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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구조조정 첫 관문 넘었다…대산 통합 승인, LDPE·EVA엔 ‘5년 족쇄’

에너지신문
2026-08-20

[에너지신문] 국내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의 첫 시험대로 꼽힌 ‘대산 1호’ 사업재편이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했다.

다만 저밀도폴리에틸렌(LDPE)과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 시장의 과점 심화가 예상되면서 통합 법인은 향후 5년간 국내 판매가격과 공급량 등에 강한 제약을 받게 된다.

▲ 대산 석유화학 단지 전경.
▲ 대산 석유화학 단지 전경.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케미칼·롯데대산석화와 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이 추진하는 석유화학 사업재편 기업결합을 심사한 결과, 국내 LDPE·EVA 시장의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시정조치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합은 HD현대케미칼이 롯데대산석화를 흡수합병하고 롯데케미칼이 HD현대케미칼 지분을 추가 취득하는 방식이다. 롯데대산석화는 지난 6월 롯데케미칼이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결합이 마무리되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HD현대케미칼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며 공동 지배하게 된다. 이에 따라 충남 대산산업단지에서 양측이 각각 운영해온 나프타분해설비(NCC)와 석유화학제품 생산시설도 통합 운영된다.

이번 심사의 핵심은 사업재편 자체보다는 통합 이후 LDPE·EVA 시장의 경쟁구조 변화였다.

현재 국내 LDPE·EVA 시장에는 한화·LG·롯데·HD현대 등 4개 사업자가 경쟁하고 있지만 결합 이후에는 한화·LG·HD현대 등 3개 사업자로 줄어든다. 생산능력 기준 시장구조도 3개사가 약 50대 25대 25의 비율로 재편된다.

판매량 기준 3개사 합산 점유율은 LDPE 82%, EVA 95%에 달한다. 공급업체 감소와 함께 과점구조가 한층 강해지는 셈이다.

특히 공정위는 HD현대케미칼이 2021년 말 석유화학제품 시장에 본격 진입한 이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며 기존 업체에 경쟁압력을 가해왔다는 점을 주목했다. 기존 사업자인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결합으로 이 같은 경쟁압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통합 이후 수익성이 낮은 저가 제품군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도 경쟁제한 요인으로 꼽혔다. LDPE와 EVA는 밀도와 용융지수, 용도 등에 따라 다양한 ‘그레이드’로 구분되는데, 통합 법인이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서 일부 저수익 제품 생산을 중단할 경우 국내 수요자의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영향은 중소 플라스틱 가공업체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납품처가 특정 제품의 규격을 지정하는 경우 다른 제품으로 쉽게 바꾸기 어렵고, 경쟁사 설비 가동률도 95~100% 수준이어서 기존 공급이 중단되더라도 다른 업체가 단기간에 물량을 대신 공급하기 어렵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 대산 1호 및 여수 1호 구조도.
▲ 대산 1호 및 여수 1호 구조도.

이에 따라 공정위는 향후 5년간 LDPE·EVA 국내 판매가격 변동률을 수출가격 변동률과 연동하도록 했다. 수출가격이 오르거나 유지될 경우 국내가격 인상률은 수출가격 인상률을 넘을 수 없으며, 수출가격이 떨어지면 국내가격도 최소한 같은 비율 이상 인하해야 한다.

공급 유지 의무도 부과됐다. 기업결합 당시 생산 중인 모든 LDPE·EVA 제품군에 대해 국내 수요자가 물량을 요청할 경우 공급을 유지해야 한다. 통합 과정에서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특정 제품을 임의로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경쟁사 간 정보교류 가능성을 차단하는 조치도 포함됐다. 가격·수량·원가·재고량 등 경쟁민감정보 공유가 금지되고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 간 임직원 겸임도 제한된다.

사업재편 과정에서 HD현대케미칼로 이동했던 롯데케미칼 임직원이 복귀할 경우에는 1년간 LDPE·EVA 관련 업무를 담당할 수 없다.

공정위가 이처럼 정보교환까지 제한한 데에는 향후 추가적인 석유화학 사업재편도 영향을 미쳤다.

롯데케미칼은 한화솔루션·DL케미칼·여천NCC와 ‘여수 1호’ 사업재편도 추진하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롯데케미칼은 한화솔루션·DL케미칼과 여천NCC를 공동 지배하고, 여천NCC는 한화솔루션의 LDPE·EVA 사업을 양수하게 된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복수 합작법인 사이에 지분연계가 형성될 가능성도 경쟁구조 판단에 고려했다.

과거 담합 전례도 심사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 LDPE 시장에서는 공급과잉이 이어졌던 1994년부터 2005년까지 판매가격 담합이 지속됐고, 공정위는 2007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등 7개 사업자에 541억7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번 결정은 공급과잉과 중국발 증설 압박에 직면한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설비 통합 필요성은 인정하되, 구조조정이 국내 다운스트림 업체의 가격·공급 부담으로 전가되는 것은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대산 1호가 석유화학 사업재편의 첫 기업결합 사례라는 점에서 앞으로 이어질 구조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업 간 설비 통합과 생산효율화는 허용하면서도 시장집중도가 높은 제품에 대해서는 별도의 경쟁보호 장치를 요구하는 심사 방향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통합 법인인 HD현대케미칼은 기업결합 심사와 별도로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업체와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향후 공정위와 협의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앞으로 이번 시정조치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동시에 ‘여수 1호’ 등 후속 석유화학 기업결합에 대해서도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할 방침이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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