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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건조 '낮 3시간'으로 옮기면 캐시백...가정용 수요관리 '실험'
[에너지신문] 전기를 덜 쓰는 대신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시간대로 사용을 옮기면 보상하는 새로운 형태의 ‘가정용 수요관리 실험’이 시작된다. 세탁기와 건조기 등 가동시간을 조절하기 쉬운 가전을 활용해 낮 시간대 전력수요를 늘리고 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한전은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오는 9월부터 10월까지 두 달간 ‘스마트가전 캐시백’ 시범사업을 운영한다.
주말과 공휴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대상 가전을 사용하면 해당 시간대 전력사용량을 기준으로 1kWh당 100원을 돌려준다. 참여 대상은 삼성전자 SmartThings 또는 LG전자 ThinQ 애플리케이션에 등록된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의류관리기다.
가전에서 수집한 전력사용 데이터를 한전과 제조사가 연계해 캐시백을 산정·지급하는 구조다. 구체적인 참여 신청 절차와 지급 시점, 고객별 보상 한도 등은 시범사업 시행 전 별도로 안내될 것으로 보인다.

▲전승수 삼성전자 B.IoT 개발그룹장(왼쪽부터), 이정호 한전 고객서비스혁신본부장, 노범준 LG전자 AI홈솔루션사업개발담당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력 절감 아닌 ‘사용시간 이동’에 보상
이번 사업은 전력수요가 높은 시간대에 사용량을 줄이는 기존 수요반응과는 방향이 다르다. 태양광발전량이 늘어나는 낮 시간대에 전력 사용을 유도하는 이른바 ‘플러스 수요반응’에 가깝다.
재생에너지 발전은 기상 조건에 따라 출력이 달라지고 전력수요와 발전량이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특히 전력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주말과 공휴일 낮에 태양광발전량이 증가하면 전력 공급이 수요를 웃돌 가능성이 커진다.
세탁이나 건조처럼 사용시간을 비교적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가전을 이 시간대에 가동하면 재생에너지 전력을 추가로 소비할 수 있다. 발전량을 강제로 줄이는 출력제어 부담을 낮추고 전력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소비자는 전기사용량 자체를 줄이지 않더라도 평소 사용하던 가전의 가동시간을 옮겨 캐시백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동일한 가전을 같은 시간 동안 사용하는 만큼 전력소비량이나 전기요금이 직접 줄어드는 구조는 아니다. 실질적인 소비자 혜택은 지급되는 캐시백에서 발생한다.
가전 플랫폼이 수요관리 수단으로
이번 시범사업은 별도의 전력량계를 설치하지 않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플랫폼을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전은 전력계통과 수요관리 서비스를 운영하고, 가전사는 SmartThings와 ThinQ에 연결된 기기의 사용시간과 전력소비 데이터를 제공한다. 스마트가전이 단순한 생활편의 기기를 넘어 분산형 전력수요를 조절하는 자원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사용자가 지정 시간대에 직접 가전을 작동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원하는 시간에 자동으로 운전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면 참여 편의성과 수요관리 효과도 높아질 수 있다.
한전과 삼성전자, LG전자는 시범기간 동안 데이터 연계와 캐시백 정산체계를 점검하고 참여율, 시간대별 전력사용 이전 효과 등을 분석해 서비스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체감 보상·참여 규모가 사업성 좌우
시범사업이 상시 서비스로 자리 잡으려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보상 수준과 충분한 참여 규모를 확보해야 한다. 세탁기와 식기세척기 등 개별 가전의 회당 전력사용량이 크지 않은 만큼 1kWh당 100원의 캐시백만으로 지속적인 행동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대상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플랫폼에 연결할 수 있는 스마트가전 보유 고객으로 제한된다. 구형 가전 사용자나 애플리케이션에 기기를 등록하지 않은 고객은 참여할 수 없어 초기에는 확보할 수 있는 수요자원의 규모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
데이터의 정확성과 제조사별 기기 간 형평성, 개인정보 제공 동의, 캐시백 정산비용 등도 본사업 전환 과정에서 점검해야 할 부분이다. 이번 자료에는 모집 인원과 전체 사업예산, 목표 전력사용 이전량이 공개되지 않아 시범사업 종료 이후 나올 효과 분석이 사업 확대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한전은 시범 결과를 토대로 참여 대상 가전과 운영기간을 확대하고 다른 가전기업과의 협력도 검토할 계획이다. 스마트가전 캐시백이 일회성 보상사업을 넘어 가정의 소규모 전력수요를 묶어 계통 운영에 활용하는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