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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안전문화, 사업자 넘어 규제기관 리더십까지 넓힌다
[에너지신문] 원자력 안전문화의 초점이 발전사업자의 현장 관리에서 규제기관의 조직문화와 리더십으로 확대되고 있다. 규정을 만들고 집행하는 기관 스스로 어떤 의사결정 구조와 행동 원칙을 갖추느냐가 원자력 안전 수준과 규제 신뢰도를 좌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기구(OECD NEA) 원자력규제활동위원회 산하 ‘리더십 및 안전문화 워킹그룹(WGLSC)’과 공동 제작한 안전문화·리더십 영상 3편을 공개했다.
영상은 ‘안전 리더십 강화 지침’, ‘원자력 규제기관과 사업자 사이의 관계 최적화’, ‘신뢰받는 원자력 규제기관의 특성’을 각각 다룬다. 원자력 규제기관과 사업자, 산업계 종사자들이 안전문화의 주요 원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모션그래픽 형식으로 제작됐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OECD NEA와 함께 안전문화 리더십 홍보영상 3편을 정식 공개했다.
원자력 안전문화는 그동안 발전소 운영과 정비, 작업 절차 준수 등 사업자와 현장 종사자의 책임을 중심으로 논의돼 왔다. 그러나 중대한 안전 문제를 사전에 발견하고 개선하려면 사업자를 감독하는 규제기관 내부에도 문제 제기가 가능한 조직문화와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
규제기관의 리더십이 흔들리면 기술적 판단이 조직 내부의 관행이나 외부 압력에 밀릴 수 있다. 반대로 사업자와의 소통이 단절되면 현장 정보와 위험 신호를 적기에 파악하기 어렵다. 규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안전 현안을 정확하게 공유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영상이 규제기관의 리더십뿐 아니라 규제기관과 사업자의 관계를 별도 주제로 다룬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규제기관은 사업자와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되 기술적 소통과 정보 공유를 통해 위험요인을 조기에 확인해야 한다.
규제기관에 대한 신뢰 역시 법적 권한만으로 확보되지는 않는다. 전문성 있는 판단과 일관된 규제, 투명한 정보 공개, 책임 있는 의사결정이 뒷받침돼야 국민과 산업계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WGLSC는 원자력 규제기관의 리더십과 안전문화를 강화하기 위해 회원국의 경험과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관련 지침과 도구를 개발하는 국제 협의체다. 한국과 미국, 영국, 일본, 스페인 등 20여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협의체는 OECD NEA가 2016년 발간한 ‘효과적인 원자력 규제기관의 안전문화’ 보고서를 토대로 약 10년 동안 규제기관의 조직문화와 리더십 개선방안을 논의해 왔다.
KINS는 이번 영상의 기획 단계부터 WGLSC와 협의하며 제작 전반을 맡았다. 영상은 한국어와 영어를 비롯해 일본어, 폴란드어, 불가리아어, 스페인어 등 6개 언어로 제작됐다. 각국 규제기관과 원자력산업 종사자가 자국 언어로 교육과 조직문화 개선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영상은 KINS와 OECD NEA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KINS는 OECD NEA가 발간한 안전문화·리더십 관련 자료의 공식 한국어판도 제작해 공개하고 있다.
임승철 KINS 원장은 “이번 영상이 글로벌 원자력계의 안전문화와 리더십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규제기관 안전문화 활동 10주년을 기념하는 추가 영상 제작 등 OECD NEA와 후속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원전 확대와 계속운전,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규제 대상과 기술이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규제기관의 전문성과 조직문화는 원자력 안전정책의 실효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이번 콘텐츠가 단순한 홍보물을 넘어 각국 규제기관의 교육과 자체 점검에 실제로 활용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