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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마당] 가스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경쟁력이다

에너지신문
202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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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병조 경기대 경영학부 초빙교수.

[에너지신문] 지난 7월, 제주특별자치도가스판매업사업협동조합의 ‘LPG 벌크로리 점검 및 소형저장탱크 안전조치 교육’에서 일본 LP가스 유통 및 안전관리 현황을 설명할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2024년 3월 일본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이 발표한 LP가스 유통‧판매업 경영실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2016년 2월말 LP가스 판매업계에 근무를 시작했던 이래로 항상 품어왔던 질문 하나를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정부 및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주장대로 한국의 LP가스 유통‧판매업보다 일본이 더 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 그 근원은 무엇인가.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일본의 LP가스 판매와 안전관리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힘든 상황이다.

다만 다른 것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 그리고 가스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바로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경쟁력이라는 ‘실천’이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술-사람-제도로 이뤄진 촘촘한 다층적 안전관리 거버넌스 및 네트워크가 일본의 LP가스 사용자를 위해 숨막히게 반복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 정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본 LP가스 판매사업자의 72.2%는 보안업무를 외부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 수행한다. 법이 정한 최소 의무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과의 접점이 끊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선택이다.

배송원이 용기를 교환하며 나누는 짧은 인사, 정기 점검 때 오가는 안전 확인 한마디, 한마디가 소비자의 신뢰를 쌓는 결정적 순간(MOT, Moment of Truth)이 된다. 서비스경영에서 그렇게 강조하는 ‘진실의 순간’에 LP가스 판매에서는 바로 보안업무를 수행하는 순간인 것이다.

일본 업계는 이 순간을 비용이 아니라 경쟁력의 원천으로 본다. 보안은 곧 서비스이고, 서비스는 곧 매출로 돌아온다는 셈법이다.

물론 일본 LP가스 산업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실태조사를 들여다보면 오히려 위기의 신호가 더 뚜렷하다. 원가의 60% 이상이 외부 변동비로 구성돼 소매가 인하 여력이 거의 없고, 배송비 상승(51.1%)과 조달비용 불투명(46.6%)이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

종이 고지서 발행 비율이 87.8%, 방문 수금 비율이 93.1%에 달할 만큼 디지털 전환이 더디다. 대면 영업 기회를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오히려 변화를 막는 역설이다.

사업자의 66.4%는 홈페이지조차 없어 요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어렵고, 후계자 부재(69.3%)와 고령화(63.8%)는 소규모 판매사업자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신뢰의 위기, 체질 개선의 지연, 경영 악화가 구조적 악순환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일본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 위기 앞에서 안전관리 체계를 오히려 더 촘촘하게 다듬어 왔다는 데 있다.

2023년 일본 정부는 7년만에 LP가스 워킹그룹을 재개하고 안전관리 투자를 가로막는 불공정 상거래 관행 등을 걷어내기 위한 설문조사 방식의 개편 등을 추진했다.

LP가스가 소비자로부터 신뢰받는 에너지가 되기 위해 LP가스안전위원회, 인정판매사업자 제도, 보안기관 인정‧위탁, 판매사업자 의무, 소비자 책임으로 이어지는 일본의 다층적 거버넌스는 층위가 높아질수록 자율성과 인센티브가 커지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보안업무를 외부에 위탁하더라도 1차 책임은 보안기관이, 확인을 소홀히 했을 경우의 2차 책임은 판매사업자가 지도록 해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보안업무를 수행하도록 최종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한다.

72.2%라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여기에 마이콤미터 같은 자동 보안 장치와, 사람이 직접 챙기는 촘촘한 점검망이 함께 작동하면서 대형 인명사고는 사실상 근절됐다.

지진과 태풍이 잦은 나라답게, 소비자가 처마 밑에 예비 용기를 비축해두는 관행(처마 밑 비축)이나 계량기 무단 철거를 막는 장치, 재난 시 비상출동을 위한 차량 등도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다.

2020년 한국은 ‘에너지 백서’를 통해 관주도의 경직된 안전관리체계의 문제를 지적한 바가 있다. 그리고 2020년부터 벌크로리 순회점검 및 위기대응훈련이 LP가스업계 자율관리 활동으로 ‘가스안전관리 기본계획’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특히 제주특별자치도가스판매업사업협동조합과 그 조합원들은 일본과 같은 유통 및 안전관리 체계를 갖추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LPG 판매업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분류돼 벌크로리 현장점검과 민간자율 안전관리 대행이 이뤄지고 있지만, 인프라 노후화와 투자비용 급증, 물리적 점검의 한계는 이미 현재의 자율 점검 체계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따라서 LPG원격검침시스템 도입과 소형저장탱크 보급, LPG노후용기 교체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다행히 제주특별자치도는 2020년부터 벌크로리 현장점검 지원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가스안전과 에너지산업 경쟁력 육성에 나섰고, 이 경험이 강원특별자치도와 2026년 산업통상부 보조금 지원으로 확산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한국의 LPG 판매업을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마중물이다. 물론 그 혜택은 소비자가 결국 받게 될 것이다.

일본의 경험이 남기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첫째, 가스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LPG판매업의 경쟁력으로 원격검침과 함께 수행하는 대면점검과 계도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는 일이 소비자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라는 점이다.

둘째, 가스시설 무상설치 등 불합리한 상관행에서 비롯되는 과도한 비용 부담을 정리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안전 투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결제 자동화를 비롯한 디지털 전환을 후순위로 미루는 순간 일본처럼 업계 전체의 체질 개선 동력을 잃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관건은 하나로 모인다. “안전관리를 규제가 강요하는 최소한의 의무로 여길 것인가? 아니면 소비자 신뢰를 만들어내는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을 것인가?” 일본 판매사업자 열 곳 중 일곱 곳이 스스로 보안업무를 떠안는 이유는 후자의 답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LPG용기 검사비용 지원 등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을 촉구하는 것은 기술-사람-제도의 촘촘한 안전관리 네트워크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제주를 비롯한 국내 LP가스 유통업계가 향후 10년을 준비하며 민관자율안전관리협의체와 같은 거버넌스를 고민해야 하는 지금, 이 질문을 한번 던져본다.

전국 1000만 국민이 사용하는 LP가스, 생계형 유통망이 국가 차원의 필수 안전체계로 격상될 때, 업계의 자가관리 역량은 안정되고 소비자 후생은 커진다. 가스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경쟁력이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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