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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력난부터 사용후핵연료까지...KEPIC-Week, 현장 기준을 묻다
[에너지신문] 26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그랜드호텔 컨벤션홀. ‘2026 KEPIC-Week’ 기념식 단상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산업 현안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였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시설이 빠르게 늘면서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이에 대응할 발전설비와 전력망 확충이 요구되는 상황. 행사장을 채운 전력산업 관계자들의 관심은 늘어날 설비를 어떤 기술기준으로 안전하게 건설하고 운영할 것인지에 모였다.
노용호 대한전기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은 환영사에서 “전력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이를 안전하고 신뢰성 있게 뒷받침할 기술기준의 역할도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23회째를 맞은 KEPIC-Week는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진행된다. 사전 참가 신청 인원만 1000여명에 달했고, 행사 기간 SMR과 원전해체, 재생에너지, 전력망 등 각 분야에서 200편이 넘는 연구 및 기술 사례가 발표된다.

▲‘2026 KEPIC-Week’ 기념식 주요 참석자들이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요 급증·신기술 확산...기술기준 역할도 확대
KEPIC(Korea Electric Power Industry Code)은 전력설비의 설계와 제작, 시공, 운전, 유지정비, 시험·검사, 해체 등에 필요한 기술·제도적 요건을 국내 산업 여건에 맞게 정한 민간단체표준이다.
발전소나 송전설비에 새로운 장비와 공법을 도입하더라도 안전성과 품질을 일관되게 유지하려면 설계부터 운영까지 공통으로 적용할 기준이 필요하다. KEPIC은 해외 기술기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전력산업계가 같은 언어로 설비의 성능과 품질을 판단하도록 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올해 행사에서는 AI와 반도체 산업 확대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수요 증가에 맞춰 발전설비와 전력망 투자가 확대되면 설비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검증할 기술기준의 적용 범위도 넓어질 수밖에 없다.
노 부회장은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와 신기술 적용이 가속화되는 과정에서 KEPIC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과 연구 결과를 기술기준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대한전기산업연합회 출범 이후 처음 열린 KEPIC-Week이기도 하다. 연합회는 KEPIC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한편 국내 기업의 해외 전력시장 진출 과정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기준의 국제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노용호 대한전기협회 상근부회장이 환영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력이 곧 국력”...AI 시대 공급 해법 놓고 토론
기념식에 앞서 열린 특별강연에서는 AI 확산이 가져올 전력수요 변화와 공급 대책이 논의됐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AI와 전력난, 글로벌 전력산업 패러다임 변화의 현황 및 전망’을 주제로 각국이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의 전력수요에 대응하는 방식을 소개했다.
유 교수는 AI 시대에는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국가 산업경쟁력과 직결된다며 계통 전원의 활용과 LNG 열병합발전 확충, 송전망 지중화 등을 공급 대안으로 제시했다.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하려면 발전소 건설만으로는 부족하고 전력을 수요지까지 보낼 송전망과 계통 운영기술, 설비 간 호환성을 뒷받침할 기준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행사 기간 이어지는 기술세션에서는 SMR 설계와 기자재 제작, 원전 계속운전 및 해체,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계통 변화 등 전력산업의 현안이 다뤄진다. 발표와 토론에서 제시된 현장 의견은 향후 KEPIC 제·개정 과정에 반영될 예정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가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인수기준안 산업계 첫 공개
첫날인 25일 열린 ‘사용후핵연료 인수기술기준안 공청회’에는 원전과 방사성폐기물 분야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 이후 원전 내부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향후 관리시설이 어떤 조건과 절차에 따라 인수할 것인지가 산업계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공청회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인수를 위한 기술요건의 작성 근거와 주요 내용, 향후 KEPIC 제정계획이 공개됐다. 산업계를 대상으로 인수기술기준안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EPIC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들이 기후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참석자들은 인수 대상의 상태와 검사 방법, 운반·저장 과정에서 적용할 기술요건 등을 놓고 의견을 제시했다. 앞으로 건설될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의 설계뿐 아니라 원전 운영현장의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준인 만큼 현장 적용성과 책임 범위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행사에서는 전력산업과 표준화 활동에 기여한 기술인에 대한 시상도 진행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표창은 한수원과 한전 전력연구원, 서부발전,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등에서 근무하는 7명이 받았고, 국가·민간 표준화 유공자 3명에게 국가기술표준원장 표창이 수여됐다.
이번 KEPIC-Week에서 쏟아지는 200여 편의 발표가 일회성 기술 교류를 넘어 실제 현장에서 적용할 기준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가 남은 과제다. AI와 SMR, 원전해체 등 새로운 산업이 빠르게 커지는 상황에서 기술 발전의 속도와 안전기준 마련의 속도를 맞추는 일이 KEPIC의 다음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행사장에는 기업 및 기관들이 부스를 설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사진은 한국재료연구원 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