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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태덕 힘펠 연구본부 본부장(전무) 인터뷰
힘펠 연구본부 김태덕 본부장 / 힘펠 제공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주택의 고기밀화로 이산화탄소, 라돈, 휘발성유기화합물(TVOC) 등 실내 오염물질이 축적되기 쉬워졌지만, 자연환기만으로는 관리에 한계가 있다. 욕실 환기 전문기업이 집 전체의 공기를 관리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흐름에서다. 1989년 욕실 환풍기로 출발한 힘펠은 이 확장의 결과물인 환기청정기 '휴벤Eco'로 최근 에너지 위너상을 수상했다. 개발을 담당한 연구본부 김태덕 본부장(전무)을 서면으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37년의 확장
환기청정기라는 카테고리는 소비자에게 아직 낯설다. 오랫동안 욕실환기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온 힘펠이 지금 이 새로운 영역에 뛰어든 이유를 묻자, 김 본부장은 "도전"이라는 표현부터 정정했다.
"힘펠에게 환기청정은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이라기보다, 37년간 이어온 '환기'에 대한 연구개발의 범위를 욕실에서 주거공간 전체로 확장해온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힘펠은 욕실 환풍기로 출발해 환기 기술 연구를 꾸준히 이어왔고, 2010년대 초반부터는 전열교환 방식의 환기시스템 연구를 본격화했다. 이 기술을 건설사에 공급하며 공동주택 현장에서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을 검증받아온 것이 지금의 토대가 됐다.
이렇게 쌓아온 기술은 최근 브랜드 전략으로 구체화됐다. "환기의 개념도 이제 단순한 공기 교환을 넘어선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힘펠은 이 변화에 발맞춰 2025년 '숨쉬는 집'으로 브랜드 방향을 재정립하고, 연구개발비와 광고선전비도 함께 늘렸다. "환기시장은 단기적인 판매량만으로 판단하기보다 향후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소비자의 인식 변화를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환기청정 시장은 아직 성장 초입이지만, 고기밀 주택 확대와 실내공기질에 대한 관심 증가는 구조적인 변화라고 판단했습니다. 고효율 열회수, 센서 기반 자동 운전, 각실 제어와 유지관리 편의성을 한 제품에 결합할 수 있다는 기술적 확신을 바탕으로 한 선제적 투자였습니다."
공기청정기가 못 하는 것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미 공기청정기가 있는데 왜 또 다른 기기가 필요한지 의문이 들 수 있다. 김 본부장은 두 제품의 근본적인 차이를 이렇게 정리했다. "공기청정기가 실내에 머무는 공기를 정화하는 제품이라면, 환기청정기는 실내에 오염된 공기가 머무르지 않도록 배출하고 새로운 공기를 공급하는 제품입니다." 요리, 생활용품, 가구, 건축자재 등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하는 오염물질과 이산화탄소, 습기까지 고려하면 필터링만으로는 부족하고, 환기가 함께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환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따라온다. 냉난방된 실내 공기를 그대로 내보내면 에너지가 함께 빠져나간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전열교환 기술이 핵심으로 등장한다. "배출되는 실내 공기와 유입되는 외부 공기 사이에서 열을 교환해 냉난방 에너지 손실을 줄입니다." 휴벤Eco는 이 전열교환 기술에 다중필터와 UV, 센서 기반 제어, 각실 제어까지 결합해 한 공간의 공기 정화를 넘어 집 전체의 환기와 청정을 함께 관리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실증시험에서는 실내오염물질 농도가 최대 76.9% 저감됐고, 부유바이러스는 99.8%, 부유세균은 99.9% 저감되는 결과가 나왔다. 이 수치가 실제 생활에서 어떤 체감으로 이어지는지 묻자, 김 본부장은 "정해진 시험조건에서 오염물질과 미생물성 오염원을 실질적으로 저감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라고 설명했다. "실제 가정에서는 답답함이나 냄새가 줄고, 요리나 생활 과정에서 발생한 오염공기가 더 빠르게 배출되는 것으로 체감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간 크기, 운전 시간, 필터 관리 등에 따라 효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휴벤 Eco / 힘펠 제공
에너지를 덜 버리는 기술
이 문제의식은 이번 수상으로도 이어졌다. 특정 기능 하나가 아니라 종합적인 개발 과정이 평가받았다는 게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환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줄이기 위한 구조와 소재, 구동 기술을 종합적으로 개발해온 부분을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기 고도화 기술이 실제 생활 가치로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큽니다."
