 혹한 조건 (영하 15도)에서는 2.0 이상으로 낮아진다.

같은 ‘고효율’ 딱지를 단 제품도 한파 속에서는 성능이 40% 가까이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는 인증마크만 보고는 이 차이를 알 길이 없다. 정부 대응은 아직 ‘검토’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업계는 미국 ASHRAE처럼 전문학회가 중심이 돼 성능 평가 기준을 통일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국내에서는 대한설비공학회가 후보로 거론될 뿐 공식 논의는 시작되지 않았다. 20kW 미만 소형 온수형(ATW) 히트펌프의 인증 기준도 “시장성이 낮다”는 이유로 미뤄뒀다 가, 정부가 가정 보급을 서두르는 지금에야 뒤늦게 손보는 처지다. 보급 목표는 해마다 상향 조정되는데, 표준 정비 일정은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말로 몇 년째 머물러 있다.

정책이 앞서가는 사이 인증체계가 뒤따라가지 못하면, 보급 대수는 늘어도 소비자는 혹한기에 제대로 작동하는지 알 수 없는 제품을 사게 될 수 있다. 보급 목표라는 ‘실적’보다 겨울철 난방을 책임질 ‘품질 검증 체계’가 먼저 서야 기후위기 대응과 소비자 보호를 함께 이룰 수 있다. 잣대부터 세우는 순서가, 지금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 아닌지 되짚어볼 때다.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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