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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硏, 덴마크에 MSR 기술 수출...핵연료·부식평가 맡는다
[에너지신문]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국내에서 축적한 용융염원자로(MSR) 핵연료 제조와 재료 평가 기술을 덴마크 원자력기업에 수출한다. 원천기술이나 지식재산권을 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국내 연구진과 시험 인프라를 활용해 해외 원자로 개발을 지원하는 연구개발 서비스 계약이다.
원자력연구원은 덴마크 솔트포스(Saltfoss·옛 시보그)와 226만 2000달러, 약 30억원 규모의 MSR 핵연료 제조 및 재료 부식평가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
계약 기간은 2년이다. 원자력연은 솔트포스가 개발하고 있는 불화물 기반 MSR을 대상으로 용융염 전처리와 핵연료 제조·특성평가, 자연순환 시험장치 구축·운전, 원자로 후보 구조재의 부식특성 평가를 수행한다.

▲백민훈 원자력연구원 후행원자력기술연구소장(왼쪽부터), 임인철 원자력연구원장 직무대행, 페더 노르보르그(Peder Norborg) 솔트포스 최고운영책임자가 계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불화물 핵연료 제조부터 구조재 검증까지
MSR은 고온에서 녹인 염을 핵연료나 냉각재로 사용하는 차세대 원자로다. 사용하는 염의 화학성분에 따라 불소를 포함한 불화물 방식과 염소를 포함한 염화물 방식 등으로 구분된다.
연구원은 우선 불화물 용융염에 포함된 불순물을 제거하고 핵연료 제조에 적합한 상태로 처리할 계획이다. 전처리를 마친 용융염으로 핵연료를 제조한 뒤 화학적·물리적 특성을 분석한다.
고온의 용융염이 원자로 내부에서 움직이는 환경을 재현하는 시험도 진행한다. 온도 차에 의해 용융염이 흐르는 자연순환 시험루프를 구축하고 운전 데이터를 확보한다. 이와 함께 고온 용융염에 장기간 노출되는 원자로 구조재의 부식 정도를 측정해 후보 소재의 적합성을 평가한다.
용융염은 고온에서 금속 재료와 반응할 수 있어 부식 제어와 구조재 건전성 확보가 MSR 개발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이번 계약은 단일 기술 이전보다는 핵연료 제조에서 유동시험, 재료 검증까지 이어지는 시험평가 과정을 국내 연구시설에서 수행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염화물 연구 경험, 불화물 원자로로 확장
이번 수출에는 연구원이 파이로프로세싱 연구 과정에서 확보한 고온 용융염 취급 경험이 활용된다. 파이로프로세싱은 고온 용융염을 이용해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물질을 분리·회수하는 기술이다. 연구원은 관련 연구를 통해 용융염 처리와 정제, 물성 분석, 장비 운전기술을 축적해 왔다.
현재는 국내 산·학·연과 함께 염화물 기반 해양용 MSR인 ‘마리나(MARINA)’를 개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핵연료 제조·정제와 용융염 화학·물성 분석, 고온 환경의 재료 부식평가 기술을 확보했다.
솔트포스가 개발 중인 원자로는 불화물 기반이라는 점에서 국내 마리나와 기술 체계가 완전히 같지는 않다. 원자력연은 기존 염화물 용융염 연구에서 확보한 시험·분석 역량을 불화물의 화학적 특성에 맞춰 확장해 적용할 방침이다.
계약에 활용되는 일부 기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용융염원자로 원천기술개발사업’을 통해 개발됐다. 공공 연구개발 성과가 해외 민간기업의 원자로 개발 과정에 유상으로 적용되는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추가 수출 여부도 주목된다.
다만 이번 계약은 원자로 전체 설계나 완성형 MSR의 수출이 아니다. 원자력연이 보유한 원천기술과 지식재산권도 국내에 남는다. 해외 개발사가 필요로 하는 핵연료·재료 분야의 연구와 시험평가를 제공하는 형태로, 계약 수행 결과가 후속 공동개발이나 기술사업화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임인철 원자력연구원장 직무대행은 “국가 연구개발을 통해 확보한 MSR 기술을 해외 민간기업에 적용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핵연료와 재료, 시험평가 분야의 국제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