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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에어컨, 다음 승부처를 찾아서 (上)

투데이에너지
2026-08-24
[분석] 에어컨, 다음 승부처를 찾아서 (上)

열기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 AI 이미지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글 싣는 순서]

열기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같은 문제, 다른 베팅

폭염과 AI 데이터센터 급증이 맞물리며 냉방 산업이 에너지·인프라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 본지는 2회에 걸쳐 2026년 상반기 글로벌 에어컨 시장의 변화와 국내 기업의 대응을 분석한다. /편집자 주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유럽을 뒤덮은 지 몇 주째다. 독일·오스트리아·체코·폴란드에서는 역대 최고기온 기록이 깨졌다. 그런데 IEA에 따르면 유럽의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은 20% 수준으로, 90%에 이르는 미국과 격차가 크다. 오래된 건축물과 설치비 부담에 더해 외벽 훼손·소음 관련 규제까지 촘촘하기 때문이다.

그 틈을 메우는 게 설치가 필요 없는 이동식 에어컨이다. 삼성전자·LG전자는 물론 중국 메이디, 일본 미쓰비시전기까지 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틈새시장을 나눠 갖는 동안, 정작 시장 전체를 움직이는 더 큰 힘은 다른 곳에서 작동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시장을 쥐고 있는 것은 소수의 글로벌 상위권 기업들이다.

커지는 시장

Global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HVAC(냉난방공조 전체) 시장은 2025년 5,249억 달러에서 연평균 8.1%씩 성장해 2035년 1조 2,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좁게 에어컨 시스템만 집계하는 Grand View Research는 2033년 1,830억 달러 규모로 전망한다. 환기·중앙공조 포함 여부에 따라 시장 규모에는 차이가 있다.

성장을 밀어 올리는 힘은 세 가지다. 도시화가 빠른 신흥국에서 에어컨이 사치재에서 필수재로 바뀌는 흐름, 냉매 규제에 따른 교체수요, AI 데이터센터 열관리다. 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가정용은 2025년 시장 점유율 44.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상업용은 연평균 성장률(CAGR) 6.3%로 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오피스·병원·물류시설 확장이 시스템에어컨(VRF) 수요를 밀어 올리는데, VRF 시장만 따로 보면 2026년 354억 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IEA는 냉방과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 피크 전력수요 증가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냉각 인프라의 비중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커지는 파이를 실제로 나눠 갖는 건 누구인가.

탑티어의 지형도

Global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HVAC 시장 기준으로 2025년 다이킨공업이 11% 이상 점유율로 1위를 지켰고, 다이킨·캐리어·존슨컨트롤스·트레인·메이디 상위 5개사가 시장의 32%를 나눠 갖고 있다.

1위 다이킨은 가정용부터 중앙공조까지 전 라인업과 핵심부품 수직계열화를 갖춘 종합형으로, 2012년 굿맨글로벌 인수로 북미 지배력을 강화했다. 캐리어·트레인·존슨컨트롤스는 100년 가까이 축적한 대형 빌딩 밸류체인을 앞세운 북미 엔지니어링 강자인데, 존슨컨트롤스는 지난해 8월 주거·경상업용 사업을 보쉬에 80억 달러에 매각하고 상업·산업용에 집중하고 있다. 5위 메이디는 그리와 함께 물량·가격 경쟁력으로 신흥국 시장을 잠식하는 한편, 저GWP 냉매를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까지 넘본다.

이 구도는 '누가 지금 가장 많이 갖고 있는가'에 대한 답일 뿐이다.

흔들리는 지형

"다음 10년 승부는 어디서 갈릴 것인가"는 다른 질문이다.

냉매 규제는 지역·제품 크기별로 다른 시차를 두고 시행되며 '규제 지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유럽은 12kW 이하 소형 제품부터 2027년 GWP150 이상 냉매를 금지하고 2032년 완전 퇴출하는데, 대형 제품은 2033~2035년까지 유예된다. 이 기준을 만족하는 냉매가 GWP 3의 R290(프로판)이다.

미국은 EPA 규정에 맞춰 R32·R454B 등 저GWP A2L 계열로 전환이 본격화됐고, 동남아는 태국을 시작으로 R410A에서 R32로의 전환이 확산 중이다. 이 같은 시차는 먼저 인증을 확보한 기업이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된다.

또 하나는 AI 데이터센터 냉각이라는 새 격전지다.

고성능 칩셋의 발열이 공랭식의 한계를 넘어서면서 액침·수랭식 수요가 늘고 있다. 다만 이 시장이 완전히 비어 있는 건 아니다. 버티브·슈나이더일렉트릭·STULZ 등 데이터센터 특화 냉각기업이 이미 자리 잡고 있어, 전통적인 빌딩 공조 강자와 데이터센터 특화 기업이 새로운 경쟁구도에서 맞붙는 시장이라는 게 정확한 그림이다.

적어도 데이터센터용 냉각 수요 자체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캐리어 글로벌은 지난 7월 발표한 2026년 2분기 실적에서 매출 63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히며, 데이터센터 수요에 힘입은 수주 증가와 사상 최고 수준의 수주잔고를 근거로 연간 매출 전망을 상향했다.

한국 기업은 어디에 있나

캐리어 한 곳의 실적이 아니라 산업 전체로 시야를 넓혀보면, 신흥국의 필수재화, 규제 전환기 교체수요, AI 냉각이라는 새 수요처까지 여러 흐름이 겹쳐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정용에서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다이킨과 같은 전 라인업 수직계열화도, 메이디와 같은 물량공세도 갖추지 못한 채 상업용에서는 여전히 후발주자다.

두 회사의 선택은 다이킨식도, 메이디식도 아니다. 정확히 어디에 서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격차를 좁히려 하는가. 하편에서 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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