그가 짚은 기술 요소들은 결국 하나의 목표로 모인다 — 환기를 하면서도 에너지를 최대한 덜 버리는 것이다. 직교류형(Cross-flow) 열교환 구조와 슬림 폴리머 소자가 냉난방 에너지를 회수한다면, 고효율 BLDC 팬모터와 스마트센서는 필요한 만큼만 환기해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 자체를 줄인다. EPP 하우징은 단열성과 소음, 무게, 재활용성까지 함께 고려한 소재다.
설치보다 관리
좋은 기술은 설치 순간이 아니라, 몇 년을 쓰는 과정에서 진가가 드러난다. 워셔블 폴리머 전열교환소자, UV LED, 구리 프리필터, H13 헤파필터 등 여러 기술 중 경쟁력의 핵심을 묻자, 김 본부장은 단일 기술보다 통합적 완성도를 강조했다. "UV LED와 구리 성분의 프리필터, H13 헤파필터가 입자성 오염물질과 미생물성 오염에 단계적으로 대응합니다. 기존 휴벤 제품군에서 축적한 기술을 한 단계 고도화하고, 사용 과정의 불편을 개선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열교환소자의 소재다.
"기존 펄프 계열 소자는 습기와 오염으로 물리적 변형이나 성능 변화가 발생할 수 있었지만, 휴벤Eco는 물세척이 가능한 슬림 폴리머 소재로 오염 시 세척이 가능하고, 성능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런 개선은 소자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 효율, 유지관리, 환기 제어라는 기존 제품의 개선 과제를 하나의 제품에 통합한 것이 휴벤Eco의 가장 큰 기술적 특징이라고 그는 정리했다.
이런 축적은 다른 기업이 쉽게 넘어오기 어려운 진입장벽으로도 작용한다. "인증과 특허는 단순한 홍보 수단이라기보다 기술의 신뢰성과 재현성을 증명하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녹색인증을 받은 바이패스 기술은 간절기에 불필요한 열교환을 줄이는 제어 역량을 보여주는데, 전열소자 설계와 운전 알고리즘, 양산 노하우가 함께 축적될수록 단기간에 모방하기 어려운 진입장벽이 됩니다."
숨쉬는 집
힘펠에게 '숨쉬는 집'은 단순한 캠페인 문구가 아니라, 이 회사가 궁극적으로 되고자 하는 모습을 담은 말이다. "단순히 공기를 한 번 교환하는 공간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집 안에서 공기질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가족이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는 이를 "필요한 만큼 공기를 들이고 내보낼 수 있는 '숨구멍'"에 비유했다. 욕실에서 시작된 환기 기술을 집 전체로 확장하고, 궁극적으로는 환기를 하나의 설비가 아니라 삶의 질을 관리하는 기술로 발전시키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스스로 판단하는 환기
휴벤Eco 이후의 계획을 묻자, 김 본부장은 AI 기술과의 결합을 이야기했다. "향후에는 AiroT를 기반으로 공간별 공기질과 운전 데이터를 축적·분석하고, 이를 AI 기술과 연계해 사용자의 생활 패턴과 실내 환경에 따라 환기량과 운전 방식을 스스로 판단하고 최적화하는 지능형 환기 기술로 발전시키는 것이 연구 방향입니다." 휴벤Eco가 개별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단계였다면, 다음은 이 제품들을 데이터로 연결하는 단계다.
구체적인 연구 방향도 밝혔다. "환기청정기와 주방후드·욕실환기 제품의 연동, 앱 기반 에너지 관리, 저소음·고효율·간편 유지관리의 고도화에 맞춰져 있습니다. 구체적인 제품은 시장 준비 상황에 맞춰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입니다." 힘펠은 스마트홈 IoT 플랫폼 AiroT를 통해 환기가전의 상태와 실내 공기질을 확인·제어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있으며, 향후 주방후드 등 다양한 환기가전과의 연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 끝에서 그가 그리는 힘펠의 모습은 분명했다. "환기를 건축 설비에 머무르는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가 일상에서 체감하는 생활 인프라로 발전시키고, 실내공기질과 에너지 효율, 사용 편의성을 함께 만족시키는 환기 기술의 기준을 제시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가 여러 차례 강조한 것은 결국 하나였다. 환기는 더 이상 창문을 여는 행위가 아니라, 에너지와 공기질을 동시에 관리하는 기술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변화 속에서 힘펠은 욕실 환기에서 거실, 드레스룸, 현관, 주방 등 개별 공간으로, 나아가 집 전체의 공기질을 통합 관리하는 방향으로 궤적을 넓혀왔다. 37년 전 욕실에서 시작된 이 회사의 환기 기술은, 이제 집 전체를 향하고 있다.